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가)

"상가 분양계약서 잘못 썼다간 큰 코 다쳐요"

중개사 2008. 8. 5. 10:16
"상가 분양계약서 잘못 썼다간 큰 코 다쳐요"
계약금 분납 등은 특약사항에 명시해야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임모씨는 얼마 전 서울 강북의 A복합상가 내 점포를 1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상가 완공 후 점포를 임차인에게 임대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 목적이었다.

분양업체 담당 직원은 임씨에게 "계약금 3000만원만 내면 나머지 중도금은 임대 보증금으로 채울 수 있다"며 '임대 보장'을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임씨는 중도금를 기한 안에 내지 못했다. 그러자 업체 측은 중도금 장기 납입 지체를 이유로 "계약 파기와 함께 위약금을 물라"고 통보했다. 임씨는 임대를 보장한다던 분양 대행업체 담당 직원을 찾았지만 그만뒀다는 답변만을 들어야 했다. 그는 "계약서에 임대 보장이라는 조건을 특약사항으로 명기하지 않은 게 실수"라며 "업체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계약금만 떼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구두 약속은 금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가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상가 분양계약 조건이 중간에 일방적으로 변경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에 사는 안모씨는 최근 경기도 화성 소재 근린상가를 2억원에 분양받기로 하고 분양 대행 업체 직원과 계약을 맺었다. 전체 분양대금 중 2차 중도금 8000만원은 상가 임차인으로부터 임대 보증금을 받아 충당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안씨는 경기 침체로 점포를 임대받겠다는 임차인이 나서지 않아 결국 중도금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가 시행업체는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매출액의 20%를 받는 수수료 매장 형태로 점포 임대방식을 변경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안씨는 당초 점포 보증금을 받아 지불하기로 했던 중도금 8000만원 중 7000만원을 현금으로 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안씨가 ‘사기 분양’이라며 계약 파기를 요구하자 시행업체는 "상가 분양 계약을 분양 대행업체와 체결했으니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상가 분양 대행 업체는 "계약서를 통해 중도금 납부 기일 등을 알렸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계약서 작성은 살얼음판 걷듯 해야

분양 대행업체의 계약금 분납 조건에 현혹해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계약금만 떼이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달 상가 분양사무실에 들렀다가 '연 수익률 10% 보장'이라는 분양 담당 직원의 말에 솔깃해 계약서를 썼다. 계약금 5000만원 중 100만원을 당일 납부하고 계약 잔금 4900만원을 다음날 내는 조건이었다.

다음날 오전 마음이 바뀐 김씨는 업체에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업체는 "나머지 계약 잔금 4900만원을 모두 내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김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 업체는 계약해지 거부 근거로 지난 4월 대법원이 '계약금이 일부만 납부된 것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결한 사례를 들이 댔다.

김씨는 "업체의 논리대로라면 전체 계약금 5000만원을 날리게 된다"며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내고 싶어도 시간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고개를 저었다.

계약조건 변경시 처리 절차 등 명시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가 분양 계약서 작성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계약금 분납 등의 계약조건은 가급적 분양 담당 직원인 아닌 시행업체와 계약서 상의 특약사항으로 작성하라는 것이다. 이때 계약 해지 시 미납된 계약 잔금의 처리 절차를 정리해 두면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최근 분양업체들이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의 보증금 대체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가 분양대금을 약정한 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당하고 계약금을 날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