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가)

국내 최대상권에 유흥업소 없는 이색지대

중개사 2012. 11. 8. 13:21

[기획탐방=강남 상권을 가다]-④강남역 여명길…학원·극장·식당 ‘한지붕 세가족’

강남역 인근은 북쪽방향을 바라다 보면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왼편이 서초구, 오른편이 강남구에 속한다. 강남구 방면 이면도로인 ‘여명길’은 80년대 강남역 개통 이후 주택가가 형성된 지역이다. 90년대에 테헤란로에 오피스 상권이 형성되면서 하나 둘 주택이 허물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대형상권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특히 이 시기에 강남역 인근에 생긴 영어학원가는 현재 종로와 더불어 영어학원가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대학생과 직장인을 상대로 한 영어학원가는 이제 로스쿨이나 편입 그리고 공무원학원 등 새로운 입시학원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명길 최대의 랜드마크는 롯데시네마에서 CGV로 이어지는 극장가다. 강남대로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이곳을 중심으로 여명길의 핵심 상권이 형성돼 있다. 강남대로 서편 서초구와 달리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가 들어올 수 없어 24시간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여명길 북단의 경우 신논현역 개통에도 불구하고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해 지역 상인회에서 적극적인 거리 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변에 외국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주로 찾는 리츠칼튼, 노보텔 등 유명 호텔이 자리잡고 있지만 여명길 북단은 고요하기 까지 하다. 여명길은 이처럼 학원가(남단)-극장가-음식점(북단) 등으로 대분되는 ‘한 지붕 세가족’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 블록만 나가면 국내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강남대로 상권이지만 여명길에는 유흥업소가 없는 강남의 이색지대인 것이다. 불건전 안마시술소들이 영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스카이데일리가 기획특집 ‘강남 상권을 가다’ 세 번째로 찾은 곳이 바로 한 길 안에 세 가지 상권이 형성된 강남역 여명길이다. 유흥가 없는 여명길 확인을 위해 밤 시간에 찾았다.<편집자 주>

▲ 강남대로의 동편에 위치한 강남구 방면 최대의 랜드마크는 CGV다. 강남대로의 이면도로인 여명길 상권도 이런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스카이데일리

강남역 인근은 강남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하철 2호선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축으로 꼽히던 강남역은 지난해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유동인구가 더욱 늘었다. 2009년 지하철 9호선의 신논현역 개통도 이 일대 유동인구에 영향을 미쳐 현재는 유동인구가 100만명 수준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상권도 거대하고 복합적으로 발달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동서 상권이 오피스 상권으로 발달한 반면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남북상권은 오피스상권과 함께 식당가, 유흥가 등이 복합적으로 발달해 있다.
▲ 강남역 여명길 약도

강남대로 오른쪽에 위치한 강남역 여명길은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어진 이면도로다.

이곳은 하나의 길이면서 세 가지 상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강남역 인근인 남단은 학원가가 밀집해 있으며 중간지역에는 극장가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다. 여명길 북단인 신논현역 인근은 오래된 가게들이 남아 있는 가장 발전이 덜 된 지역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영어학원가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여명길로 진입할 수 있는 골목길이 보인다. 이곳은 강남에서도 영어학원이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으로 꼽힌다.

정철, YBM, 맨하탄, 글로벌 등 대형 영어학원들이 빠지지 않고 여명길 강남방면에 자리하고 있다.

▲ 강남역 남단에는 다수의 영어학원들이 있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스터디공간이나 까페도 자리잡았다. ⓒ스카이데일리

이들 영어학원은 90년대 초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기존 영어학원가의 대명사인 종로와 함께 양대 영어학원 중심지로 성장했다.

처음 형성될 때만 해도 테헤란로 직장인과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수도권 인근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주요 시장이었다. 그러나 서울지역 영어학원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곳 영어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었다.

