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안되니 ‘뉴타운 따라하기’
구로구 ‘뉴타운식 광역개발’ 추진 논란

서울시 구로구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낡은 주택이 밀집한 개봉·고척·구로·오류동 일대를 '뉴타운식 광역개발'을 통해 광역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타운사업이나 재정비촉진사업이 아닌 독특한 방식의 광역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개발 방식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받기에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지역을 광역적으로 개발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추진이 어려운 재개발 방식이어서 개발 기대감에 따른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개발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놓고 정작 재개발 추진이 무산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주택 수요자나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 구로구 개봉·구로·고척동 일대 노후 주택과 아파트값은 개발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봉본동 17㎡ 안팎의 소형 다세대·연립주택 지분값은 3.3㎡당 2500만~3000만원 선이다. 구로구의 뉴타운식 광역개발 발표 이후 3.3㎡당 200만~300만원 가량 뛰었다.

뉴타운도 아니고 재정비 촉진사업도 아니고

구로구가 밝힌 '뉴타운식 광역개발 사업'은 각 구역별 조합을 시행자로 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아닌 구청장이나 주택공사 등 공공주체가 시행자가 돼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벌이면서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에 있어 기반시설까지 고려해 지역 개발의 큰 밑그림을 그려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구는 일정 지역 전체의 도시계획을 먼저 작성하고 거기에 맞춰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광역개발을 통해 동일 생활권 내에 뉴타운을 건설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구로구가 뉴타운사업도 아니고 재정비 촉진사업도 아닌 뉴타운식 광역개발 방식을 꺼내 든 이유가 다소 어뚱하다. 구로구 관계자는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진행되는 구역별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만으로는 도시의 난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구로구 내 정비구역은 많은 데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없어 자체적으로 광역개발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구로구도 이같은 속내는 숨기지 않는다. 구로구 뉴타운개발팀 관계자는 “개봉본·고척동 일대 경서지구를 당초 뉴타운으로 개발하려고 검토했으나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요건에 미달돼 차선책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 “법적 근거 없어 추진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구로구가 추진하려는 뉴타운식 광역개발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재정비특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고 이른바 '뉴타운 조례'라 불리는 서울시 균형발전조례의 적용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뉴타운식 광역개발은 개별 법률인 도시정비법과 국토계획법의 적용을 그대로 받게 된다"며 "이럴 경우 결국 따로 따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구역지정을 하고 도시계획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구 측이 밝히는 것처럼 계획적인 광역개발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재정비특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용도지역·용적률 완화 등 사업성과 직결되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도 없다. 또 구로구가 광역개발을 위한 이같은 개발계획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아낼 지도 의문이다.

물론 구로구는 "뉴타운식 광역개발은 구 자체적으로 도시계획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뉴타운에 준하는 개발 사업을 서울시 허가 없이 구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렇다보니 구로구가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대응 방안도 강구하지 않는 채 '실적'을 의식한 밀어붙이기식 개발 계획 발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구로본동에 사는 이모씨는 "현재 재개발사업도 추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간의 의견 충돌로 사업 진척이 더딘 판에 갑자기 '뉴타운식 광역개발'이다 뭐다 해서 전체적인 사업방향을 흔들어 놓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도 "서울시 차원에서 조례까지 만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뉴타운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나마 그러한 근거조차 없이 추진하는 뉴타운식 광역개발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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