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획기사

강남구 땅값 합계 141조… 돈과 사람 몰리는 ‘럭셔리 마을’

중개사 2009. 5. 4. 21:59
[新서울견문록②-2]
강남구 땅값 합계 141조… 돈과 사람 몰리는 ‘럭셔리 마을’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발렛 주차 서비스

도산공원 앞 노천카페의 손님들.
대학생 커플 이정민(20·강남구 대치동), 변세진(19·송파구 문정동) 씨가 코엑스 메가박스로 영화 데이트를 나왔다. 여기가 이 커플의 주요 데이트 장소다. 영화관, 대형서점, 음식점, 카페,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어 굳이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

이들처럼 젊은 데이트족과 비즈니스 출장을 나온 외국인들이 뒤섞여 명쾌한 분위기를 빚는 곳이 바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종합무역센터 일대다. 이곳에는 코엑스전시장과 코엑스컨벤션센터, 아셈타워,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파크하얏트 호텔, 그리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코엑스몰, 도심공항터미널 등이 한데 모여 밤낮으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청담·압구정동 일대는 과거에는 경기 광주군의 시골마을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맑은 못이 있어 청담(淸潭), 혹은 청숫골이라 불렸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붐이 일면서 돈이 몰리는 땅이 됐다.

가는 곳마다 모델 탤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중략) 해서, 세속도시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은 자들 압구정동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는구나.

-유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욕망의 통조림 또는 묘지’ 중에서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왼), 코엑스몰 복합상영관 메가박스.
1990년대에는 최초의 국산 스포츠카 ‘스쿠프’가 점령했던 이곳 거리에서 요즘은 외제 고급승용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택과 상업건물이 혼재된 좁은 골목길을 묘기 하듯 누비는 수입차들의 천국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커피빈’은 비용 부담에도 오직 강남의 매장들에서만 발렛 주차 서비스를 해준다. 강남 손님들, 특히 청담·압구정 일대에서는 대개가 차를 끌고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자동차도, 건물도 패션이다. 요새는 일명 ‘효리카’라고도 하는 닛산의 큐브(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가 주목받고 있다. 강남구청은 2년 전부터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을 선정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이 일대 건물들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청담동의 ‘고소영 빌딩’도 2007년 아름다운 건축물에 뽑혔다.

요즘 청담동의 ‘뉴페이스’는 고가의 미술작품들이다. 강북에 뿌리내린 한국 상업화랑의 대표주자인 갤러리 현대까지도 9월 초 450평 규모의 강남분관을 열었다. 도쿄를 건너뛰고 지난해 11월 서울에 분점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국제적인 화랑 ‘오페라갤러리’는 청담사거리 구찌 매장 맞은편 네이처포엠 빌딩에 자리한다. 이 빌딩에는 무려 18개 갤러리가 모여 있어 ‘갤러리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다. 쇼핑하듯 갤러리들을 두루 둘러보는 것, 새로운 강남 문화다.

일명 ‘고소영 빌딩’(왼), 20억원을 호가하는 달리의 작품(가운데), 김영애 씨

‘오페라갤러리’에는 20억원 상당의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작품 ‘Buste de femme retrospectif(1977)를 비롯해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키스 해링의 수억원대 회화작품들이 요즘 주목받는 브리토(Britto), 톨라(Tolla), 콩바스(Combas)의 작품들과 함께 걸려 있다. 주요 고객은 40, 50대 사업가와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들. 파리 본점에서 파견 나온 김영애 책임큐레이터는 “거실에 걸어두기 좋은 풍경화, 혹은 행복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강남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