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기획기사

강남구 땅값 합계 141조… 돈과 사람 몰리는 ‘럭셔리 마을’

중개사 2009. 5. 4. 21:54
[新서울견문록②-1]
강남구 땅값 합계 141조… 돈과 사람 몰리는 ‘럭셔리 마을’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종합무역센터 일대의 밤풍경.

달밤의 양재천 블루스

19개월 된 아기 주아가 양팔을 한껏 벌리며 어깨를 들썩거린다.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색소폰 가락이 제 딴에도 흥겨운 모양이다. 엄마 강정민(32) 씨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아빠 김성한(36) 씨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추석 연휴 전날인 9월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에 사는 주아 가족은 양재천으로 산책을 겸해 ‘양재뮤즈클럽’의 무료 색소폰 공연을 보러 나왔다.

양재뮤즈클럽의 리더 임한기(58) 씨가 첫 곡으로 ‘고향역’을 연주했다.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그는 4년 전부터 양재천 영동3교 구간에 나와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강남의 낭만인이다. 바람 시원한 양재천이 좋고, 색소폰이 좋아 시작한 일. 운동하러 나온 강남 주민들이 그의 관객이 되어준다. 그 수가 수백 명으로 늘었고, 함께 연주하자는 동지들이 하나 둘 합류했다. 색소폰, 트럼펫, 키보드 등을 연주하는 멤버들은 사업가 아니면 의사, 대학교수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쁜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운동복 차림의 관객들이 박수 치며 함께 노래를 흥얼거린다. 강남의 대표 ‘네이처(nature)’, 양재천의 달밤은 깊어만 간다.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길이 3.75km의 양재천은 3.3㎡(1평)당 4000만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들을 남북으로 두고 흐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떠다니고 불량배가 출몰하는(?) 기피지역으로 취급됐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강남구청의 생태복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금은 강남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강남에 살어리랏다

임한기 씨(왼쪽), 양재천 무료 색소폰 공연.
양재천과 탄천이 흐르고 대모산과 구룡산이 지역의 경계가 되어주는 강남구는 과거 경기 광주군과 과천군에 속한 땅이었다. 그러다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됐다. 강남구청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12년 뒤인 1975년. 현재는 신사동 논현동 학동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역삼동 도곡동 개포동 일원동 세곡동 등 26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다. 인구는 57만959명(2008년 1/4분기 기준). 서울에서 송파·노원·강서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사람 많은 강남구에는 돈도 많다. 강남구 땅값은 모두 합해 141조원(2008년 1월1일 개별공시지가 기준). 서울시 땅값의 총합이 949조원이니, 25개 자치구 중 1개에 불과한 강남구가 서울시 땅값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도 500만원이나 된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376만원·2008년 2/4분기 기준)보다 월등히 높다. 강남구청이 산출한 ‘평균 강남인’은 43세의 IT(정보기술)업계 종사자다. 그는 강남에 산 지 10년쯤 됐으며, 자가 소유의 강남 아파트에 산다.

잘사는 동네이니 출산율도 높겠다 싶지만, 평균합계 출산율이 0.71명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다(서울시 전체 평균은 0.92명). 추정되는 이유는 역시 집값 문제다. 강남 자녀들은 결혼 후 직장과 가까운 곳이나 서울 인근 신도시에 둥지를 튼다. 대치동 키드 출신인 이선영(29) 씨는 지난해 결혼해 경기 용인시에 신혼집을 차렸다. 주말이면 대치동 친정을 들렀다가 친구들을 만난다. 선영 씨는 “결혼해서도 강남 사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움을 받는다”고 했다. 이들에게 ‘고향’은 너무 비싸 가까이할 수 없는 얄궂은 존재다.

그러나 강남에는 의외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다. 일원동과 수서동을 중심으로 2008년 7월 말 현재 4717가구 9166명이 기초수급자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규모다. 강남 부촌의 상징 타워팰리스에서 직선으로 2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서울 최대 규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있다. 여기 무허가 주민들은 혹시나 ‘딱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개발에 목을 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