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섣부른 기대는 금물
투기 우려로 현실화하는 데 한계 많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부동산 시장에 규제의 바람이 불까. 노무현 정부는 무엇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 각종 규제를 도입했다. 수요 억제는 집값 급등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었다.

수요 억제는 다소 반시장적인 정책이어서 ‘친시장적’인 이명박 정부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명박 후보도 규제보다는 완화에 무게를 둔 공약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각종 규제가 어떻게, 얼마나 완화될 수 있을지 항목별로 따져본다.

분양가 상한제·전매제한 전면 수정 어려워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05년 3월 공공택지 중소형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전국 모든 주택으로 확대됐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인하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계약후 최장 10년에 이르는 긴 전매제한이라는 재산권 행사 제약도 수반했다.

업계는 상한제 확대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지만 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가격 인하에 찬성하면서도 전매제한이란 꼬리표를 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상한제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업계는 상한제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상한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여서 공급 위축의 부작용이 당장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전매제한 강화에 따른 미분양 우려도 마찬가지. 최근 미분양 증가의 주된 원인을 전매제한으로 꼬집어 말할 수 없다. 긴 전매제한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단지에는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그동안 공공택지에서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된 단지가 아직 입주하지도 않았다. 내년부터 입주할 예정인데 입주 후 전매제한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도입 초기의 제도를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전매제한 기간은 다소 조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큰 기대는 어렵다. 전매제한을 둔 이유가 상한제로 가격이 떨어진 주택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인데 상한제는 유지하면서 전매제한을 대폭 완화한다면 투기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매제한을 완화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적어도 5년 이상은 될 것 같다. 수도권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인 5~7년 정도로 말이다. 이 정부에서 5년을 둔 것은 공사기간 2년 가량과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3년을 합쳐 적어도 5년은 돼야 전매제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봐서다.

1주택자 양도세·종합부동산세 부분적 완화 예상

이명박 후보가 밝힌 부동산 세금 공약은 1주택자에 한해 양도세와 종부세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1주택자는 3년 이상 보유(서울, 과천, 분당 등 5개 신도시 선 2년 거주)하면 양도세가 6억원 이하에 대해 비과세된다. 웬만해선 6억원이 넘는 강남권에선 1주택자라고 해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반쪽’만 받고 있는 셈이다.

종부세 역시 1주택자라고 해도 6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내야 한다.

1주택자 양도세·종부세를 완화하더라도 전면 폐지하기는 어렵다. 세금 수입이 적지 않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자(48만6000명)의 40% 가량이 1주택자다.

때문에 일부 완화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한도와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 정도로 올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니면 금액 한도는 그냥 놔두더라고 10년 등 일정한 기간을 둬 장기간 보유하거나 거주하는 경우에 주택가격에 상관 없이 면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세금 완화가 1주택자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후자가 더 설득력을 가질 것 같다.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현실성 떨어져

이명박 후보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을 공약으로 낸 것은 규제 완화 목적이 아니다.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의 주택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용적률 상향은 특히 서울에서 쉽지 않다. 서울시의 용적률 정책이 줄곧 고밀개발 억제여서 용적률이 낮아져 왔기 때문이다.

이 정부에서도 이미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을 만들어 재개발의 경우 현행 용적률보다 50% 포인트 더 높일 수 있게 했지만 서울시는 용적률을 높이지 않았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내세워 기존 재개발 용적률 수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에서 리모델링하기 쉬운 구조로 지을 경우 용적률을 20% 더 줄 수 있게 했는데도 인센티브를 10%만 주기로 했다.

이 정부에서도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있는 각종 제도가 생겼지만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에 옹색했던 것이다.

또 용적률 상향은 기존 단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크다. 이미 낮아진 용적률대로 사업이 추진된 단지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기본계획 등 서울시 차원의 도시계획을 통해 진행되는데 용적률을 올리려면 전체 개발계획의 틀을 다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화하는 데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만약 용적률이 높아져 현재 용적률에 발목 잡혀 있던 주로 강남지역 사업장들의 재건축이 활기를 띈다면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완화는 생각하기 힘들다.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라는 투기억제장치까지 푼다면 또다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을 불안하게 할 게 불을 보듯 뻔해지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중소형평형의무비율(전용 60㎡ 이하 20%, 60~85㎡ 40%, 85㎡ 초과 40%)도 손대기 어렵다. 중소형평형의무비율은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큰 평형 위주로만 사업을 해 공급확대 효과가 적고 서민용 주택이 부족해지는 것을 우려해 도입된 것이다. 공급확대라는 측면에서 중소형평형의무비율은 효과적인 것이다.

규제 완화 내년 하반기 이후 시행될 듯

세부적으로 어떻게 규제가 완화될지는 이명박 정부가 본격 출범한 뒤에나 윤곽이 잡히겠지만 어쨌든 시행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 큰 폭의 규제 완화는 2009년 이후나 가능해진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당면한 가장 큰 이슈가 내년 상반기 총선이다. 총선에 집중할 것이어서 규제 완화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규제 완화는 관련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데 총선 와중에 법 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필요해 총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내년 상반기 새 국회가 만들어진 뒤 부동산 제도변화 역시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경과기간 등을 감안하면 큰 변화는 2009년은 돼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기대는 갖게 하지만 기대만큼 현실화하는 데는 한계도 많다. 그만큼 이번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도 ‘대못질’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집값 불안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게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한계가 될 것 같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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