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패션상권, 리테일 시대 리드한다
홍대 패션상권, 리테일 시대 리드한다 |
|
서울 서북 상권의 중심, 홍대 상권이 리테일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홍대 상권에는 기존 보세 패션 매장들은 물론 최근 「탑텐」 「H&M」 『어라운드더코너』 등 주목 받는 점포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핫한 상권으로 부각되고 있다.
홍대 상권은 홍대입구역, 상수역, 합정역 등 3개 지하철역을 잇는 삼각지대 전역을 일컫는다. 과거 홍익대와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상권은 이제 서교동, 동교동을 넘어 합정동까지도 세를 확장했다.
◇ 상수역까지 확장된 ‘다이아몬드’ 홍대 상권
홍대 상권이 굵직한 주요 거리들을 뿌리 삼고, 뻗어나간 골목마다 특색을 갖추며 확장하고 있다. 주차장 A길부터 주차장 B길에는 의류매장, 음식점, 카페들이 즐비해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진다. 주차장 B길이 홍대 상권의 새로운 메인으로 떠오르면서 그 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골목길에는 다양한 편집숍, 디자이너 브랜드, 테마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홍대 상권은 홍대 입구역 9번 출구 앞 주진입 라인, 홍대입구역 사거리에서 홍익대학교 앞으로 이어지는 서교로와 홍대 앞 놀이터 주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이어지는 주차장 A길이 메인이었다.
홍대입구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9번 출구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진입 라인이 발달했고, 홍익대로 걸어 올라가는 서교로는 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이 앞다퉈 문을 열며 호황을 누렸다. 많은 보세 매장이 줄줄이 늘어선 주차장 A길은 지금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 상권은 점들이 이어져 선을 이루고, 여러 선들이 얽히면서 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홍대 상권은 홍대입구역을 시작으로 동남쪽 상수역, 남쪽 당인리발전소, 서남쪽 합정역까지 흩어진 점이 선으로, 線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거대한 상권을 형성한다. 메세나폴리스가 들어선 합정역 너머까지도 확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핫한 홍대 상권과 많이 비교되는 가로수길 상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면’ 상권 형성에 있다.
가로수길 상권은 말 그대로 메인 거리인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상권이 계속 발달하며 ‘세로수길’로 세를 넓혔지만, 그 이상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로수길에서 더 나아갈 곳이 없고, 반대로 뻗어나가려 해도 이미 포화 상태인 압구정 상권과 부딪혀 더 이상 확장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홍대 상권은 다르다. 상권 안의 모든 ‘선’인 거리들이 돌아가면서 지역의 메인을 맡아도 될 만큼 저마다 뚜렷한 특색이 있고, 그 무수한 선들이 모여서 만드는 ‘면’의 면적은 한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먹물 번지듯 사방으로 넓게 퍼지고 있다.
주차장 길에서 합정역 쪽으로 형성된 카페 거리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 |
◇ 당인리발전소 부근까지, 문화 상권 조성
홍대 상권이 2~3년 후에는 서울 문화와 관광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 자체에서도 각종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서울시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신촌·홍대 지역을 창조산업을 통해 관광 활성화할 것이며, 당인리발전소 상부를 문화 공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인리발전소 상부가 문화 공원으로 조성된다면, 그 지점과 합정역, 상수역이 또 다시 ‘면’ 상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홍대 상권은 더욱더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당인리발전소 앞에 조성되는 문화공원 옆으로 큰 미술관이 들어선다고 가정한다. 그렇게 되면 공원과 미술관 부근에는 작은 갤러리들이 하나 둘씩 들어설 것이다. 이를테면 갤러리 거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당인리발전소와 만나며 이어지는 홍대 주차장길은 길이만 300m로 홍대 상권의 핵심요소다.
볼거리, 살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한데 모여있는 복합 상권이다. 주말이면 예술품 직거래 장터, 축제, 공연 등이 모두 이 길을 따라 열린다. 이처럼 문화와 패션을 즐기고, 먹고 놀며 4시간 이상 소비자들이 머물 수 있는 상권으로 활성화되면서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젊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패션’이 홍대 상권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묘환 CMG 대표는 “상권이 커지면 커질수록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상권 내 개인사업자, 상가들이 조직을 형성하고, 상권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덩어리만 커질 뿐, 슬럼화될 우려가 있다”며 “홍대 상권은 리테일 시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부응하는 문화복합 상권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 상권을 더 건강하게 발전시키려는 ‘컨트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패션 디자이너, 기업들, 홍대 상권으로 모여
기존 홍대 패션 상권은 200여 개의 작은 보세 매장들이 주를 이뤘다. 전형적인 스트리트 상권으로 머물며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3~4년 사이 주차장길이 복합 상권의 면모를 갖춰 가면서 패션 기업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는 상권인데다, 리테일 시대에 걸맞는 먹고 놀고 마시고 사는 것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상권이기 때문이다.
