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서울 견문록 ③-3|동대문구]
아련한 청량리역 추억, 노년의 都心‘회춘 프로젝트’

석양을 배경으로 청량리 민자역사 공사가 한창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미주아파트는 동대문구에서 가장 오래됐다.

청량리역 · 미주아파트

가을바람이 발 앞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20년 전 대학시절, 청량리역 광장에는 시계탑이 있었다. 방학 때면 강원도 강촌으로 MT를 떠나는 대학생들과 춘천, 강릉 등으로 여행을 가는 무리로 북적였다. 그 사이사이 전방 부대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과 이들을 유혹하는 청량리역 뒤편 사창가 ‘청량리 588’ 호객꾼들, 커다란 짐 꾸러미를 머리에 인 채 역을 나서는 주름 깊은 할머니들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역설이 역설을 낳던 시절,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청량리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시 동북지역의 관문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작고 초라해졌던 청량리역이 공사비 3900억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9층의 매머드급 민자역사로 재탄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화물열차의 운행이 크게 줄었지만 요즘도 경춘선과 중앙선, 태백선 등을 오가는 열차가 매일 220여 차례 청량리역을 지나간다. 여기에 역 한쪽으로 지하철 1호선이 수시로 드나든다.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청량리역사 건설본부 백승우 차장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완공되면 서울시 동북부 지역의 거점이 될 뿐만 아니라 강북지역 교통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6년 5월 시작한 역사 공사는 2010년 8월 완공이 목표다.

청량리역 뒤편 사창가도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사창가 일부 지역은 철거가 시작됐다. 이 일대는 지상 250m까지 건축이 가능한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청량리역 공사현장 길 건너편엔 한때 강북 최고급 아파트였던 미주아파트가 있다. 30년 전인 1978년 지어져 동대문구에서 가장 오래된 이 아파트는 일대가 강남 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을 증명해주는 흔적이다. 주력 평형대가 135~164㎡(40평형), 가장 큰 평수가 185㎡(56평형)으로 당시 웬만한 부유층이나 고위층이 아니고는 입주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아파트 한 관리원은 “옛날에는 정부부처 국장급이나 감사원 부원장 이상 공무원과 기업체 사장 등 최고위층 인사들만 살았다. 경찰서장도 못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금 고위층 인사들은 떠나고 입주민 대부분이 중산층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청량리역사와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또 한 번 과거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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