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선수촌 이미지 벗는 천태만상 맛집길

[기획탐방=강남 상권을 가다]-②논현동 맛의 거리…전통·현대 섞인 이색지대

강남개발 이전 논현동(論峴洞)은 지금의 시골명칭인 비말·절골·부처말 등의 이름이 모두 합쳐진 전형적인 시골마을(논현리)이었다. 논농사를 뜻하는 논(論)에서 음만 딴 것에 고개를 의미하는 현(峴)이 붙여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논이 펼쳐져 있는 작은 시골 고갯마루’가 바로 지금의 논현동이다. 하지만 이곳은 강남 개발붐을 타고 서울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과거 영동(영등포 동쪽, 강남) 시절 강남의 메카가 됐기에 가히 상전벽해의 변화가 분 강남개발의 상징인 지역이다. 논골 내지 논고개에 불과했던 이곳에 강남의 중심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동시에 성업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 밤거리 유흥가다. 따라서 유흥가에서 종사하는 룸살롱 등의 여성접대부들이 이곳에 대거 모여들기 시작해 한때는 2만여명이 논현1동 원룸촌과 오피스텔에 대거 모여산다는 얘기도 널리 회자됐다. 실제로 ‘논현동 맛의 거리’ 이전의 지명인 ‘논현동 먹자골목’은 지금도 그 체취가 남아 밤 2~4시 사이가 영업 피크시간이다. 밤 시간에 가면 과연 밤인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불야성을 이룬다. 술 손님들은 그래서 ‘논현역-학동역-차병원4거리-신논현역’ 일대 안쪽의 장방형 논현1동 지역을 일명 ‘선수촌’(여성접대부의 다른 명칭)이라고 불렀다. 논현동 먹자골목도 당연히 선수촌 거리로 지칭됐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그 이미지를 불식시켜 가고 있는 중이다. 경기침체의 바람이 몰아치면서 유흥가에도 찬바람이 불자 룸살롱이나 빠 등의 영업을 마친 여성손님들이 이곳에서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에는 오피스 샐러리맨들이 강남 밤의 거리를 즐기는 장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이곳은 인근 영동시장과 어우러지면서 전통과·현대가 조화된 하모니까지 연출하는 곳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실제로 맛의 거리에는 정말 육·해·공(축산물, 수산물, 조류)에 걸쳐 온갖 메뉴의 식당과 주점 등 없는 먹거리가 없다.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다보니 서울의 멋진 밤 정취에 술 한 잔의 여유로움과 함께 부담 없이 빠지기가 딱 좋다. 스카이데일리가 기획특집 ‘강남 상권을 가다’ 두 번째로 논현동 맛의 거리를 찾아갔다.<편집자 주>

▲ 논현역 2번출구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걷다 블록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논현동 맛의 거리를 찾을 수 있다. 맛의 거리 시작인 영동농협 인근(위)과 끝인 청정회수산(아래) 주변. ⓒ스카이데일리

논현동 맛의 거리는 이름이 알려진 맛집들이 자리하고 있어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영동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강남대로에 즐비한 현대적인 오피스 건물들과 인접하면서 전통 재래시장인 영동시장의 관문에 위치한 논현동 맛의 거리는 독특한 샌드위치 상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신포차 등 맛집들 즐비해

논현동 맛의 거리는 봉은사 1길에 자리하고 있는 500m 가량의 거리다. 논현역 인근의 영동농협에서 시작해 신논현역 인근의 ‘청정회수산’에서 끝난다.

서쪽으로는 강남대로를 끼고 있으며, 동쪽은 영동시장과 바로 붙어 있다. 또 북단에는 논현역 너머로 가구거리가 있고 남단은 신논현역 인근과 맞닿아 있다.

▲ 논현동 맛의 거리 약도 ⓒ스카이데일리

논현동 맛의 거리 지역은 영동시장과 인접해 이전부터 발달한 상권이었으며, 논현역 인근에 대형빌딩들이 들어서고 오피스 상권이 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식당가가 조성됐다.

이후 맛집들이 들어서면서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골목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음식점이나 주점 수가 18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인접한 영동시장을 합치면 300개가 넘는 상가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 논현동 맛의 거리에는 조개구이 등 특색을 내세운 맛집들이 즐비하다.

