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입생 절반 송도로 떠나자… 신촌 상권 흔들

새학기 황금대목 잃어버린 신촌 명물거리
올해부터 연세대 신입생 대상, 한 학기씩 송도캠퍼스서 수업
신입생들 신촌캠퍼스 비우자 개강총회·환영회 행사 줄어
매출 감소에 상인들 대책 고민

1일 낮 12시쯤 서울 연세대 앞에서 지하철 2호선 신촌역까지 400m가량 이어진 이른바 '신촌 명물거리'는 한산했다. 점심 시간인데 명물거리 골목 상권에는 10여개 테이블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음식점까지 보였다. 오전 수업이 끝난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명물거리로 몰려나와 밥을 먹고, 일부 음식점에선 줄까지 서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 거리에서 18년째 영업 중인 이모(71)씨의 식당은 대학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달 매출이 400만원에 그쳤다. 작년 3월 매출 800만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이씨는 "신촌에서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이렇게 어렵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연세대 신입생들이 학교를 비운 탓이 크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연세대 앞 신촌 명물거리 인근에 사람과 차량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예년 이맘때면 대학생들로 붐볐던 이 거리의 음식점과 술집들은 올해 연세대 신입생 절반이 인천 송도 캠퍼스로 옮겨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문현웅 기자
올해 연세대 본교 신입생 4300여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2100여명은 현재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 측이 올해부터 RC(Residential College·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함에 따라 신입생들은 한 학기씩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전체가 1년 내내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해야 한다.

신입생들이 이처럼 대거 학교를 비우면서 신촌 상권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입생 자체가 고객으로 유입되는 '직접 효과'뿐 아니라 이들에 의한 '파생 효과'까지 사라졌다. 특히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각 단과대나 반(班)·동아리별로 신입생 환영회, 개강총회 등을 여는 이른바 '황금 대목'인데, 이 대목이 사라지면서 신촌 명물거리 인근에 문을 닫는 가게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민속주점을 운영해오다 최근 폐업 신고한 이모씨는 "요즘 밤에 신촌 거리를 보면 대학 중간시험 기간으로 착각할 만큼 황량하다"며 "클럽이 밀집한 홍대 상권에 밀려 가뜩이나 힘든데, 신입생들까지 빠져나가 거리 자체가 아예 활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밤 9시쯤 신촌 명물거리에서는 5명 이상 무리지어 다니는 그룹을 찾기 힘들었다. 연세대 문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모(21)씨는 "3월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사는 달, 4월은 후배들이 사는 '보은의 달'로 불렸는데, 이번 학기 신입생들이 송도로 간 몇몇 학과들은 그런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하에 50∼70석 이상 마련해놓고 단체 모임 장소를 제공하던 곳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촌번영회 이문학 회장은 "임대료가 싼 지하는 공간이 넓어 큰 술집이나 식당이 들어서기 안성맞춤이었는데 연대 앞에 밀집해있던 이 가게들이 최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촌 상인들은 제각기 자구책을 찾고 있다. 신촌과 이대, 숙대에서 우동 체인점을 운영하는 이모(46)씨는 올해부터 매일 신촌점으로만 나와 직접 가게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숙대점·이대점은 예년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촌점은 점주인 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촌 명물거리의 일부 주점은 소그룹 손님 유치를 위해 각 테이블이 방으로 나뉜 '룸식 주점'으로 내부 구조를 바꿨고,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이용해 젊은이들의 즉석 만남을 주선하는 이른바 '스마트 주점'이 신촌에도 등장했다.

이렇게 업종이나 업태를 바꿀 형편이 안 되는 상인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신촌 번영회의 한 상인은 "우리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 결국 신촌 상권에 대한 평판만 나빠질 뿐이라는 얘기가 나와 우리끼리도 대외적으로는 힘들다는 말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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