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1번가는 변신 중… 새 명소 '속옷 거리' "속옷 구경하러 놀러와~" | ||||||
마침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 둔 날, 체리가 그려진 커플 속옷 세트를 골라 들고 깔깔 거리던 그녀들, 냉큼 판매대 옆에 있는 자수 프린트 매대에 다가선다. 원형의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색상과 내용별로 구분돼 담겨있는 자수 프린트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서 프린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 개당 800원 짜리 자수 프린트 몇 개만 사면 3,000원짜리 팬티 값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지만 이미 놀이에 빠진 그녀들은 아랑곳없다. 노란색 말풍선 안에 ‘바람 피지 마’라고 자수가 놓인 프린트를 집어 들고서 하는 말, “재미 있잖아요!” 서울 명동의 이른바 먹자골목이 속옷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명동의 터줏대감 격인 금강제화 앞길, 중앙통에서 한 블록 아래쪽 소위 ‘명동 1번가’로 불리는 곳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른쪽으로는 떡볶이며 순대볶음 좌판이 줄줄이 이어져있는 이 곳에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펀(funㆍ재미) 컨셉트의 속옷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맨처음 감성내의 브랜드 ‘예스’ 매장이 자리를 튼 것이 5년 전이다. 중저가브랜드 ‘바디팝’이 1년 전에 바로 맞은 편에 매장을 냈고 그 뒤로 ‘더데이 이너웨어’,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 ‘마루 이너웨어’, ‘나일론’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섰다. 1번가와 중앙통을 잇는 통로에는 일본 직수입 브랜드 ‘로리안 미르’가 지난 해 8월 오픈했고, 중앙통에는 ‘섹시 쿠키’ ‘에블린’이 문을 열었다. 이밖에도 중앙통에서 한 블록 뒤 명동 2번가에는 역시 일본 직수입브랜드 ‘에메필’을 비롯 ‘댑’, ‘헌트이너웨어’ 등이 1번가의 변신에 동참하는 추세다. 명동 1번가를 중심으로 한 이들 매장은 일반적인 속옷 매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분홍 하트 풍선이 매장 안에 떠다니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 쿠션이나 앙증맞은 땡땡이 무늬 슬리퍼, 색색의 헤어밴드와 액세서리들이 사탕 모양으로 포장된 속옷과 함께 진열돼 있다. 매장 입구에는 대형 팬시점에서 흔히 보는 쇼핑 바구니가 차곡차곡 쌓여있고 계산대 옆에는 초콜릿 땅콩 디스펜서가 입안의 심심풀이용으로 신세대들을 유혹한다. 쇼핑을 하다가 지치면 쉬어가라고 매장 안에 간단한 음료를 무료 서비스하는 라운지를 꾸민 곳도 있다. 굳이 사지않더라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와 휴식이 있는 곳, 속옷 거리 명동 1번가의 모습이다. 회사원 이진희씨는 “얼마 전 중학생인 조카에게 ‘친구들과 함께 명동에 속옷 사러 간다’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엔 무조건 엄마가 사다주는 속옷 입었는데 요즘은 청소년들도 놀이동산 가듯이 속옷 매장에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남녀 구분이 따로 없는 것도 특징이다. 먹자골목에 맨 처음 자리를 튼 ‘예스’ 직영점 김정원 매니저는 “주말이면 거의 커플 손님들”이라며 “남자들도 쑥스러워 하기는 커녕 서로 옷도 골라주고 쿠션이나 양말 잠옷 같은 구색 상품들도 구경하면서 같이 노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명동 1번지가 펀(fun)을 주제로 한 속옷거리로 변모하는 데는 명동 상권이 10대후반 20대 초반 젊은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성(性)에 대한 개방적 사고가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스의 명동 매장은 중고등학생들이 매출에 기여하는 폭이 30~40%에 이른다. 김정원 매니저는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과는 달리 속옷을 은밀한 어떤 것, 겉옷 속에 감춰두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바디팝 영업부 전희수 팀장은 “전국 30여개 매장중 명동점 매출이 월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좋다”면서 “속옷을 일종의 패션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쾌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매장이 인기를 얻는 추세인데다, 명동 1번지가 속옷거리로 집적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한다. 얇아지는 봄 옷 차림에 맞춰 속옷을 장만하러 나왔다는 안수진(27ㆍ회사원)씨는 “친한 친구들 끼리는 명동 어디에 가면 가슴이 3배로 커지는 브라가 있다느니, 커플속옷이 섹시하다느니 하는 정보 교환을 즐긴다”고 귀띔했다. (속옷 만 아니라) 침실에서 신는 슬리퍼나 밤에 끌어안고 자는 인형, 간단한 욕실용품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보는 재미랑 똑같아요. 근데 속옷 매장은 더 귀엽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매장이 한 군데 모여있으니까 (속옷 살 때면) 으레 ‘명동 가자’ 하는거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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