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시세,시장,업계동향)

분양가 상한.청약가점제...4대변수 따져봐라

중개사 2007. 8. 20. 11:07
분양가 상한ㆍ청약가점제…4대변수 따져봐라

분양시장에 대형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라는 큰 바람이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 제도들은 기존 분양시장을 근본부터 뒤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 상한제가 모든 주택으로 확대 적용되고 아파트 청약 순위도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된다. 무주택자는 내집 마련 기회가 늘어나고 분양가가 지금보다 낮아져 집값 폭등 악순환 고리가 끊겨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공급 물량 감소로 주택시장이 또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분양가 얼마나 내려갈까"

= 다음달 1일부터는 공공택지 85㎡ 미만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가 전체로 확대 적용된다. 건설교통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85㎡ 이하는 431만8000원, 그 이상 평형대는 439만1000원. 분양가 상한제의 또 다른 한 축인 택지비는 2007년 4월 20일 이후 매입한 토지는 `감정평가액+가산비 대비 120%` 내에서만 택지비가 인정된다.

건축비와 땅값이 내려가기 때문에 20% 이상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건교부 측은 설명한다. 하지만 주택업계에서는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는 10%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크게 분양가가 인하된 아파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건설업계가 수지를 맞추기 힘들게 돼 건교부가 기대하는 만큼 분양가가 인하된 물량이 많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가점제는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제도로 꼽힌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점수를 산정해 청약시 반영한다. 유주택자는 청약 당첨 기회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무주택자나 서민들은 분양 기회가 대폭 늘어나지만 신혼부부나 독신자 등 경제력이 높지 않으면서도 청약가점에서 불리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원가 공개제도가 도입된다.

마이너스 옵션제도도 시행된다. 골조와 미장 부분만 분양가로 제시하고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소비자는 벽지와 바닥재, 주방용기, 조명 등을 직접 선택해 시공할 수 있다.

◆ 시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 전문가들조차 올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 달라진 제도가 실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가 미지수고 대통령 선거라는 큰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4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민간택지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큰 것으로, 택지비와 건축비 인하로 분양가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은 내집 마련 기회가 한층 늘어날 것이다. 청약가점제 시행까지 겹치면 가점이 높은 청약자들은 대거 청약시장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인정되는 택지비가 한정되고 건축비가 제한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수지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가격보다 낮을 것이다.

이때도 주택시장 안정과 청약가점제 정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고 가점제로 당첨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점제에서 유리한 사람들은 대거 청약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청약가점에서 불리한 유주택자들이 매매가 자유로운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으로 청약 예ㆍ부금 가입자는 480만명. 이 중 유주택자는 절반에 가까운 212만명에 달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공공택지 분양가가 인근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다.

인천 청라지구 1단계 85㎡ 이하는 택지비(245만원)에 건축비와 가산비(각각 431만원ㆍ150만원 선)를 합했을 때 예상 분양가가 3.3㎡당 826만원이다. 하지만 인근 서구 당하동 99~128㎡(30평대) 아파트는 3.3㎡당 매매가가 737만원이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후광효과` 기대감 때문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고 기대했던 수준만큼 분양가가 인하되면 기존 미분양 아파트 경쟁력은 그야말로 땅에 떨어지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미분양 아파트들이 프리미엄 보장제나 입주 후 분양가 납부, 분양가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에 따라 내집 마련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며 "자금 여력이나 주택 보유 여부, 청약점수 등 본인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