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 외딴 유통맨 성공 ‘성북동 주택3채’
[부촌 성북동 명사들<36>]-정몽근 백화점그룹 명예회장…장남에 조기승계
1947년 허름한 작업장에서 시작한 ‘현대토건사’는 65년 만에 한국 거대기업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범 현대가는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주요 계열사들이 분리되면서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분리된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주영 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이룬 기업이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아버지로부터 금강개발산업을 물려받았다. 형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의 축이 되는 사업들을 물려받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해 나갔다. 굴뚝산업을 주로 하는 현대가와 달리 유통업인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1977년 울산에 현대백화점의 시초가 되는 현대쇼핑센터(현·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를 설립했다. 이어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지으면서 백화점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압구정 본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기반해 1980~1990년대 강남의 부촌지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급성장했다. 1999년 정 회장은 현대로부터 계열분리해 2000년 현대백화점그룹으로 독립했다. 현재 정몽근 명예회장은 장남 정지선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지선 체제 10년 간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점유율이 10% 이상 하락하며 2009년까지만 해도 부동의 2위였던 순위가 신세계백화점에 밀리면서 업계 3위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장남에게 너무 일찍 자리를 승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부거래의 비중이 높은 계열사 한 곳을 사금고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총수일가의 지분이 30%(30.54)를 넘는 곳으로 현대백화점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이 신장됐다. 백화점, 그린푸드, A&I, 홈쇼핑 등이 순환출자 구도를 띠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총수일가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심에 현대그린푸드가 있어 총수일가의 사금고 아니냐는 증권가의 시선이 있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범현대가 인사들이 모여 사는 성북동에 단독주택 두 채와 빌라 한 호실 등 총 세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세 채의 시세는 총 132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정 회장의 성북동 주택들과 함께 현대백화점의 성장과정, 지배구조, 순환출자 및 내부거래, 경영현황 등을 취재했다.
▲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몽근 회장은 범현대가 인사들이 모여 사는 성북동에 단독주택 두 채와 빌라 한 호실 등 총 세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세 채의 시세는 총 132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부동산의 설명이다. 사진은 정몽근 회장이 보유한 주택 세 채의 위치도(위)와 주택들의 전경. ⓒ스카이데일리
전통의 부촌 성북동에는 범 현대가 인사들이 많이 모여 산다. 고 정주영 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71) 역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등기부등본(토지)에 따르면 정몽근 회장은 성북동에 단독주택 두 채와 빌라 한 호실 등 총 세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총 753㎡(228평)의 토지 위에 세워졌다. 부동산에 따르면 이 일대 평당가격이 2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시세는 약 57억원선이라고 한다.
두 번째 주택은 지층, 지상 2층 규모로 총 727㎡(약 220평)의 토지 위에 지어졌고 약 55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정 회장은 빌라 한 호실도 보유했다. 전용면적 235.27㎡(약 71평)이며, 시세는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약 20억원 정도를 보인다고 한다. 평당가로 환산하면 약 2816만원의 규모다.
주택 세 채의 시세를 모두 합하면 총 132억원 가량이다.
형제들 비해 작은 회사 받았지만 그룹으로 일궈
정몽근 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후 196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74년 금강개발산업 이사에 올랐고 1987년 금강개발산업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2000년에는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회장이 되며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었다. 이어 2006년 명예회장 직함을 단 채 일선에서 물러났다.
▲ ⓒ스카이데일리
정 명예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금강개발산업은 강릉동해관광호텔, 종로세운상가, 금강유원지 등을 관리하던 소규모 회사였다.
형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의 주요 회사들을 물려받은 것과 비교하면 정몽근 회장이 물려받은 회사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만의 활로를 모색했다. 현대가의 기업들이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굴뚝산업에 주력한 반면 그는 유통으로 눈을 돌렸다.
정 명예회장은 금강개발산업을 통해 1977년 울산에 현대백화점의 시초가 되는 현대쇼핑센터(현·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를 열었다.
▲ 1980~90년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고급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 강남 부촌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후 정 명예회장이 백화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짓고 나서다.
1980~90년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고급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 강남 부촌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압구정 본점의 성공에 힘입어 무역센터점, 반포점, 신촌점 등을 잇따라 개점했고 1989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9년 정 명예회장은 본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가했다. 2000년에는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1년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받았다. 당시 집단 순위는 26위, 계열회사는 15개였다.
정 명예회장은 백화점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홈쇼핑, 종합유선방송, 식품, 패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쇼핑, 현대홈쇼핑, 현대HCN, 한섬 등 총 4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2년 기준 현대백화점그룹의 총 자산은 11조5200억원이다. 매출액 5조2500억원에 당기순이익 69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 약 1조5120억원, 영업이익 약 4263억원, 당기순이익 약 364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1년에는 매출액 약 1조4391억원, 영업이익 약 4366억원, 당기순이익 약 3945억원을 시현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정몽근 회장은 부인 우경숙 씨 사이에 지선, 교선 두 아들을 두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지난 2006년 이후부터(당시 부회장)이 현재까지 경영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41)은 범 현대가에서 가장 먼저 3대 경영에 나선 인물이다. 2000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이사, 부사장을 거쳐 2003년 부회장이 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200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으로 등극하며 국내 30대 그룹 중 최연소 총수가 됐다.
