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명성 잃고 휑한 강남권 유일 ‘가전백화점’
[기획탐방=강남상권 가다]-&9329;국제전자센터
![]() ![]() ▲ 강북의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와 함께 ‘서울 3대 가전왕국’으로 불렸던 ‘국제전자센터’는 최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건물 내부에는 빈 매장이 다수 눈에 띄었고 층별 구분없이 다른 종류의 제품을 파는 매장들로 혼잡해진 모습이다.
▲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위치도 및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국전 앞에서 봐”, “국전에서 다 팔어”
강남지역에서 살았던 30~40대 연령층이면 누구나 한번 쯤은 들러 봤음직한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의 ‘국제전자센터’는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예전에는 ‘국제전자센터’보다 ‘국전’이라는 약어로 불렸던 이 곳은 강북의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와 함께 ‘서울3대 가전왕국’ 이었다.
생활가전, 카메라, 컴퓨터, 음향기기, 게임기 등 모든 전자제품을 망라해 판매하는 강남 유일의 대형 전자백화점인 ‘국제전자센터’는 지난 1997년 개장 당시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현재는 빛바랜 과거의 영광만이 남아있을 뿐, 휑한 모습이었다.
![]() ▲ ‘국제전자센터’는 지하철3호선과 직통으로 연결된 초역세권이라는 위치적 장점을 갖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에서 ‘국제전자센터’로 연결되는 통로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과 직통으로 연결된 초역세권의 건물안에는 빈 매장들이 다수 눈에 띄었고 일부 문을 연 매장에도 직원 외에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건물 4층에서 카메라 매장을 운영하는 N씨는 “이 자리에서 10년 넘게 카메라 매장을 운영중인데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편이었는데 2005년 이후 시작된 하락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사가 어려워지니 매장 매매가와 임대료도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과거 약 3.6평 크기의 매장을 임대할 경우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육박하던 때가 있었지만 현재 임대문의는 전혀 없어 정확한 임대시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매매 물건이 나오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평당 5000만원을 밑돌아 3.6평 규모면 약 1억~1억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판매 유통구조에서 밀려난 상인들 ‘울상’
![]() ![]() ▲ 건물 내부에는 빈 매장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텅빈 공간에는 아무 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대부분의 상인들은 전자제품의 인터넷 판매를 매출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또 가전업체들이 직접 대형매장을 운영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다고 한다. N씨는 “상인들끼리 서로 얘기를 나눠본 결과, 인터넷 판매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인터넷 판매는 유통구조를 단순화 시켜 가격을 다운시키는 반면, 우리 같은 일반 매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인터넷 가격보다 싸게 팔긴 힘든 실정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5층에서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는 K씨의 대답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 곳 매장들도 우후죽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판매했다. 하지만 공장 직거래 유통구조와는 가격싸움이 힘들었고 결국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대부분 상인들이 인터넷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생각 역시 상인들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 매장을 둘러보던 K씨는 “확실히 매장 판매가격이 인터넷에 비해 비싼 편이다”며 “인터넷에서 구매할 제품을 직접 보기 위해 왔을 뿐, 구매는 인터넷에서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전자제품의 실제 모습이나 성능 등을 확인할 뿐, 구매는 많이 없다는 게 적지 않은 상인들의 얘기다.
과거 용산에서 드러난 문제점, 강남에서도 이어져
![]() ![]() ▲ 일부 매장들은 물건을 그대로 둔 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또 건물 내 고객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 물건을 둔 채 문을 닫은 매장의 모습(위), 텅빈 지하 주차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가 비단 인터넷 판매의 영향만은 아니었다. 일부 손님들 사이에서는 ‘매장 직원들의 태도’, ‘가격에 대한 신뢰성 부족’ 등도 그 이유로 꼽혔다.
6층 소모품 매장을 둘러보던 한 손님은 “이 매장에서 물건을 둘러본지 5분이 넘었는데도 매장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몇 분전 다른 매장에서는 물건을 둘러봐도 본체만체하며 자기 할 일만 하는 직원을 보고 불쾌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은 “물건은 많은데 가격표가 하나도 없다”며 “그냥 매장 직원이 부르는 가격대로 사려니 신뢰감도 안갈 뿐더러 매장 직원이 부르는 가격은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본 가격과도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 매장을 찾아 컴퓨터 주변 제품인 키보드 가격을 손님처럼 물었다. 미리 스마트 폰을 통해 알아본 1만2000원짜리 키보드 모양을 확인한 후, 매장에 들어가 같은 물건을 지목하고 가격을 묻자 직원은 “원래는 2만3000원에 판매되는 물건이다. 현금으로 구매하면 2만원에 주겠다”며 인심을 베풀 듯 말했다.
기자는 그의 태도를 보자 예전에 한창 용산전자상가에서 물건가격을 갖고 호객행위를 하던 상인을 일컬어 ‘용팔이’라 불렀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와 똑같은 행태가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고객 발길 줄어든 상권, 상황 점점 악화돼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제전자센터의 상권회복을 위한 상인들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의욕 자체를 잃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일례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빈 매장이 생기자 국제전자센터에서는 층 별 구분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고객이 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전용 층을 찾아 올라갔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3층, 컴퓨터는 6~8층 등의 식이었다.
![]() ▲ 국제전자센터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층별로 판매하는 제품을 구분해 안내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매장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판매 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뒤죽박죽 입점시켜 놓은 상태다.
▲ 국제전자센터내 설치된 층별 안내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저층 매장에서도 빈 매장이 늘어나면서 제품 구분 없이 여러 제품의 매장들이 들어섬에 따라 전문매장 층의 구분이 사라져 버렸다. 이 때문에 고층에 위치한 매장들은 저층에 비해 매출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 한 매장 상인의 설명이다.
또 상인조합조차 유명무실해져 체계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최근의 상황과 그에 대한 대책을 듣기 위해 상인조합 사무실을 찾았지만 사무실 내부에는 빈 의자 뿐이었다.
조합사무실 옆에서 게임기 매장을 운영하는 K씨에 따르면 조합 사무실은 있지만 현재 조합장 자리도 공석이고 활동한 지 오래됐다고 한다.
일부 상인, 각자만의 방식으로 단골고객 보유
상황이 악화되면서 상인들이 점차 국제전자센터를 떠나고 예전의 명성이 유명무실 해졌지만 일부 매장은 그들만의 단골고객 확보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었다.
6층에 위치한 중고컴퓨터 매장인 이지컴의 박진현 과장은 “매장을 찾는 고객이 있으면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당장은 물건을 안사더라도 한 번쯤은 다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매장은 고객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중고 물품 매입과 판매를 하고 있다. 정확한 매입가와 판매가를 정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고 이에 단골 고객들을 일정수준 보유했다”고 덧붙였다.
또 4층에 위치한 카메라 매장인 예일디지털의 조배환 씨는 “최근 카메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취미로 즐기며 매니아층 까지 만들어졌다.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우리 매장을 찾도록 직원들에게 카메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
'부동산(상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남 관문에 제2법조타운 ‘말죽거리’ 뜬다 (0) | 2012.11.27 |
---|---|
`패스트패션` 1번지는 신촌 (0) | 2012.11.27 |
법조·기업인들 즐겨찾는 강남 ‘알뜰 유흥가’ (0) | 2012.11.22 |
수도권 최고 상권 어디?…권리금 3.3㎡당 300만원 ↑ (0) | 2012.11.22 |
변호사촌·강남아파트촌 공존한 안정 상권 (0) | 201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