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인천 동구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인 사연은

중개사 2008. 1. 31. 12:50
인천 동구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인 사연은
재건축·재개발 호재로 집값 크게 올라

“다들 주택경기가 죽어 규제를 풀어달라고 아우성인 마당에 이번에 새로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인 곳이 있대?”

“그래요? 엄청난 개발계획이 있는 모양이죠? 진작 정보를 알았더라면 묶이기 전에 뭐든 사둘 걸”

지방의 경우 지난해 1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신규 분양 시장 또한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거의 죽은 상태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도 은행 예금 이자보다 못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새 정부가 침체된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주기를 갈망한다.

이런 마당에 인천 동구가 30일자로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재경부는 “인천 동구의 경우 최근 3개월과 지난 1년간 주택가격상승률이 전국 평균치의 2배 이상이어서 이번에 주택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곳도 주택투기지역 기준에 따라 30일부터 6억원 초과의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DTI(총부채상환비율) 4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50%에서 40%로 제한된다. 동구에서 나오는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중도금 대출이 40%만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그런 조치가 취해졌나.

이는 바로 16곳 125만㎡에 달하는 재정비예정구역 지정이단서가 됐다. 재정비예정구역은 인천시가 낡은 다세대·단독주택을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2006년과 2007년 지정한 곳으로, 주민들 또는 인천시가 주최가 돼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 몰려와

낡은 다세대·단독주택 일색이던 동구가 첨단 아파트 단지로 새 옷을 갈아입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개발계획으로 새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는 헌 다세대·단독주택 사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주택값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도 그렇듯 이곳도 재정비 사업이 기존 주택가격을 뛰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인천 8개 구는 이미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다른 곳은 재정비예정구역 약발을 빨리 받았지만 동구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인 셈이다.투자자들이 지역여건상개발되더라도 투자가치가 낮을 것으로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이곳으로 투자수요가 몰린 것이다. 그래서 가격도 크게 뛰었다.재경부에 따르면 인천 동구는 2007년 1년간 주택가격이 평균 6%, 최근 3개월간은 평균 4.4%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에 전국 주택가격은 평균 3.1%, 0.7% 오르는 데 그쳤는데 말이다. 동구지역의주택가격상승률이 같은 기간전국 평균값 대비두 배, 6배이상 상승했다.

실제로 동구 송림동 80-34번지 일대 금송재정비예정구역의 경우 대지지분 33㎡ 안팎의 낡은 다세대주택이 재정비예정구역 지정 전에는 ㎡당 151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303만~363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재정비예정구역 아닌 지역도 급등

구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구 재정비예정구역 전역이 마찬가지다. 재정비예정구역이 아닌 지역도 재정비예정구역이 재개발·재건축돼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언젠가는 재정비예정구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몸값이 크게 올랐다.

동구 만석동의 경우 재정비예정구역이 아닌 지역의 다세대주택(대지지분 33㎡ 안팎)이 ㎡당 보통 303만원을 호가한다. 2년 전만 해도 대개 ㎡당 130만~150만원에 거래되던 매물들이다.

그래도 매물보다는 매수세가 많다. 만석동 OK공인 관계자는 “재정비예정구역이 아닌데도 언젠가는 재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겠지 하는 기대감에 찾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매물이 부족해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구 재정비예정구역은 사업유형별로 주거환경개선(4개 구역), 주택재개발(6개 구역), 주택재건축(2개 구역), 도시환경정비(2개 구역) 등이다. 금창동 4번지 일대 28만㎡인 동인천주변구역과 화평동 1번지 일대 화수화평구역(18만㎡)은 아직 사업 유형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 중 사업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만석동 22번지 일대 대건학교옆구역(주거환경개선사업)과 송림4동 29번지 일대 송림5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지난해 7월과 9월에 각각 구역지정을 받았다.

재정비예정구역에 투자할 때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재정비예정구역으로 됐고 주민들이 재정비사업 추진위 등을 결성한 곳이라고 해도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나 조합원 수, 입지여건 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투자할 때 주민들간 갈등이나 사업 추진 의지가 약해 사업이 더딘 구역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