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가, 다시 시동을 걸자] [2] 회생 기회는 있다
우울하고 음침한 도시 이미지… 영화·드라마 세트장으로 인기, 젊은이들은 사진 촬영 오기도
전문가 "옛 모습 간직한 장소에 관광 투어 프로그램 개발하면 청계천 산책로와 시너지 낼 것"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는 지난해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서울 중구 산림동의 청계천 상가 기계 공장 뒷골목이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가 다룬 '복수·용서·속죄'라는 주제가 우울한 청계천 뒷골목을 배경으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 시절 청계천 공장에서 일했다는 김 감독은 "황금사자상을 받는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 상자를 들고 다니던 열다섯 살 내 모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에타'뿐이 아니다. 청계천과 세운상가는 영화의 단골 세트가 됐다. 영화 '초능력자(2010)' '도둑들(2012)' '감시자들(2013)' 등에서도 청계천·세운상가 일대가 무대로 등장했다.
청계천 상가에는 1970~80년대 서울 모습이 '박제'돼 있다. 지난 15일 기자가 찾은 이곳에선 먼지와 기름 냄새가 풍겼고 쇳가루가 길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붓글씨로 쓴 허름한 간판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기울어져 있거나 찌그러진 상태였다.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담엔 낙서가 가득했다. 이렇게 거칠고 음산한 모습이 영화 제작자들을 끌어들였다.
청계천 상가에는 1970~80년대 서울 모습이 '박제'돼 있다. 지난 15일 기자가 찾은 이곳에선 먼지와 기름 냄새가 풍겼고 쇳가루가 길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붓글씨로 쓴 허름한 간판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기울어져 있거나 찌그러진 상태였다.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담엔 낙서가 가득했다. 이렇게 거칠고 음산한 모습이 영화 제작자들을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뒤떨어진 청계천 상가 뒷골목을 시급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청계천 상가 일대의 전면 재개발이 무망(無望)한 만큼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상가 뒷골목에는 일제강점기 가옥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며 "워낙 도로가 구불구불해 화재가 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낡은 수도·전기·가스 시설 등을 우선 보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상가의 이런 특징을 역이용해 관광 상품화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소문을 타고 일요일 등 휴점일에 청계천 상가를 찾는 젊은이도 많다. 일요일인 지난 15일에도 청계천 상가를 구경 다니는 20대 남녀 커플을 10쌍 넘게 볼 수 있었다. 신기한 눈빛으로 골목을 둘러보던 이모(여·25)씨는 "꼭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온 기분이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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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상가에서 촬영한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NEW 제공
부산 산복도로 감천문화마을처럼 미관을 먼저 단장하자는 의견도 있다.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대규모로 정착해 판자촌을 형성한 이곳은 대표적 '달동네'였지만 2011년부터 부산시가 사업비 1500억원을 들여 낡은 집을 수리하고 벽화를 그리는 등 도시 재생 사업에 나선 이후 매년 관광객 18만여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서울의 이화동·홍제동 등도 '벽화마을'로 변신한 이후 관광객이 모이고 있다.
서울 홍대 앞 거리 같은 발전 모델도 제안된다. 홍대 앞은 1990년대 빈민가처럼 되기 직전이었지만 싼 집값 때문에 예술인들이 몰려들었고, 차츰 바뀌어 지금은 문화·예술 거리가 됐다. 김 교수는 "세운상가도 본래 주상복합 아파트로 설계된 만큼, 행복주택이나 대학 기숙사를 유치하는 등의 정책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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