[Reportage] 지하상가 권리금 비교하니 ‘역시 강남’
‘지하상가에도 볕 들 날 있나?’

지하상가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대신 상가가 틈새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지하철 유동인구를 고객으로 둔 지하상가들이 뜨고 있는 것. 일반 상가에 비해 보증금이나 권리금이 훨씬 높지만 유동인구가 고정돼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매출 변화가 거의없다는 게 강점이다.

판매 물품도 다양해졌다.

옷, 액세서리를 비롯해 휴대전화, 고급의류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물론 지하상가라고 해서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지역별로 매출이 천양지차다.

그렇다면 지하상가에도 ‘강남불패’ 효과가 있는 걸까. 서울 지하상가의 지역별 시세와 함께 투자 요령을 살펴봤다.

■ 지하상가 둘러보니 ■  

지난 3월 20일 오후 2시. 평일 낮임에도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는 인파로 북적였다.

“휴대전화 하나 보고 가세요.” “공짜 폰도 있어요.” 기자가 고개를 돌려 휴대전화에 관심을 보이자 판매원들의 호객 행위가 더욱 극성이다.

웬만한 대형 쇼핑몰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지하상가 하면 으레 옷이나 액세서리 가게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상당 부분을 장악한 상태. 강남역도 예외는 아니다.

속옷이나 화장품, 귀금속 가게들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눈에 띌 정도다.

물론 미샤나 더페이스샵 같은 저가 화장품 전문점들의 인기도 여전했다.

‘지하상가 단골점포’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였다.

미샤의 경우 월 매출이 1억원 선에 달한다.

강남역 지하상가는 서울시 지하상가 중 가장 시세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6, 7번 출구 아래 상가들은 한 칸(2.7평)당 임차권 시세가 보통 6억~7억원에 달한다.

강남역이 신분당선 환승역이 될 예정인 데다 조만간 들어설 ‘삼성타운’ 효과 덕분에 시세가 하루 다르게 뛰고 있다.

10억~13억원에 달하는 10평 점포 매물도 나올 정도다.

(참고로 서울시 지하상가들은 시 소유이기 때문에 매매는 불가능하고 대신 임차권을 거래한다 .)

임차권을 사지 않더라도 장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임차권 소유자에게 일반 상가처럼 매달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면 된다.

강남역 지하상가는 보통 한 칸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가 700만~800만원 선. 여기서 임차권 시세의 0.7~1% 정도가 임대료로 책정된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 탓인지 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이사 강남부동산 대표는 “매물이 10개도 안 되지만 문의는 꾸준한 편”이라며 “대체로 옷가게나 휴대전화 판매점을 내겠다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한다.

특히 일반 상가들은 일년 새 몇번씩 업종이 바뀌기도 하지만 지하상가는 그런 경향이 드물다.

정 대표는 “보증금이나 임대료가 높은 만큼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1~2년 새에 가게를 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강남역 다음 가는 시세를 자랑하는 고속터미널 상가 역시 ‘인기 지하상가’로 꼽힌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을 나와 지하상가로 들어서니 중년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강남역에 젊은 여성 수요가 많다면 터미널 상가에는 40대 이상 주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업종별로 보면 옷가게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터미널 특성상 분식점 같은 먹을거리 점포도 많다.

시세는 강남역에 조금 못 미치는 상황. 위치마다 금액 격차가 크지만 중개업소에는 핵심권에 위치한 6평 상가의 경우 보증금 2억원, 월세 300만원짜리 매물이 붙어 있다.

유동인구가 적은 길목에 있는 점포들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하지만 임차권 시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터미널 상가 입구에 있는 골든투자기획이라는 중개업소를 찾아가 시세를 문의했지만 한사코 답변을 거부한다.

“이곳은 일반 상가와는 다릅니다 . 서울시에서 경쟁입찰을 한 후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후 너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서울시에서 좋게 볼 리 없죠. 때문에 점포들이 간간이 거래되기는 하지만 가격은 쉬쉬하는 분위기입니다 .”

보통 강남역 상가보다 저렴한 임차권이 많지만 점포 수 면에서는 ‘한수 위’다.

강남역 지하상가 점포 수는 214개인 데 비해 터미널 지하상가는 총 620개로 거의 3배에 달한다.

한경순 서울시설관리공단 강남관리소 담당자는 “시세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서울 강남권역에서 터미널 지하상가가 최다 점포 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한다.

터미널 지하상가는 총 3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왼쪽, 즉 센트럴시티 방면 1구역은 지하철 3·7호선과 연결되는 지역으로 의류나 인테리어 업종 점포들을 비롯해 주로 값싼 물건을 취급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부터 구 경부선까지의 2구역은 비교적 고가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주류를 이룬다.