논현역 2번출구를 나와 영동농협을 거쳐 맛의 거리에 들어서면 물회, 대창, 순대, 숯불갈비 등 다양한 음식점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식 선술집이나 생맥주 전문점 등 술집들도 특색을 갖추고 있다.

조개구이나 불고기를 주메뉴로 한 음식점들은 외국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신논현역 방면으로 400여 미터를 걸으면 한신포차 본점이 나온다. 1998년 IMF 당시 생긴 한신포차는 실내 대형포장마차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전국에 지점을 내며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한신포차지만 본점은 여전히 논현동 맛의 거리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대형 실내포장마차로 유명한 한신포차 ⓒ스카이데일리

오피스 상권과 전통시장 사이에 자리잡은 샌드위치 상권

논현동 맛의 거리는 전통재래시장인 영동시장과 대형 오피스 상권 사이에 위치한 샌드위치 상권이다. 양쪽 상권과 시너지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논현역 방면에는 가구거리가 인접해 있다. 또 강남대로를 따라 리바트, 에넥스 등 가구회사들과 현대 하이스코 등 기업들도 늘어서 있다.

또 신사역에서 논현역을 지나 신논현역 앞까지 성형외과와 피부과들도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현대적인 오피스 상권이 형성돼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모두 많다. 논현동 맛의 거리가 24시간 상권으로 활기를 띠는 이유가 바로 이 오피스 상권의 영향 때문이다.

▲ 이상현 논현동 맛의 거리 2구역 대표

이상현 논현동 맛의 거리 2구역 대표는 오피스 상권의 영향에 대해 “수준높은 손님들이 찾는 품위 있는 동네다. 기분좋은 상권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연예기획사들이 많아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맛집들도 있다. 이 대표는 “우리 가게에도 비, 동방신기, 카라 등이 찾아왔었다”고 귀띔했다.

현대적인 오피스 상권과 더불어 전통시장인 영동시장도 논현동 맛의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70년대 형성돼 아직까지 재래시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영동시장은 지역 골목상권의 대표지역이다.

신선한 식재료와 풍부한 축산물을 공급하며, 영동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논현동 맛의 거리를 이용하기도 해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동시장이 강남의 관광코스로 알려지면서 논현동 맛의 거리에도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런 외국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간판에 외국어를 표기하고 전통메뉴를 홍보하는 음식점들도 찾아볼 수 있다. 유명 맛집들 중에는 해외 잡지사에서 찾아와 취재를 해간 곳도 여럿 있다.

이처럼 논현동 맛의 거리는 오피스 상권과 영동시장 두 상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권이면서 절묘한 시너지를 발생시켜 발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골목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논현역이나 영동시장 등을 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골목 자체의 이름이 제대로 브랜드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맛의 거리와 인접해 있는 영동시장(위)과 강남대로(아래). 전통 재래시장 상권과 현대적인 오피스 상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권이라는 특성때문에 맛의 거리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상권으로 발전했다.

특색 나타낼 브랜드화가 숙제

현재 인터넷에서 ‘논현동 맛의 거리’를 검색하면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최근 상인들이 맛의 거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전에 자연스레 생긴 ‘논현동 먹자골목’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알려진 편이지만, 여전히 브랜드화하지는 못했다.

최근 상인들은 거리 이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맛의 거리나 먹자골목은 전국적으로 그 수가 너무 많고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현 대표는 “골목의 색깔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골목의 이름은 인지도의 기초가 되는 브랜드 역할을 하면서 지역을 찾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나 청담 문화거리 등은 브랜드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예다. 가구거리나 웨딩거리처럼 특색이 이름에서부터 나타나는 거리들도 있다.

상인들도 이런 사례들 처럼 논현동 맛의 거리나 먹자골목을 대신할 이름을 서둘러 찾고 브랜드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 골목을 찾아오는데 도움이 되면서 골목을 떠올릴 수 있는 특징을 반영한다면, 영동시장이라는 명소를 끼고 두 개의 지하철 역 사이에 위치한 논현동 맛의 거리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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