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 상가 간판 전쟁
상호 차별화로 고객 끌기 부심

‘바나나’ ‘포도’ ‘토마토’ ‘애플’ ‘오렌지’ ‘올리브’…. 과일 또는 야채 이름 만이 아니다. 최근 분양 중이거나 운영 중인 상가의 간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호다.

상가시장에 때 아닌 간판 전쟁이 치열하다. 상가는 숫자가 워낙 많고 입점 점포나 서비스 수준이 비슷비슷해 고객들의 눈길을 잡아 두는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간판 이름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분양하거나 영업 중인 상가에는 튀는 간판 이름이 많다.

과일이름 등 이색 상호 늘어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억하기 쉬운 과일 이름을 간판으로 쓰는 상가다.

‘바나나’는 경남 양산시 중부동 물금지구에 들어선 테마 상가다. 지하4층∼지상10층 연면적 1만2763㎡ 규모로 패션 의류, 잡화, 이동통신기기 등이 입점 예정이다. 시행업체인 네모종합건설은 올해 8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잔여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역세권에 들어서는 ‘포도’는 지상15층 연면적 3만7487㎡ 규모인 대형 쇼핑몰이다.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시행사인 한원에셋은 상가 개장 후 이후에도 업체가 소유권을 갖는 완전 임대형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글로벌 부동산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한국 지사가 임대 분양을 대행하고 있다. 상가 개발 자금은 미국계 금융업체인 와코비아 리얼 이스테이트 코리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했다.

‘애플7’은 경기 오산에 있는 테마상가다. 지하2층∼지상8층에 연면적 1만1834㎡ 규모로 패션 의류, 잡화, 게임장, 영화관 등이 입점 예정이다.

시행사인 사과나무투자 관계자는 “기억하기 쉬운 간판을 찾다가 애플로 이름 짓게 됐다”며 “2만여 가구의 원동지구를 배후 수요로 상권 활성화가 예상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과일 이름을 간판으로 내세운 ‘오렌지스퀘어’는 인천 계양구에 운영중인 임대전문 상가명이다. 일산 동구에 위치한 ‘올리브’ 상가는 점포수만 298개에 이르는 대규모로 스트리트형 상가다.

지하철역 이름 쓰기도

상가 간판에 과일이나 야채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학자나 만화영화 이름도 눈에 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서 분양 중인 ‘아인슈타인’, 남양주 ‘황금독수리’ 등이 이런 사례다.

테마쇼핑몰은 전문 업종을 쉽게 알 수 있는 이름이 간판으로 동원된다. 불로장생, 한방천하, 동의보감 등은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에 들어선 한방 전문 테마상가의 간판이다. 간판에 OOO아카데미, ×××에듀, △△△메디컬 등이 붙은 상가는 학원이나 병의원 전문 상가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상가가 들어선 특정 지역 명칭을 상호에 집어 넣은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가로 송도우성메디피아, 죽전프라자, 당진프라자, 도촌 대덕프라자, 발산메디컬타워 등이 있다. 특히 역세권에 들어선 상가인 점을 강조하가 지하철 이름을 간판으로 쓰는 상가도 적지 않다.

일부 테마상가의 경우 최근 침체한 쇼핑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백화점이란 명칭을 간판에 슬그머니 넣기도 한다. 서울 신림역 상권의 씨앤백화점, 불광역 상권의 2001아울렛백화점, 부산 동구 범일동 진혼수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새로운 형태의 상가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테라스형 상가의 경우 상가명칭에 반드시 ‘테라스’라는 명칭을 넣는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서 분양한 대우월드마크 ‘테라스가든‘의 경우 최근 테라스상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기를 업고 현재 분양률이 전체 점포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억하기 쉬운 이름만 상가 간판에 등장하는 것이다. 누리에뜰해밀, 에스뻬랑스, 우민에뜨와르 등과 같이 상가 이름을 외우기가 힘든 곳도 있다.

한편 상가 정보 제공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가장 흔한 상가 간판 이름으로는 센타프라자, 제일프라자, 중앙프라자, 현대프라자, 삼성프라자 등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장경철 실장은 “상가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눈에 띄는 간판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간판보다는 내실 있는 상가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중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