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age] 송파구 신천역 상권 `송파의 중심으로` 재탄생

“이제 힘든 시기는 지났어요. 잠실 제2롯데월드가 다시 본격 추진되고 재건축 단지 입주까지 완료되면 신천역 상권은 분명 부활할 겁니다.”(신천역 앞 열린공인 윤석태 소장)

명동, 신촌 등과 함께 서울 10대 상권의 한 축을 굳건히 지켜온 신천역 상권.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날이 어두워지면 신천역 먹자골목은 젊은이들로 붐빈다. ‘신천역 먹자골목에 점포만 내면 파리 날릴 걱정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도로변 상가와 인근의 먹자골목에만 2000여개의 점포가 있고 새마을시장 점포도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다른 곳을 압도한다.

하지만 요즘 신천역 상권은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배후 수요가 한꺼번에 빠진 것. 그나마 10~20대 젊은층 중심의 외지인 수요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매물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던 잠실 천주교성당 앞의 메인도로는 벌써 여러 곳이 간판을 갈아치웠다.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권리금이 없는 매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곳곳에 ‘점포정리’라는 팻말을 붙인 텅 빈 상가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윤석태 열린공인 소장은 “젊은이들을 위한 업종은 그나마 장사가 잘되지만 재건축 때문에 주민 수요가 급감해 대부분 업종은 매출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신천역 메인거리 1층 점포의 경우 33㎡(10평)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50만~400만원 수준. 권리금이 예전보다 많이 빠졌지만 목 좋은 곳은 2억~3억원 이상 붙어 있을 정도다. 그나마 단골을 많이 확보한 식당이나 술집 등은 매출이 괜찮은 편이다. 신천역 먹자골목 학사공인의 이병임 소장은 “대로변과 코너 1층 상가들은 아직까지 장사가 잘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실제 문의나 거래는 거의 뜸한 상황이다. 임대수익률도 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윳돈이 많지 않고서는 섣불리 장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한때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트리지움(옛 잠실주공3단지) 단지 내 상가 역시 요즘 가격 거품이 많이 빠진 상황. 일반 분양분 전면부 입찰 당시 3.3㎡당 1억5000만원까지 낙찰돼 국내 상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최고가였던 인근 레이크팰리스(옛 잠실주공4단지) 상가 1층의 3.3㎡당 최고 분양가 1억3000만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지금은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분양 중인데 분양가는 3.3㎡당 3000만~7000만원 선이다. 이병임 소장은 “처음 분양할 때 3.3㎡당 1억5000만~2억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장사가 잘되도 그 정도 돈 내고 들어오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명성을 많이 잃었지만 신천역 상권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은 여전하다. 이미 트리지움 입주가 완료됐고 내후년 잠실 재건축 단지 입주가 모두 완료되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란 기대다. 윤석태 소장 역시 “지금 신천역 상권은 한마디로 ‘숨고르기’ 상태”라고 정리한다.

“장사가 잘되던 곳들도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제 힘든 시기는 지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리지움을 시작으로 다른 재건축 단지까지 입주하면 상권이 다시 부활하겠죠. 한바탕 구조조정 회오리도 불 거고요. ”



신촌 먹자골목 일대
■ 신천역 상권의 특징 ■

‘제2의 압구정’ 명성 재건축 입주 완료 시점이 최대 고비

2009년은 신천역 상권의 최대 고비처다. 이미 지난해 12월 입주한 레이크팰리스, 올 8월 입주한 트리지움을 비롯해 1, 2단지를 합한 2만5000여가구 입주가 2009년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이 수요가 신천역 상권을 살린다면 좋겠지만 만약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영영 부활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신천역 상권의 흐름을 보면 이해가 쉽다. 그동안 신천역 상권의 배후 가구는 잠실주공아파트 1~3단지와 아시아선수촌단지였다.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기점으로 종합운동장,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등이 들어서면서 잠실 일대는 10~20대 중심의 젊은층이 찾는 대표적인 유흥상권으로 성장해왔다.

잠실래미안, 갤러리아팰리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수만 가구를 비롯해 잠실 1~7동, 삼전동, 석촌동, 방이동의 근거리 거주인구만도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잠실본동에 주로 위치해 있는 금융기관, 증권사 등 오피스타운 상주인구를 합하면 신천역 상권에서 소비를 하는 고정 수요가 강남역 부럽잖은 수준이다. 배후 수요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얘기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주변에 잠신중·고교, 영동여고 등 학교가 많아 젊은층 유입이 용이해 ‘제2의 압구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앞으로 재건축 단지 입주 기대로 서울 시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권”이라고 설명한다.

배후 수요가 풍부한 데다 교통 여건이 어느 곳보다 좋다. 지하철 2호선으로 잠실, 강남 방향 접근이 편하고 인근 잠실역은 분당, 천호동과 연결된다.

서울뿐 아니라 구리, 하남 등 수도권 외곽으로 운행하는 다양한 버스 노선이 이곳을 거쳐 간다. 강북과의 주 연결로 중 하나인 잠실대교가 인접해 있어서 강북권 수요 유입효과도 꽤 있다.

