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가)
[청계천 상가, 다시 시동을 걸자] [3] 空洞化 막으려면
중개사
2013. 9. 24. 21:09
[청계천 상가, 다시 시동을 걸자] [3] 空洞化 막으려면
인터넷 쇼핑 늘고 손님 줄면서 상가 네 곳 中 한 곳은 문 닫아
"60代 상인 은퇴할 20년 뒤엔 완전히 비어 슬럼화 될 수도"
최근 3D 프린터 활용한 제품, 주문 제작하려는 벤처인들 입주
"기술 개발 뒷받침할 정책 필요"
"나까지만 여기서 장사하다 끝내야지. 누가 여길 새로 들어오려 하겠어?"
서울 청계천 상가에서 일하는 상인 김모(58)씨는 "어차피 여기서 자리 잡고 장사하는 건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980년대에 청계천 상가로 들어와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도 없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계천 상가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됐다. 조명·기계·공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이곳으로 모였다.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기 전이어서 재래시장도 활기찬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 위기 사태를 거치고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하면서 청계천 상가는 급격하게 몰락했다. 더구나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차로까지 줄어들면서 이곳은 '도심의 섬'처럼 고립됐다. 청계천 상가 중 가장 규모가 큰 광장시장은 한 해 매출이 수조원 단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4000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청계천 상가에서 일하는 상인 김모(58)씨는 "어차피 여기서 자리 잡고 장사하는 건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980년대에 청계천 상가로 들어와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도 없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계천 상가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됐다. 조명·기계·공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이곳으로 모였다.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기 전이어서 재래시장도 활기찬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 위기 사태를 거치고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하면서 청계천 상가는 급격하게 몰락했다. 더구나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차로까지 줄어들면서 이곳은 '도심의 섬'처럼 고립됐다. 청계천 상가 중 가장 규모가 큰 광장시장은 한 해 매출이 수조원 단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4000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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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조명 기구부터 CCTV, 노래방 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청계천 세운상가. 이곳은 국내 최대의 주문형 생산·판매 시스템이 갖춰진 전자제품 상가다. 2000년대 말까지 쇠퇴하던 이곳으로 최근 벤처·중소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원선우 기자
청계천 상가 일대가 공동화(空洞化)되면 우리나라 근대화의 토대 중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청계천 세운상가 일대의 공업 지대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 주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곳은 대부분 1~5인 규모의 소규모 공장이 모여 있다. 그렇다 보니 소품종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주문형 제품 생산에 탁월한 경쟁력이 있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시제품 등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주문받아 만들어 판매한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술 명인들을 배출한 지역도 청계천 상가 일대였다. 이곳이 공동화되면 주문형 제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공업 단지가 사라지게 된다. 싼 가격에 테스트용 제품을 만들어 시험했다가 출시하는 벤처·중소기업들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전망들을 깨는 새로운 모습들이 최근 들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청계천 상가로 유입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3D 프린터 등 새로운 제조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한 공구·기계 생산 업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청계천 상가 일대가 가진 다품종 주문 생산의 노하우와 새로운 기술을 융합해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최근 세운상가에 입주한 우리나라 1호 예비 우주인 고산(37)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주는 벤처회사를 세운상가에 세웠다. 고씨는 '없지만 만들어주는' 세운상가의 잠재력에 반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또 도심 한가운데 있어 언제든지 쉽게 찾아와서 부품·기계를 주문해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청계천 상가에만 있는 장점이라고 했다.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청계천 상가 일대가 가지는 특성을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창조적 제품을 만드는 데 경쟁력이 있는 청계천 상가 일대에 세제 감면이나 임대료 지원 등의 혜택을 줘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