수입 명품을 본 뜬 제품들을 비롯해 백화점 및 고급 부티크에 납품하는 상품들이 많다.

고속도로 방면으로 가장 동쪽인 3구역은 일명 ‘꽃 도매상가’로 유명한 곳. 요즘에는 커튼, 공예품이나 식기류 전문점이 많이 들어서 ‘인테리어 전문상가’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터미널 특성상 지방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는 상인들이 많이 찾는다.

자연스레 매출액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강남역에 ‘삼성타운 효과’가 있다면 터미널 지하상가는 지하철 9호선 개통이 관건이다.

동대문운동장역처럼 지하철 3개 노선 환승역이 되면서 유동인구도 증가할 예정인 데다 주변 반포지역 재건축 호재까지 겹쳐 배후 수요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권 ‘빅3’ 지하상가 중 하나인 잠실역 상가 역시 요즘 부활하는 분위기다.

최근 리모델링을 진행해 바닥을 밝은 소재로 바꿨고 장미길, 햇빛길, 별빛길 등으로 구역을 나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등이 인접해 있고 고정 유동인구도 많은 편. 특히 지난해 2월 교보문고가 생기면서 지하상가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잠실역 주변에 거주하는 유모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잠실역 지하상가가 인근 상권을 이끌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후 밀리오레나 두타 같은 동대문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고객을 많이 빼앗겼는데 요즘 들어 ‘교보문고 효과’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귀띔한다.

잠실역 지하상가는 보통 한 칸 기준으로 임차권 시세가 5억원을 넘는다.

  ■ 서울 서부에선 영등포 으뜸 ■

서울 서부권에선 영등포 지하쇼핑센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3년 준공돼 역사만 20여년이 넘는다.

연면적 1913평에 점포만 137개로 규모도 상당하다.

강남만큼은 아니더라도 영등포 역세권에 롯데, 신세계백화점 등이 들어서서 유동인구가 많은 ‘알짜배기 상가’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긴 역사만큼 시설이 노후화돼 요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올 7월까지 천장과 바닥 디자인을 곡선 형태로 교체하고 화장실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보통 한 칸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1억원, 임대료는 150만~400만원 선. 신세계백화점 방면 A급지의 경우 임차권 시세는 6억~7억원에 달한다.

영등포역 근처 수림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때 잠깐 주춤했지만 이후론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거래 문의는 많은 데 비해 매물이 거의 없어 물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팔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체로 영등포역 지하상가에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비롯해 파티복, 무대의상 등 색다른 의류를 판매하는 점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주변에 에쉐르, 아자 등 대형 쇼핑몰들도 터를 잡았지만 지하상가 수요가 워낙 탄탄해 오히려 대형 쇼핑몰에 빈 점포가 눈에 많이 띈다.

  ■ 을지로 위상 많이 약화돼 ■

을지로 지하상가는 그동안 서울 도심에서 내로라하는 지하상가로 꼽혀 왔다.

63년 지하철 2호선 을지로 구간이 개통된 이후 83년 준공돼 인쇄, 사무기기 등 다양한 업종의 308개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을지로3가역부터 동대문운동장역에 이르는 을지로지하쇼핑센터는인쇄·광고·판촉물 전문상가로 불려왔고, 을지로입구역과 을지로3가역을 연결해주는 을지로입구지하쇼핑센터는 사무기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요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띄고 매장들도 한산한 분위기다.

그나마 제과점이나 커피숍에 직장인들이 모여 있을 뿐 다른 상점들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을지로3가역 명함나라에 근무하는 정모씨는 “그동안 서울 강북권에서 을지로지하상가를 알아주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수요가 많이 줄었다”면서 “하지만 직장인들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에 고정 고객은 탄탄한 편”이라고 전한다.

임차권은 한 칸에 3억~4억5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 투자 때 가장 큰 매력은 세금 ■

서울시 지하상가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소유권 매매는 할 수 없지만 임차권 매매는 가능하기 때문에 임차권을 사들인 후 다시 임대해 세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등기상 기록이 남는 거래가 아니어서 각종 세금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취득·등록세, 양도세는 물론이고 재산세도 내지 않는다.

소유주인 서울시의 관리명부에 임차권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권리 행사에도 문제가 없다.

유영상 상가114 투자전략연구소장은 “지하상가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 상가처럼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더라도 매출에 기복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때문에 임차권을 구입해 보증금과 임대료를 잘 설정한다면 매달 일정 수익을 내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하상가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공기오염과 화재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된 상태다.

