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2006도9157)을 소개한다.
호텔 내 각각 주점을 운영하던 임차인 갑과 을은 임대인과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임대계약서에 '차임 2개월 이상 연체 때 단전·단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 후 임대인은 임차인들이 장기간 차임 연체를 했기에 호텔경영이 어려워졌다. 이후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독촉을 받다가 결국 경매 예정 통지서까지 받게 됐다. 이후 임대인은 차임 연체 임차인들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임대인을 업무방해죄로 공소를 제기했다.
◇임대인 '단전·단수' 행위가 정당한가 = 대법원은 임대인이 몹시 곤궁한 상태라는 점은 수긍했다. 하지만, 권리침해 정도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각각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이 갑과 을에 대한 판결 내용을 보면 피해자인 임차인 갑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의 경우, 형법 제20조에 정해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무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인 임차인 을에 대한 조치는 임차인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해 형법 제20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자 갑은 단전·단수 조치 당시 약정 기간이 이미 끝났다. 또 임대차 보증금도 연체 차임 등으로 공제돼 모두 소멸한 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주점이 한 달에 1000만 원씩 차임 지급을 연체해왔다. 이에 임대인은 약정 기간 만료 전부터 계약해지 의사표시를 했다.
약정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연체 차임 지급을 독촉했다. 아울러 단전·단수 조치를 예고한 후에 한 차례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대인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임차인의 부당한 의무 불이행에 대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 판단했다. 또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고 봤다. 이는 위법성이 없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해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무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 을은 다르다. 임대인이 단전·단수 조치를 할 당시 을은 약정 임대차 기간이 7~9개월 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큰 비용을 들여 영업을 하는 주점이 월 300만 원씩 차임 지급 등을 연체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전·단수 조치를 한 것은 과도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시 임대인은 계약해지 의사를 하고 단전·단수 조치에 대해 경고만을 했고 이후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비록 임대인 자신이 몹시 곤궁한 상황에서 한 것이라 할지라도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로 상당성이 없어 형법 제20조에 정해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유죄)고 결론을 내렸다.
◇임대인에게 책임이 없는가 =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유죄)'고 판단했다. 이는 원래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는 반대되는 판결이다. 원심 때는 형법 제16조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 임차인 갑에 대해 임대인이 취한 조치에 대해 '임대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차인에게 계약상 의무이행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임차물에 대해 일방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임대인 자신이 한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유죄)'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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