정몽근 명예회장의 차남 정교선 부회장(39)은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자 현대홈쇼핑 사장으로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2013년 6월30일 기준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17.09%를 보유한 정지선 회장이다. 정몽근 회장은 2.63%를 갖고 있다. 이어 현대그린푸드 12.05%, 국민연금 9.44%, 현대A&I 4.31% 등이다.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과 내부거래 높아 총수일가 금고 의혹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의 2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가 총수일가의 자산창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식자재유통 회사로 그룹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유일하게 30%이상(30.54) 넘는 계열사다.
차남 정교선 회장이 15.28%, 정지선 회장이 12.67%, 정몽근 회장이 2.5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의 내부거래 매출은 213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총 매출 1조1680억원(포괄 기준)의 18.28%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전체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은 5조25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했지만 내부거래는 23.5%나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현대A&I, 현대홈쇼핑은 순환출자의 형태다”며 “아무래도 총수일가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 빨간색 화살표는 순환출자 구조, 진한 검은색은 현대그린푸두의 주요 계열사 지배지분율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을 15.80%, 현대홈쇼핑은 현대A&I를 21.34%, 현대A&I는 현대백화점을 4.31%씩 순환출자해 갖고 있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12.05%, 현대홈쇼핑 15.50%, 현대A&I 10.41%를 갖고 있는 지배적 대주주 위치에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그린푸드 주식7.75%를 보유해 상호출자 관계에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순환고리 속에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12.28%, 정지선 12.67%, 정몽근 2.59% 등이 대주주 지분을 보유(총수직계 일가 30.54%)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8.40%에 이른다.
“너무 이른 경영 승계, 백화점업계 3위 추락”
정몽근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장남 정지선 회장이 일선으로 나선 후 현대백화점은 그 위상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점유율은 롯데·현대·신세계·기타 순이었으나 몇년전 현대와 신세계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점유율은 롯데 45.2%, 신세계 19.4%, 현대 19.1% 순을 각각 보였다.
지난해에는 롯데 44.4%, 신세계 20.7%%, 현대 19.1%였고 2011년은 롯데 43.5%, 신세계 20.5%, 현대 19.6%였다.
2003년만 해도 29.7%에 달했던 현대백화점의 점유율이 10년 사이 19.1%로 급감한 것이다.
2003년은 정지선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해로 업계에서는 이때부터 현대백화점이 정지선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고 평가한다.
정 회장 체제 10년만에 현대백화점은 점유율이 10% 이상 하락하며 업계 3위로 떨어진 것이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그룹의 양대 사업인 홈쇼핑 사업마저도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TV홈쇼핑업계는 GS샵과 CJ오쇼핑이 1·2위를 두고 경쟁하고 현대홈쇼핑은 3위의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에는 롯데홈쇼핑과 3위 자리도 놓고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 자료:그룹 전체매출-공정거래위원회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2013년 6월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야심차게 준비한 인수합병 또한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여성복 1위 업체 한섬 지분 34.6%를 42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한섬의 매출과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약 2143억원으로 작년 동기 2368억원보다 9.5% 가량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약 249억원을 보여 작년 동기 약 370억원에 비해 32.7%나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근 회장이 아들 정지선 회장에게 너무 일찍 자리를 물려줬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너무 빨리 총수가 된 정지선 회장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대백화점은 경쟁업체보다 먼저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10년간 롯데, 신세계가 앞서는 동안 현대백화점은 스스로 후발주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10년간 재무개선 바탕 ‘공격경영 행보’ 보여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롯데와 신세계보다 한 발짝 늦은 행보를 보였다.
최근 프리미엄아울렛·복합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백화점 업계 두 기업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 정주영 창업주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사진)은 금강산업개발을 물려받아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사진=뉴시스>
현대백화점은 내년 경기도 김포에 1호 아웃렛 매장을 준비 중이다. 11조원 규모의 국내 아웃렛 시장은 이미 신세계와 롯데가 1위를 다투는 형국이고 현대백화점이 한발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3년부터 백화점 신규출점을 거의 하지 않다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신규출점을 늘렸다. 2010년 킨텍스점, 2011년 대구점, 2012년 충청점을 신규로 출점했고 올 8월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점을 리뉴얼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는 2006년 미아점, 2007년 센텀시티점, 2008년 건대스타시티점, 2011년 김포공항점, 2012년 평촌점 등을 개점했다. 현재 총 31개의 분점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2007년 경기점, 2009년 센템시티점, 2010년 충청점, 2012년 의정부점 등을 신규 개점했다. 총 10개의 지점을 보유 중이다.
지난 6월 현재 현대백화점은 수도권, 영남, 충청권에서 총 14개의 백화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긍정적 평판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 체제 이후 2010년까지 재무구조 안정에 주력했다”며 “충분히 내실을 다진 현대백화점이 향후 재도약을 할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적이던 경영진의 입장이 공격적인 성장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벌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2011년 정지선 회장은 ‘비전 2020’을 선포하며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으로 확대하고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