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부동산

[잔다리기획①] 홍대 앞 문화·예술이 죽었다고?

중개사 2013. 10. 12. 17:09

[잔다리기획①] 홍대 앞 문화·예술이 죽었다고?

여전히 무수히 많은 클럽에서 인디뮤지션의 공연이 진행되고 밤낮 할 것 없이 길거리에서는 버스킹이 이루어지며 홍대는 음악인 혹은 예술인의 거리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하고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홍대라는 하나의 지역도 그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홍대 문화를 향유해왔던 일부 이들로 하여금 "홍대는 이미 죽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 사진: KT&G상상마당 제공

그렇다면 정말 홍대 앞 문화·예술은 죽은 것일까. 이른바 음악의 근원지로 일컬어지며 단순한 지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 홍대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인가. 지난 11일 개최된 '2013 잔다리페스타'에서 진행된 '잔다리페스티 컨퍼런스: 퀘스천 앤 앤서'에서는 홍대라는 지역을 두고 이 문화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 '벨로주'의 박정용 대표, '김밥레코드'의 김영격 대표, '웨이브'의 차우진 편집장이 참석했다.

오랜 시간 홍대에서 각자 사업을 진행해왔던 이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도 홍대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개인이 찍어낸 소량의 책을 판매하는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는 "홍대 변두리에 있는 이상한 책방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이런 콘셉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용인 받을 수 있는 곳은 홍대뿐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카페 벨로주의 박정용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박정용 대표는 "음악을 근거지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은 홍대밖에 없다. 홍대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음악이 향유되고 소비되는 공간이지만 홍대가 조금씩 변화해 나갈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이들은 자본유입 때문이라고 밝혔다. 흔히들 '홍대는 죽었다', '홍대가 변했다'는 평가와도 가장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 김밥레코드의 김영혁 대표는 "자본이 흘러들어온 그 시기가 홍대가 변할 수밖에 없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홍대와는 별로 없는 것들 혹은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런 움직임들로 인해 '홍대에서 예전과 같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카페 벨로주의 박정용 대표는 "홍대는 늘 변해왔던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홍대, 홍대'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다. 홍대의 지역적 특성이 얼터너티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작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넓어지는 것 뿐이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긴 하나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어쨌든 홍대는 계속 변화해왔고 변화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는 "변해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흔히 이야기하는 변화가 아니라 '망했어. 변했어. 끝났어. 재미있는 건 더 이상 없어'하는 식의 태도들이 대부분이다. 인터뷰를 요청해오는 기자들도 기본적으로는 '홍대가 망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더라. 이런 인식들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예전에 있던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굉장히 소중했던 공연장이 다른 곳으로 변화했을 때 투영되는 감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밝혔다.

김밥레코드 김영혁 대표는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홍대밖에 없어서 무제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게 홍대여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연남동, 상수동, 망원동, 합정동 등 홍대 문화로 불리는 곳들이 이제는 마포구 전체를 조금씩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 사실 지금은 이 안에서 협회와 단체들이 많아지고 혼자의 힘으로는 정체되거나 도태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시기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김밥레코드'의 김영혁 대표는 "일종의 단체나 협회 등 또한 본인의 음악적 생각 등을 전파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게 되지 않나. 이런 게 현재 홍대라는 음악시장이다. 이것이 음악신을 키우는 데에 플러스 요소가 될 지 마이너스 요소가 될지는 모른다. 현상들을 읽기에는 이 움직임들이 아직은 초기의 단계다.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웨이브'의 차우진 편집장은 "다들 홍대를 음악이 중심이 되는 공감들로 이해한다. 홍대하면 음악이지 않나. 이러한 홍대 앞에 음악신이라고 한다면 이제까지 한 세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1995년에 1996년 사이 인디신이 폭발했을 때 한 번, 그리고 2005년 경 '카우치'라는 밴드가 MBC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출을 한 뒤 홍대신에 대한 지원이 어그러지고 인디밴드 '오! 브라더스'가 당시 이명박 시장을 만났던 사건이 있었을 때 한 번, 그리고 2009년 클럽이나 카페 등 공연 장소가 확장 및 변경됐을 때 한 번이다. 홍대는 이런 변화를 겪어왔다. 단계가 있지 않나. 홍대는 지금 이대로 소멸하느냐 진화하느냐에 있다. 각기 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홍대 앞 거리가 변화하고 문화가 변화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을 보였으며 급변하는 이 과정과 현상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 활동을 위해 홍대로 모여드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있어 홍대는 지역 이상의 의미로, 음악의 근원지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총평했다. 오랜 시간 뮤지션들의 창구가 되었던 공간으로 대변됐던 홍대와 홍대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나갈 지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