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에 부는 뉴타운 개발 바람

타오르는 '新 젊음의 거리' 경쟁… 생태하천·주상복합시설 등 계획

서울 대학가 주변이 속속 개발되면서 '젊음의 거리'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뉴타운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생겨나 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뉴타운 사업 예정지 가운데 대학가 인접지역은 흑석 뉴타운, 이문·휘경 뉴타운, 전농·답십리 뉴타운, 북아현 뉴타운 등으로, 뉴타운 주변대학은 12곳에 달한다. 신촌·대학로·홍대 앞을 향하던 젊음을 새로이 매료시킬 만한 곳을 미리 가봤다.

◆서울대가 칙칙하다고?

서울대 자리 대학로 일대는 아직 젊음과 문화의 상징으로 남아 있지만, '(신림동) 서울대 주변과 서울대생은 촌스럽고 재미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5년까지 신림동 1514번지(옛 밤골 일대)에 뉴타운이 들어서고 여의도~서울대 간 경전철, 강남순환고속도로가 지나면서 서울대 일대도 서서히 옛 명성을 되찾으려 한다.

서울대 일대의 변신은 요란하지 않은 대신, '서울대'라는 교육 인프라와 '관악산'이란 자연환경을 활용한다. 뉴타운 북쪽에는 서울대 학생들과 연계된 저소득층 학습지도 멘토링센터 등을 갖춘 교육복합센터(1만4147㎡)와 광장형 공원(6936㎡), '에듀-커뮤니티(Edu-community) 거리'가 들어서는 '교육복합타운'이 조성된다. 남쪽엔 생태연못과 야생초화원의 자연생태공원(2만157㎡), 영·유아 보육시설, 어린이 독서실 같은 아동복지시설(2006㎡)을 갖춘 '친환경 아동복지타운'으로 바뀐다. 또 서울대 정문에서 관악산 호수공원까지 이어진 1427m 구간 도림천은 지난해 생태하천으로 복원됐고, 오는 12월 신림사거리 번화가와 순대타운을 감고 돌아 서울대 정문까지 이르는 폭 20~90m, 길이 6.7㎞짜리 생태하천이 완성된다. 도림천 상류 동방1교부터 보라매공원 후문까지 하천을 따라 약 3㎞의 자전거 도로가 이때 함께 완공된다.

서울 자양동 건국대 일대 스타시티 앞. 해가 지면 30분마다 한번씩 건물 벽을 배경으로 '빛의 쇼'가 펼쳐진다. / 건국대 제공

신림9동 일명 '고시촌'도 변한다. 녹두거리~고시원길~동방길~청소년3길로 이어지는 750m 길이 '고시촌 특화 교육거리'가 2009년 완공된다. 고시촌 특유의 칙칙한 분위기를 없애려 거리를 정비하고 공원·광장을 만든다. 올해 법학대학원이 개원하자 관악구에서는 고시촌 상권을 살리기 위해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고시학원을 유치해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건국대, 스타시티를 랜드마크로

건국대는 서울 동북지역 대학가 변신의 대표격이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과 청담대교·강변북로와 인접한 사통팔달 입지에 상점과 식당으로 빼곡한 노유거리(로데오패션거리)가 생겨나 젊은층 중심의 상권이 형성됐다. 그러나 랜드마크나 지역 특징이 없는 게 아쉬웠다.

결국 건국대가 직접 나서 35~58층짜리 건물 4개로 이뤄진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를 지었다. 학교 남쪽 야구장 3만평 부지에 선 63빌딩 3배 규모의 20만평짜리 건물이다. 여기 입점한 '롯데백화점'은 광진구에 처음으로 세워진 백화점이다.