다른 곳과 비교해도 희소성 가치가 있다. 대단위 주거단지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신천역 일대를 제외하고는 인근에 마땅히 상권이 형성될 만한 곳이 없기 때문. 당연히 배후 수요의 집객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장경철 3M컨설팅 대표는 “좀 더 넓게 보면 내년 6월 입주하는 송파 법조타운과 내년 말 최초 분양하는 송파신도시 효과도 입을 수 있어 ‘황금상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치는 이미 상가 가격에 반영됐다. 먹자골목의 평균가격을 보면 49㎡당 권리금이 1억~1억5000만원, 월세 100만~300만원 수준이다.

또 지하철 신천역과 바로 연결되는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지하 1층 점포는 3.3㎡당 최고 4500만원에 달했고, 지상 2층도 6500만원대로 뛰었다. 한편 잠실 레이크팰리스 단지 내 상가도 지상 1층 9000만~1억1000만원대 분양가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 인기 상가로 군림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천역 상권은 시세 면에서 건대 상권 혹은 과거 호황을 누렸던 압구정동 상권 수준으로 도약 중”이라고 정리한다.

■ 상가 고분양가 악재 ■ 

신천역 상권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악재도 꽤 있다. 기대감을 등에 업은 상가 고분양가는 당연 상권의 약점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분양가가 너무 높아 자칫 괜찮은 임차 업종을 찾지 못한다면 적정한 투자수익률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기존 상가 매물 역시 임대료와 권리금을 크게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뿐 아니다. 상업지역인 대로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천역 상권 구역이 제3종 일반 주거지역이라 주차시설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유동인구의 60% 이상이 10~20대 초반의 젊은층이라서 주머니가 가볍다는 것도 점포 매출을 높이기 어려운 이유다. 상권의 집중도도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해 소형 매장만 많을 뿐 1층 기준 대형 매장(165㎡ 이상 대형 평형대)이 적어 임차인 입장에서 선택폭이 좁다. 넓은 점포가 필요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쉽게 들어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상권도 천주교회를 중심으로 좌우 축에 쏠려 있고 이면으로 들어가면 아예 손님 발길이 뜸한 상가들도 눈에 많이 띈다.



신천역 주변 잠실재건축 단지들 모습.
■ 신천역 상권의 5년 뒤 ■

젊은이 상권→고급 상권 도약 기대

신천역 상권의 장기가치를 보려면 지하철 9호선 호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하철 2호선 신천역과 올해 착공 예정인 9호선 삼전사거리역이 인접한 이중 역세권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9호선 2단계 종합운동장-방이동 구간에 건설되는 삼전사거리역은 트리지움에서 도보로 3~5분 거리에 불과하다. 비교적 영세한 형태로 운영되던 1층 로드상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넓게 보면 상권 업종이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겪을 수 있다.

선종필 대표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배후수요가 많아지고 상권 수요의 연령대가 높아져 결국 객단가가 상승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에 따라 점포들의 구조조정을 거친 뒤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많이 들어서면 자연스레 상권의 고급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신천역 상권은 기존 젊은이 위주 상권에서 중산층 고정고객 수요가 뒷받침되는 생활밀착형 업종 중심 상권으로 변모할 것이란 얘기다.

박대원 연구원은 “20대 위주에서 가족 단위로 소비층이 전환돼 상권 내 업종 변화 바람이 불 것이다. 젊은층 수요가 건대 방면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 잠실 부동산 투자가치 있나 】

◆ 신천역 일대 상가주택 노려라

= 강남권 아파트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요즘 유독 잠실 일대만 상황이 다르다. 레이크팰리스, 트리지움을 비롯해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잠실 일대 부동산은 투자가치가 있을까.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중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잠실은 강남구를 대체할 유망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고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 역시 “이미 잠실 부동산은 초기 개발이익을 현실화한 단계이기 때문에 선별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품별로 봤을 때는 신천 상권을 배후로 두고 있는 상가주택이나 단독주택 투자를 노려보라는 주문이 많았다. 신천역 먹자골목의 경우 유동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리모델링 가능한 상가주택이 유망하다는 얘기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장은 “잠실 재건축 단지 입주완료까지 1년 이상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상가 투자 후 1~2년간은 제3자에게 임대를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투자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단지 내 상가 분양가가 너무 높기 때문에 상가 대신 아직 입주권 상태인 잠실주공1, 2단지의 급매물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재건축이 가시화되지 않은 5단지도 노려볼만하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일시 정지된 상태. 하지만 상업용지로 변경돼 주상복합으로 재건축될 것이란 기대 덕분에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상업용지로 변경될 경우 용적률이 80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고층 주상복합 건립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종합해보면 잠실의 미래는 대체로 밝은 편이다. 5년 뒤 강남 아파트 신규 공급이 부족해지고 기존 아파트들은 낡아 고급 수요가 새 아파트들이 많은 잠실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양해근 팀장은 “특목고 입시로 유명한 학원들이 잠실로 입성하면서 이 일대가 새로운 입시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130㎡ 이상 대형 평형 아파트들은 웬만한 강남구 아파트들 가격을 추월할 것이란 기대도 많다.

하지만 잠실에는 소형 평수들이 많고 중대형 평형이 적어 강남이나 서초구 일대처럼 고급 주거지 면모를 갖출지는 의문이다.

박상언 대표는 “잠실 제2롯데월드가 본격 추진되고 잠실 5단지 재건축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고급주거지 도약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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