잇따른 패션 기업들의 홍대 진출에 기존 보세상권에서는 “밥그릇 빼앗기는 것 아니냐, 달갑지 않다” “세만 더 오르게 생겼다”는 등의 우려를 표했고, 기반을 갖춘 편집숍들은 “세는 조금 오를 수 있지만, 상권이 활발해짐으로 나쁠 것 없다” “그들과 우리의 고객들은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LG패션의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 2호점이 주차장 거리 「탑텐」 맞은편에 오픈하면서 홍대 상권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픈 이후 『어라운드더코너』 앞은 언제나 매장을 찾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에 따라 골목 안쪽으로 보세매장과 인디 브랜드들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또 7월에는 스트리트 편집숍의 강자로 꼽히는 『카시나』가 프리미엄숍을 오픈했다.
편집숍 오픈만 줄을 잇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에 남성 캐주얼 브랜드 남성 캐주얼 브랜드 「더파트먼트」, 3월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네이키드카인드」가 브랜드 론칭과 함께 첫 매장을 열었고, 2월에는 「반스」가 『ABC마트』를 나온 이후 서울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뿐만 아니라 SPA 브랜드 「H&M」도 지난 3월 5610㎡(1700평) 5층 규모 매장을 열면서, 「유니클로」를 비롯해 「자라」 「갭」 등 SPA 브랜드 매장 간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홍대를 가장 먼저 선점한 대형 브랜드 매장은 편집숍 『에이랜드』다. 『에이랜드』 는 2011년 12월 주차장길 뒷골목에 5층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꾸며 홍대 상권에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아울렛인 『에이랜드애프터에이랜드』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후 상상마당 맞은편으로 신성통상의 「탑텐」이 대형 매장을 열면서 패션 브랜드들의 홍대 진출은 봇물이 터졌다. 「탑텐」 홍대점은 990㎡(300평) 규모로 월 5억~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로 알려졌다.
“홍대는 늘 진화하는 핫플레이스죠”
원성진 수퍼에이전시 대표
“홍대는 한 번도 상권이 죽었던 적이 없었어요. 다만 예전에는 젊은 친구들의 욕구를 다 풀어줄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죠.”
지난날 홍대 상권은 어땠냐는 질문에 원성진 수퍼에이전시 대표가 회상에 잠기며 말했다. 원 대표는 2009년부터 편집숍 『스컬프』를 운영하는 홍대의 터줏대감이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죠. 예전에는 주위에 별다른 가게도 없었는데, 지금은 식당, 커피숍, 의류 매장 등 수많은 가게가 들어섰어요.”
원 대표는 “상대적으로 세가 올랐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며 미소 지었다.
『스컬프』는 남성 클래식 편집숍으로 워크 부츠 「써로굿」, 영국 퀼팅 재킷 「라벤햄」, 유럽식 워크 웨어 「이스트로그」 등 40여개 브랜드로 매장을 구성했다.
원 대표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이스트로그」 「모스그린」 「올어라운드셔츠」 등 6개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더 힘쓸 예정이다.
“10년, 20년 후에 입어도 멋스러운 옷이 정말 좋은 옷이라고 생각해요. 무던한 멋이 있는 브랜드들을 더 많은 국내외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유니크한 색깔이 우리 경쟁력”
노성진 『맨하탄스』 대표
“대형 기업들의 편집 매장과 저희 『맨하탄스』는 전혀 같은 시장이 아니에요. 저희만의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같은 상권에 대형 매장이 줄줄이 들어선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노성진 『맨하탄스』 대표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1년 5월 문을 연 『맨하탄스』는 뉴욕 맨해튼의 분위기를 매장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딱 한 개의 브랜드로 시작한 『맨하탄스』는 현재 「세이브카키」 「니서스호텔」 등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가 많고,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많은 마니아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100개로도 부족해요.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를 선보일 겁니다. 국내 1등 편집숍 매장이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릴 거에요.”
노 대표는 작년 대비 20배의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맨하탄스』는 도쿄와 뉴욕의 숍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홀세일 비즈니스, 브랜드 마케팅 등을 협업한다. 따라서 해외 브랜드는 『맨하탄스』에서, 『맨하탄스』의 브랜드는 해외 각 매장에서 더 활발하게 유통된다.
“나 혼자 아는 핫플레이스입니다”
조혜지 「네이키드카인드」 대표
“트렌드에 민감한 친구들이 다른 곳보다 많아 보였어요. 그게 「네이키드카인드」의 첫 출발을 홍대에서 하게 된 이유에요. 고객들이 ‘나만 혼자 알고 싶은 핫플레이스’로 여기길 바라는 마음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을 찾았죠.”
올해 3월 상수역 쪽 주차장 길 골목 안쪽, 『스컬프』 바로 맞은편에 문을 연 「네이키드카인드」의 조혜지 대표. 그는 5년간 동대문에서 실력을 쌓은 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네이키드카인드」는 20대 초반을 타깃으로한 ‘러브’ 라인과 20대 후반~30대를 겨냥한 ‘카인드’ 라인으로 나뉜다. 여성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절개와 디자인이 돋보여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효리, 클라라, 현아 등 당대 최고 섹시 스타들이 「네이키드카인드」의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연히 매장을 찾은 백화점 바이어에게도 입점 제의를 받고 조율 중이다.
“이번 부산패션위크를 시작으로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고,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 방콕 등에도 추가 진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하는 「네이키드카인드」,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