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10개 일본인 빌려주며 月500 벌던 男 그만…
외국인 관광객 천만명 시대…우후죽순 소형호텔 건축 붐

요즘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서울 도심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특급호텔은 숙박비가 부담되고, 저렴한 모텔은 왠지 꺼림칙해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일대 비즈니스호텔은 객실 예약률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빈 방이 없다. 방값이 더 싼 게스트하우스는 아직까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덩달아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 건축업자들도 신이 났다. 기존 대형 쇼핑몰, 오피스빌딩까지 온통 외국인 숙박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호황을 누리는 비즈니스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건축 붐을 들여다봤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정 모 씨(53)는 올 초 회사를 퇴직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다세대주택 중 한 층을 임차해 방 10개짜리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을 내지만 중국, 일본인 상대로 방 1개마다 하루 3만~5만원씩 월세를 받아 수익이 꽤 짭짤하다. 정 씨는 “공실만 없으면 월수익 500만원까지 바라본다”며 “보통 직장인, 대학생 상대로 임대사업을 많이 하지만 이미 경쟁자가 많아 아예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1. 비즈니스호텔·게스트하우스 왜 인기일까

위치 좋고 특급호텔보다 저렴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소형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 건축 붐이 일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비즈니스호텔 모두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저가형 숙소를 원하는 배낭여행객들이, 비즈니스호텔은 패키지여행객이나 단체관광객이 주로 이용한다. 규모 면에서 볼 때 게스트하우스는 생계형이고, 비즈니스호텔은 기업형 규모라는 게 차이점이다.

비즈니스호텔은 한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명동 일대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밀리오레를 비롯, 명동 일대 쇼핑몰들은 물론이고 일반 모텔, 오피스빌딩까지 비즈니스호텔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40곳에서 6300여실 규모 비즈니스호텔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건축 중이다.

건축 붐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역시 명동 일대다. 명동 밀리오레는 619개 객실을 갖춘 일본 르와지르 명동 비즈니스호텔로 바뀌고 M플라자는 7~22층을 명동ULM호텔로 개조한다. 토종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호텔스카이파크도 명동 일대에 3곳이나 들어섰다. 일본 토요코인(Toyoko-Inn), 프랑스 이비스(Ibis), 미국 베스트웨스턴(Best Western)과 비슷한 콘셉트로 객실점유율은 90%를 넘어설 정도다. 명동뿐 아니라 광화문, 마포 일대에도 비즈니스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광화문사거리 옛 금강제화 부지에는 지상 26층, 316실 규모의 특급관광호텔이 건립될 예정이다.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은 기존 15층 건물을 헐어내고 지상 30층, 600실짜리 호텔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즈니스호텔이 인기를 끌면서 대기업, 여행사까지 줄줄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호텔은 명동 하이파킹 주차타워를 헐고 270실 규모의 롯데시티호텔을 운영할 계획이다. 2009년 서울 마포에 문을 연 비즈니스호텔의 평균 객실점유율이 지난해 95%에 육박하는 등 실적이 좋은 덕분이다. 특급호텔만 운영해온 호텔신라도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부지와 강남구 역삼동 KT영동지사 자리에 비즈니스호텔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들도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시내 비즈니스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7만~10만원 수준으로 특급호텔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서교·인사동 게스트하우스 숙박료 3만원 안팎

이에 비해 게스트하우스는 아직 초창기다. 비즈니스호텔의 주요 타깃이 외국 단체여행객이라면 게스트하우스는 1~4인 단위 자유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스텔의 일종이다. 한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1박에 2만~5만원 안팎 숙박료를 받는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집주인과 함께 숙박하면서 한국 주거문화를 체험하는 장점 덕분에 요즘 인기다. 숙박시설 정보업체 호스텔닷컴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에 등록된 게스트하우스는 총 85곳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비즈니스호텔과 마찬가지로 서울 도심에 주로 들어서 있다. 서울 동숭동, 명동, 서교동, 연희동, 합정동, 연남동 일대가 대표적인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이다. 명동과 가까운 남산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과 가까운 인사동, 삼청동 등도 유망지역으로 꼽힌다. 외국인들에게는 공항 접근성이 중요한 만큼 인천공항과 가까운 영종도, 송도 일대도 인기지역으로 떠올랐다. 일본인을 주로 받는다면 김포공항 인근이 좋고 영어권 외국인까지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영종도 등 인천공항 신도시 주변이 적합하다. 지방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부산, 제주도 일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흔히 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는 지역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주택과 어떻게 다를까. 대개 도미토리형과 독립형으로 구분된다. 도미토리형은 싱글형 2층 침대를 뜻하는 덩크베드(dunk bed), 싱글형 단층 침대를 의미하는 싱글베드(single bed)로 나뉜다. 독립형은 덩크베드가 들어가지 않는 방으로 트윈베드, 더블베드, 패밀리룸으로 구분한다.

게스트하우스는 갖춰야 할 점도 많다. 비즈니스호텔처럼 호텔 시설이 아닌 만큼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손님을 끌어모으는 데 유리하다. 주방, 세탁실, 휴게실을 보유하는 건 기본. 인터넷, 국제전화를 무료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아침식사도 보통 무료로 제공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올 때 어려움을 겪는 관광객들을 위해 픽업 서비스도 해야 한다.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조그마한 봉고 차량 2~3대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비즈니스호텔은 중상급 숙박시설이다. 1박에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로 아침식사와 숙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허가는 숙박업으로 하거나,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하면 된다. 그동안 불법 숙박영업이었으나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체류형 숙박시설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취사시설을 갖춘 서비스드 레지던스도 생활숙박업으로 등록하면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체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호텔 투숙객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명동, 인사동이나 북촌, 안국동 인근, 홍익대 앞과 신촌 등이 유리하다.