스타시티는 해 저문 뒤 매시 정각과 30분에 12분씩 건물 정면부에 수채화를 그리듯 '빛의 쇼'를 펼친다. 스타시티 준주거동 건물벽면과 주 출입구 퍼포먼스홀을 백지 삼아 나무·꽃·나비 이미지를 빛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자연과 호흡하는 빛, 사람과 호흡하는 빛'이란 이 작품은 정강화 건국대 예술학부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지난 해 10월 '올해의 서울시 건축상' 야간경관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웰빙·소통의 '동대문 3인방'

경희대·한국외국어대·서울시립대는 동대문구의 대학 3인방이다. 그러나 이 일대는 노후·불량주택이 밀집되고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이 안 좋아 '대학가'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휘경·이문과 답십리·전농 지역이 뉴타운 지구로 지정돼 '캠퍼스 뉴타운'으로 각광받게 됐고, 학생·주민들은 웰빙과 소통의 공간을 갖게 됐다.

휘경·이문 뉴타운의 경우, 도시경관 보호가 필요한 구릉지에는 저층·저밀도 친환경주거지를 마련하고, 역세권은 토지이용을 고도화해 이를 하나의 단지개념으로 묶어 개발하는 '결합개발'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게 된다.

한국외대 정문에서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에 이르는 269m 구간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쉬운 국제문화거리가 된다. 지난달 9일 국제문화거리에는 110㎡와 314㎡ 크기 소규모 광장 2개가 완공됐다. 앞으로 각국 전통공연·전시회 등 외국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이 광장에서 열린다. 동대문구는 소규모 광장을 계속 늘려나가고 '오대양 육대주' 상징 조형물도 세울 계획이다.

◆한대 '역세권·환경·주상복합' 3박자

한양대 일대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교통조건을 갖추고도 대학가다운 이름값을 못했다. 특히 학교 건너편 행당동 87-4 일대 낙후지역엔 낡은 공장과 무허가 건물들로 '슬럼'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행당뉴타운 계획이 발표되고 일대가 주요 역세권으로 바뀌면서 이제 어엿한 대학가로 성장하고 있다.

허허벌판 같던 일대에 들어설 지하 5층, 지상 42층짜리 주상복합시설은 한양대 앞 지형을 크게 바꿔 놓을 전망이다. 이 곳에 지어지는 시설에는 주택 461가구가 들어오고, 오피스텔, '수퍼수퍼마켓'(SSM· 대형할인마트보다는 작고 수퍼마켓보다 큰 유통시설), 소극장(300석 규모) 3개도 함께 지어진다. 전체 연면적 중 30% 이상은 상업·업무 및 문화시설 등 비(非)주거용도로 계획됐다. 주상복합시설 맞은편 빈터(8100㎡)에는 성동경찰서 같은 공공시설을 유치할 예정이다.

주상복합시설 바로 앞쪽에는 2012년 분당선 지상철이 완공될 예정이다. 새로 생길 분당선까지 포함해 지하철 1·2호선, 경원선 등 4개 전철 노선이 일대를 지난다.

행당 개발지구에는 배후 부도심을 연결하는 수변 복합문화공간이 될 용지 1만2292㎡가 남겨져 있다. 행당지구를 수변(水邊) 도시(워터프런트)로 지정한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른 것이다. 왕십리 민자역사, 행당개발지구와 중랑천을 잇는 1㎞ 길이 보행자 네트워크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초록길'로 만든다.

◆전·월세 대란 대책 있어야

'북아현 뉴타운' 계획으로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사이 서대문구 북아현동 1-954 일대에 1004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 대학과 가까운 북아현동 재정비촉진 1~3구역을 합치면 총 8604가구 규모다.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 84-10에도 1만627가구를 공급하는 흑석 뉴타운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지역을 비롯한 뉴타운 대학가에서 학생들은 전·월세난(難)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학생 주택난 해소를 위해 흑석뉴타운에 2141가구, 북아현뉴타운에 557가구의 부분임대형 주택을 짓는다. 부분임대형 아파트란 별도 출입문을 갖춘 방 하나에 부엌과 화장실이 있는 독립공간을 뜻한다.

그러나 3000가구에 못 미치는 부분임대주택으로 뉴타운 대학가 하숙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는 '학생복지주택'(학교 바깥에 건립·운영하는 기숙사) 등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여전히 준비 중이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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