최근에는 로스쿨, 편입, 공무원 학원 등 대학생 및 직장인을 겨냥한 입시학원들도 강남역 인근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명길 강남역 방면에 형성된 대형 학원가는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어학원 인근에는 다수의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다. 보다 접근성이 좋은 강남대로변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다수 있지만 여명길에 있는 커피숍들도 사람이 가득 차 있다.

북까페나 모임공간도 눈에 띈다. 임대료가 싼 대학가 인근에서나 볼 수 있는 모임공간이 강남역에 자리잡은 것이 이색적이다. 유동인구 면에서 대학가를 넘어선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강남역 여명길 남단과 경계가 되는 롯데시네마 인근. ⓒ스카이데일리

여명길 두 모습, 학원-극장가에 비해 침체된 북단

학원가를 지나면 롯데시네마와 CGV 등 대형극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식당가가 이어진다. 술집과 패션숍도 눈에 띄는 복합상권이다.

흔히 강남역 인근하면 떠오르는 잘 발달된 상권이 이곳에도 형성돼 있다.

롯데시네마와 CGV는 극장가이면서 랜드마크 역할도 하고 있다. “CGV 쪽에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할 수 있는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이곳 주변에는 영화관람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CGV 뒷골목으로 통하는 여명길 중간지대 상권이 발달한 이유 중 중요한 요인이다.

▲ CGV와 점프밀라노 뒷골목으로 유명한 여명길 중간지대 곳곳은 식당과 술집, 패션 등이 어우러진 복합상권으로 발전해 있다.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스카이데일리

한가지 특징은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강남대로 서편 서초구 일대와 달리 여명길 일대는 주변에 주택가가 남아있어 유흥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한때 불건전 안마시술소 일부가 성업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없어졌다.

다양한 종류의 술집과 음식점, 패션숍 등이 이면골목에 들어와 있고 랜드마크의 영향으로 야간에도 성황을 이루는 여명길이지만 유흥업소가 없는 이유 등으로 24시간 상권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CGV를 지나 신논현역 방향으로 이동하면 오래된 음식점들이 자리하는 여명길 북단으로 들어간다.

여명길 북단은 남단이나 중간지역에 비해 상권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는 느낌을 확연히 받을 수 있다.
주택가만 있던 80년대에 자리잡아 30년이 넘었다는 원주 추어탕 등 지역의 오래된 명소들이 있지만, 이들 가게들 외에는 상권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 80년대에 창업해 30년째 여명길을 지켜왔다는 원주 추어탕.

2009년 신논현역이 개통되면서 여명길 북단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여명길 북단은 교보생명 사거리 남쪽방향 건너편에 있는 논현동 맛의 거리로 가는 길목으로 이용될 뿐이다.

인근 오피스빌딩 직장인들도 과거와 달리 여명길 북단까지 와서 식사를 하는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전언이다.

이상수 강남역 여명길 상인회장(47)은 이와관련 “여명길 북단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 길이 P턴코스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명길 북단은 교보생명 사거리에서 강남대로로 빠지는 차량들이 P턴코스로 이용하는 길이어서 보행자들에게는 불편하고 위험한 거리로 인식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횡단보도를 이면도로 쪽으로 이동시켜 이면도로를 이용하기 편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교보생명 사거리의 횡단보도가 이면도로 쪽으로 이동하면 신논현역 위쪽에 자리한 논현동 맛의 거리와 아래에 있는 강남역 여명길이 연결돼 대형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상인회는 여명길 북단의 발전을 위해 해외관광객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간판에 외국어를 표기하고 종업원들에게 영어교육을 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스카이데일리

여명길 북단 상인들은 이런 요구사항 외에도 스스로 지역상권을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 5월 상인회를 결성하고 상권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거리의 특색을 만들기 위해 빛의 거리를 조성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재 검토 중이다. 이곳에 무지개빛 가로등을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거리의 특색을 만들어내자는 생각이다.

또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호텔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외국어로 메뉴판을 만들고 종업원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