최근에는 강남 압구정동이나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상암, 성산, 합정동 등이 비즈니스호텔 유망지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강남 일대는 땅값이 비싸 임대수익률이 예상보다 낮다는 게 흠이다.

2. 수익률은 얼마나

주택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수익률 20%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실제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먼저 게스트하우스부터 살펴보자. 건물면적 330㎡의 인천 영종도 일반 주택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할 경우 매수비용 7억5000만원, 리모델링비용 1억5000만원이 든다. 세금 1500만원을 합친 후 대출금 4억5000만원을 공제하면 순 투자금으로 4억6500만원이 소요된다. 수익은 룸 15실, 침대 25개, 1일 평균 사용료 3만원과 30일을 곱한 후 가동률 70%로 계산하면, 1575만원이 나온다. 운영비와 금융비용으로 725만원을 지출하면 850만원의 순 운영수익이 발생하는데, 수익률은 연 22% 정도다.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 보증금 5000만원, 리모델링비용 1억5000만원을 합쳐 총 2억원이 투자된다. 수익은 주택을 매입할 때와 비슷한데 이자 대신 월세가 나간다는 차이가 있다. 월평균 예상수익은 775만원으로 수익률이 46.5% 수준이다. 물론 객실가동률 등 변수에 따라 수익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비즈니스호텔 투자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토지 취득 후 호텔을 신축하는 경우다. 숙박업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토지가 상업지역에 속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명동 일대 165㎡ 토지에 건물면적 330㎡의 비즈니스호텔을 지을 경우 토지 매수비용 15억원, 건축비 4억원과 취득세를 합쳐 약 19억6000만원이 소요된다. 대출금 9억원을 공제하면 순 투자비용은 약 10억6000만원이다. 예상수익은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할 때 매월 2520만원이 발생하는데, 운영비용과 은행 이자로 1200만원을 지출하면 매월 순 운영수익은 1320만원이다. 순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14.85%다.

둘째, 모텔이나 일반 건물 임차 후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는 경우 보증금과 시설비를 합쳐 총 4억원이 소요된다. 예상 순 운영수익은 역시 80% 가동을 전제로 할 때 매월 1070만원 수준이다. 순 투자금액 대비 32.1% 수익률이 예상된다.

비즈니스호텔이 인기를 끌면서 실별 분양이 가능한 분양형 호텔도 등장했다. 분양형 호텔은 전문업체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매달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별로 구분 등기를 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 예로 경기도 화성 라마다동탄호텔은 2008년 9월 오픈한 이후 매년 8.5%가량 확정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인근에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이 있어 객실 수요가 꾸준한 덕분이다. 2006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3.3㎡당 953만원 선으로 공급면적 54㎡형은 1억5600만원이었다. 54㎡형을 분양받은 투자자는 매월 110만원가량 수익을 받는 셈이다.

소형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 사업은 앞으로도 승산이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2년 535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979만명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1000만명을 넘어서 1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숙박시설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숙박 수요가 7만3231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숙박시설은 현재 개장 예정인 업소를 포함해 2만6507실에 그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중저가 숙박시설뿐 아니라 고급 숙박시설을 원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는 만큼 이들 양극화 수요에 맞춘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설 것”이라며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는 물론이고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같은 일반적인 주거상품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법은 여전히 부실하다. 아직까지 건축법, 주택법에는 게스트하우스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 다만 정부도 최근 게스트하우스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부터 230㎡ 이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을 관광편의시설로 추가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도시 지역 연면적 230㎡(70평) 미만인 단독,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자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주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면 해당 시군구 또는 특별자치도에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지정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공동주택은 단독,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은 물론이고 아파트도 포함된다. 해당 지자체에서 관광편의시설업 지정 인가를 받으면 된다.

외국인 숙박시설 부족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서울시는 비즈니스호텔 활성화에 나섰다. 관광숙박시설을 설치할 경우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시유지 개발 시 관광숙박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6월부터 ‘관광호텔 건립 지원센터’를 운영해 도시계획, 건축허가, 기금대여 등 호텔 건립 관련 사항을 상담해주고 있다.

3. 유의할 점은 없나

공실 우려, 유지보수 비용 따져야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어디까지나 외국인 대상 숙박시설인 만큼 내국인에게 숙박영업을 해선 안 된다. 개인의 경우 처음부터 사업을 크게 시작하는 건 금물이다. 두 상품 모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입지조건이 필수이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가까워야 한다”며 “숙박업은 초기 투자금이 높고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해 자본회전율이 낮다는 데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현재 주택에서만 운영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상가 건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호텔은 토지를 취득해 신축하는 것보다 기존 모텔이나 여관을 인수한 후 리모델링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실제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 인사동 인근 게스트하우스가 인기를 끌다 보니 너도나도 모텔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면서 월세 수익률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인사동 인근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게스트하우스가 많지 않아 공실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에는 곳곳에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면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월세 출혈경쟁도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게스트하우스는 시설이나 분양, 관리에 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다른 임대사업과 달리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그동안 객실 운영 실적은 괜찮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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