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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같은 부동산시장, 누군가 불만 댕기면…

중개사 2007. 12. 28. 09:54
마른 장작같은 부동산시장, 누군가 불만 댕기면…
강남 재건축 매물 사라지고 호가 올라

서울 강북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용산 한강로 일대 모습. <김재훈기자>
"마른 장작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 불을 댕기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인수위원회가 구성되고 차기 정부 정책의 향방에 대한 전망이 잇따르면서 부동산 시장은 대선일인 19일 이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용적률 완화, 세제 감면 등의 이 당선자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힘을 얻자 상승을 전망한 사람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서울 강남과 뉴타운을 중심으로 호가도 오르는 중이다. 아직은 거래가 가시적으로 늘지는 않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커져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규제가 완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는 데다 금리 인상 등 대출 규제는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어서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강남 집주인 매물 거둬들여 =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26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 G공인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왔던 매물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없다"며 "매수 문의는 있지만 물량을 소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 진행이 빠른 개포 주공1단지는 이달 초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미 매물이 동이 났다. 최근엔 호가마저 크게 뛰었다. 12억8000만원에 나왔던 개포 주공1단지 56㎡(17평형)는 대선 직후 14억원에 다시 나왔다. 무려 1억2000만원이나 뛴 셈이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13억3000만~13억5000만원 정도면 실제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포동 H공인 대표는 "대선 전 7억1000만원에 나왔던 개포 시영 42㎡를 7억1500만원에 거래해 주겠다고 했더니 집주인이 7억4000만원에 해 달라며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올해 차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용산 국제업무단지의 경우 큰 변화는 없다. 기본계획 자체가 사전에 잡혀 있는 데다 이미 개발효과가 반영돼 대선효과는 크지 않다.

◆ 강북 뉴타운도 호가 상승 중 =

서울 뉴타운 지역도 대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아현뉴타운 2구역의 호가 상승이 눈에 띈다.

추석 전만 해도 대지지분 33㎡ 기준 3.3㎡당 1700만원이었던 2구역은 대선 직전 2000만원 전후로 뛰더니 최근에도 100만원가량 이 더 올랐다.

아현동 J공인 관계자는 "2구역은 사업지를 추가해 내년 초 구역 지정을 받고 사업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 진행이 원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호가가 뛰고 있다"고 전했다.

◆ 분당ㆍ과천은 정중동 =

분당과 과천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아직은 규제 완화 수위가 불확실해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분당 수내동 푸른마을 105㎡(32평)는 6억4000만~7억원 선으로 대선 전과 비교해 시세 변동은 없다. 인근 정자동 훼미리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내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편"이라면서도 "아직까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회수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 수준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지켜본 뒤 호가를 높이겠다는 고객들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과천 역시 변화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5단지 122㎡(37평) 가격은 9억5000만~11억원 선으로 대선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S공인 관계자는 "지금 매도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판다고 해도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옮길 집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일단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의정부 시흥 등 매도 연기 =

올해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던 의정부와 시흥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루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의정부 금오동에 위치한 홈플러스공인 어일수 대표는 "양도세 완화 기대로 매도자들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면서 "경전철 착공과 외곽순환도로 개통 등 교통 개선에 행정타운 이전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아쉬울 게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흥의 경우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느냐는 집주인들의 문의와 상가주택에 대한 서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왕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주에 계약을 하려고 연락하니 내년 봄까지 기다려 볼테니 그때 연락하자는 집주인이 있었다"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