2005년 이후 서울 지하도에 상가를 지을 때는 상가 총 면적의 10% 이상을 지하 광장으로 조성하도록 돼 있다.

또한 화재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지하 공공시설에 불연재나 준불연재를 쓰도록 했다.

최근엔 서울시가 대대적인 지하상가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는 것도 호재다.

하지만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무작정 비싼 보증금을 주는 건 금물이다.

장경철 3M컨설팅 대표는 “인근에 유동인구가 많고 지상상가가 잘 되는 지역이라도 의외로 지하상가의 임대수익률은 낮은 경우가 많다”며 “지하상가 역시 상권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강남권이나 영등포 등을 제외한 소규모 지하상가들은 시세가 갈수록 떨어지는 곳이 흔하다.

임대가 어려운 상태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일명 ‘깔세’ 거래도 많다.

한광호 시간과공간 사장은 “1층 상권이 붐비는 대형 역세권의 지하상가를 제외하면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곳도 많다”며 “예전처럼 지하상가 점포 하나만 내면 매달 몇백만원 수입은 거뜬하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고 들려준다.

【 지하상가 운영방식 살펴보니 】

서울시 지하상가는 크게 4곳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지하철 노선별로 관리 기관이 다르다.

1~4호선 지하철 상가는 서울메트로에서, 5~8호선 상가는 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한다.

서울 지하도상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국철구간은 한국철도유통에서 관리한다.

운영 주체가 다른 만큼 분양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우선 을지로지하상가를 비롯해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도심 지하상가 중 서울시로 관리권이 이관된 총 30개 서울지하도상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

보통 임대운영 방식으로 입점이 이뤄지는데 계약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일반 경쟁 입찰로 진행된다.

점포 임차 계약 기간은 1년 단위로 5년 간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낙찰가는 보통 1년 임대료로 사용되고 이 금액은 선납하는 게 원칙이다.

낙찰가와 동일한 금액을 임대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계약을 연장할 때 또다시 임대료 산정을 하는데 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한 내정가와 낙찰가 비율을 통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를 통해 공단이 산정한 내정가가 3000만원이고 낙찰된 가격이 6000만원이라면 낙찰된 가격은 내정가의 2배가 된다.

이렇게 되면 다음해 계약을 연장할 때 연 임대료는 새로 산정된 내정가의 2배로 계산된다.

다음해 산정된 내정가가 6000만원이라면 이 2배인 1억2000만원이 임대료로 산정되는 것. 이 밖에 전기료나 수도료 등이 포함되는 관리비는 보통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평당 3만원 선이 부과된다.

지하철 1~4호선 상가 역시 비슷한 방식이다.

5년 단위 임대 계약이 이뤄지고 개별적으로 임대 물건이 나왔을 경우 임대 공고를 하게 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00% 경쟁 입찰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일정한 시세가 형성되기 어렵다”며 “실제 점포 위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입찰가는 계약기간 동안 총 납부할 월 임대료 액수로 정한다.

예를 들어 5년 계약에 월 임대료를 100만원에 입찰한다면 제시할 입찰가는 6억원이다.

보통 입찰가는 월 임대료 형식으로 월말 정산하며, 18개월분의 월 임대료를 임대 보증금으로 현금 납부해야 한다.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 상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사업별로 점포 계약기간이 천양지차다.

분양은 역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입찰가는 본인 계약기간의 월 임대료 총액이다.

여기서 월 임대료의 9개월분을 임대 보증금으로 낸다.

국철구간 등 한국철도공사 지하철 상가는 보통 한국철도유통이 운영한다.

다른 지하상가들이 일반 경쟁 입찰을 하는 데 반해 입점 희망자에게 사업제안서를 받는 게 특징. 보통 빈 점포가 생기면 한국철도공사에서 임대 공고를 하고 입점 희망자들은 공사 측 양식에 맞춰‘운영제휴 제안요청서’를 제시하게 된다.

선정위원회 평가 결과 점수가 높은 순서로 적격 업체를 선정한다.

선정된 업체는 제안서에 제시한 수수료를 한국철도유통에 납부해야 한다.

먼저 오늘 매출액을 다음날 오전 한국철도유통에 입금한다.

이후 월 1회 총 입금액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90%의 재료비와 수익 등을 돌려받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1일 매출이 500만원이고 수수료가 10%라면 다음날 500만원을 한국철도유통에 입금한다.

이후 월 1회 총 매출인 1억5000만원(30×500만원) 중 수수료 10%인 1500만원을 제외한 1억3500만원을 돌려받는다.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사업성 악화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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