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멀고 리모델링은 가깝네
규제 완화로 서울서만 100곳 추진

6일 오전 경기도 평촌신도시 목련2단지 대우선경아파트(46~69㎡ 994가구). 리모델링 추진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은 지 16년이 된 이 아파트는 수도 등 설비가 낡아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자 리모델링에 나섰다. 지난달 말 주민 72%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고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리모델링조합 이형욱 조합장은 “준공 15년이 지나면서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올 정도로 설비 노후화가 심한데 재건축은 막연해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건축하려면 적지 않은 수선비를 들여가며 앞으로 2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각종 규제가 많아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요즘 서울ㆍ수도권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새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을 활성화기로 했는데 되레 리모델링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재건축 규제 완화가 까마득해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재건축 못지 않은 리모델링 기술 발전도 힘이 된다.

재건축 대안으로 떠오르는 리모델링=올 들어 서울ㆍ수도권 10여개 단지가 조합을 설립하거나 시공사를 선정하며 리모델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가 올 1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영등포구 대림동 신동아아파트는 최근 쌍용건설을 우선협상시공사로 정했다.

▲ 리모델링 기사에 물려주오 사진 설명은 처음으로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서초구 방배동 쌍용예가 클래식(옛 궁전아파트).
쌍용건설 관계자는 “서울시내 100여개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고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내 30여 개 단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이 많은 것은 1991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준공 후 40년이 지나야 재건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91년 이후 입주한 1기 신도시 단지들이 재건축하려면 앞으로 20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리모델링 연한이 준공 후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되면서 1기 신도시 상당수 단지에서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동안 리모델링이 주춤하던 강남권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9차는 최근 삼성건설대림산업ㆍ동부건설로부터 사업 입찰제안서를 제출받았다. 대치동 현대1차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어떤 수준으로 풀릴지 기약이 없어 리모델링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성이 불투명한 주택사업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지고 재건축 앞날은 불투명하다”며 “리모델링이 일감 확보에 효자다”고 말했다.

기술 ‘사각지대’ 사라진다=리모델링 기술의 진화속도가 빠르다. 기존 리모델링은 아파트 앞뒤로 확장하기 쉬운 ‘ㅡ’자형 아파트에서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ㄱ’ ‘ㄷ’ ‘ㅁ’자형 아파트도 얼마든지 리모델링할 수 있다. ‘전후면 + 측면 증축’ ‘측면 증축’ ‘중정형 설계’ ‘구조기둥 위치 변경 공법’ 등 최신 설계와 첨단 공법이 개발돼서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늘어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내력벽이나 기둥을 옮길 수 있는 기술까지 나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내부 공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에 CM(건설사업관리)방식도 등장했다. 1월 한미파슨스가 부천시 상동 반달마을 리모델링 사업의 CM사로 선정됐고 쌍용건설도 지난달 수원 정자동 동신 1,2,3차 아파트 리모델링의 CM을 맡기로 했다.

CM은 발주자인 입주민들이 기술력과 경험을 갖춘 업체에게 공사 기획 및 감독을 맡기는 것이다. 쌍용건설 박윤섭 리모델링사업부장은 “건설업체 간 수주전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주민 입장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재건축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기술 개발로 리모델링 품질에 대한 불안감도 씻겨지고 있어 리모델링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단지 가구수 시공사 준공년도 사업단계
이촌동 수정 84 두산건설 1976 행위허가
당산동 평화 284 쌍용건설 1978
도곡동 동신 474 쌍용건설 1978
잠원한신 13차 180 쌍용건설·동부건설 1982
이촌빌라,타워맨션 130 GS건설 1974
이촌동 현대 653 현대건설 1974
잠원한신18차 314 삼성건설 1983 조합설립
둔촌동 현대1차 498 현대산업개발 1984
풍납 미성 275 대림산업 1985
길동 프라자 354 대림산업 1984
응봉 대림 855 대림산업 1986
개포 대청 822 대우건설 1992
오금 아남 299 쌍용건설 1992
가락 현대6차 160 현대산업개발 1990
방배동 경남 450 쌍용건설 1979 건축심의
도곡동 삼호 144 SK건설 1984
잠원 한신 25차 169 현대산업개발 1984
개포동 한신 364 포스코건설 1985 추진 중
잠원 한신 21차 108 GS건설 1984
방배동 삼익 408 대림산업 1981
방배동 신동아 493 삼성건설 1982
이촌동 점보 144 대림산업 1974
옥수동 극동 900 삼성건설 1986
방이 한양3차 252 삼성건설 1985
방이 대림 480 대림산업 1985
상계 미도 600 현대건설 1988
반포 미도 1260 대림산업 1987
광장 일신 200 남광토건 1987
오금 우창 264 쌍용건설 1985
대치 우성2차 354 동부건설 1989
광장 현대3,5단지 1056 현대건설 1990
신정 대림 210 대림산업 1992
상계 보람 3315 대우건설·현대건설 1988
상계 한양 492 롯데건설 1988
목동11단지 1515 삼성건설·대림산업 1988
인천 신세계 700 경남기업·남광토건 1980
염창 우성 196 쌍용건설 1993
송파 성지 298 대우건설 1992
대림 신동아 591 쌍용건설 1987
수원 정자 동신 3870 쌍용건설 1987
※추진 중인 단계의 시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임. 자료:업계 종합

아파트 리모델링 vs 재건축
구분리모델링재건축
근 거주택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목적 및 성격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기능 향상노후·불량구조물 밀집지역 주거환경 개선
지정요건준공 15년 이상으로 구조안전에 지장이 없는 단지준공 후 20년 이상으로 건물이 훼손, 일부 멸실되어 안전사고 우려 있거나 재건축이 불가피한 주택
시행주체-입주자대표회의(주택 소유자 전원 동의) -리모델링조합(주민 2/3 이상 동의)재건축조합(주민 75% 이상 동의)
개발방식증축·대수선 등 기능 향상 및 수명 연장철거
사업방식행위허가사업시행인가
사업 범위전용면적 30% 이내기본계획 상의 용적률 이내
시행절차주민 2/3 이상 동의→건축심의→조합설립→행위허가 신청→구조안전 확인→이주 및 착공→입주기본계획 수립→구역지정(정비계획수립)→추진위원회(주민 1/2 이상 동의) →안전진단→조합설립(주민 75% 이상 동의)→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이주·철거→착공→입주·청산
시공사 선정규정 없음사업시행 인가 후 경쟁입찰
건축규제건축기준(용적율·건폐율·건축선·조경·공개공지 확보·높이제한·일조권) 완화 조합원지위 양도금지·소형평형의무비율·후분양제·임대주택 건립·재건축부담금 등 규제
자료: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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