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 입주권 노린 투기 극성
상가 쪼개기 강북 전역으로 확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87-7번지 일대 한 상가 건물. 지목이 대지인 이 상가의 땅 면적은 1400㎡에 불과하다.
그러나 건물ㆍ토지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소유주만 60여명에 달한다. 계산 상으로 땅 주인 한 사람 당 23㎡(7.05평)씩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성북구, 성동구, 강북구 등에도 이와 비슷한 곳이 적지 않다.

서울 강북 권 주요 재개발 예정지역에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근린생활시설) 건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멀쩡한 단독주택을 허물고 상가를 짓는다. 재개발구역에서는 상가 소유자에게도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는 점을 노리고 소유권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 팔기 위해서다.

단독주택을 부수고 상가 건물 1동을 지으면 대부분 토지 지분은 10∼15개로 쪼개진다. 용산구의 경우 전용면적 15㎡ 남짓한 소규모 상가지만 거래 가격은 ㎡당 2118만∼3025만원(평당 7000만∼1억원)을 호가한다.

상가 건축허가는 다세대에 비해 느슨해

그동안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지분 쪼개기는 주로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방법으로 성행했다. 각 구청에서 건축허가 제한을 통해 이를 막자 지분 쪼개기가 상가를 짓는 수법으로 옮겨 붙고 있다.

주로 용산구에 집중됐던 상가 신축도 성북구, 강북구, 성동구 등 강북권 주요 재개발 예정지로 확산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용산구에서만 상가 건축허가 신청 건수만 162건에 달한다. 2005년 19건, 2006년 109건에 비해 급증했다. 각종 재개발사업 계획이 많은 성북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166건에 달하는 상가 건축허가 신청돼 대부분 허가를 받았다. 2005년, 2006년 성북구 상가 건축허가 신청 건수는 각각 72건, 9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성동구 상가 건축허가 신청 건수도 26건으로 2005년(8건), 2006년(22건)에 비해 늘었다.

상가 건축 업자들은 단독주택을 여러 개의 상가 점포로 나눠 팔아 이익을 챙긴다. 성북구의 경우 대지 지분을 기준으로 단독주택이 ㎡당 1000만원 선이지만 상가는 1200만∼1500만원에 달한다.

주변 장미공인 김용섭 사장은 “언젠가는 재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준공되기도 전에 상가 도면만 보고 사가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대개 다세대 주택뿐 아니라 상가도 건축허가 제한 대상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상가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조례에 의해 전용면적 50㎡ 이하 주택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지만 이런 규정이 없는 상가는 신청하면 어렵지 않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용산, 성북 등 서울 강북권 재개발 예상지역에서 상가 신축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용산구가 ‘용산 소식지’를 통해 발령한상가 지분 투기 주의보.

다만 용산구에서는 올해 1월 상가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자 소규모 상가 건축물에 대한 허가 기준을 강화해 전용면적이 40㎡ 미만인 경우에는 건축을 제한하고 있다.

용산구 건축과 관계자는 “상가용 집합 건물은 다세대 등 공동주택과는 달리 최소 면적에 대한 건축 제한이 없어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가 성행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재개발 사업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속출해 상가 건축허가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청산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 투자는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개 재개발구역에서 아파트 입주권은 토지가 달린 주택 소유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상가 소유자도 일반 주택과 동일한 방식으로 아파트 입주권이 배정되지만 일단 권리가액이 신축 아파트 최소 평형 분양가 이상인 경우에만 그런 혜택이 주어진다.

재개발 후 상가를 배정받으려 할 때 상가 지분 수가 많은 곳에선 자칫 순위가 밀려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사업자등록을 한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를 우선 배정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나비애셋 한광호 소장은 “아파트 건립 가구수보다 조합원이 많을 경우 소규모 상가는 청산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요지역 상가 건축허가 신청건수

▶용산구
2007년 -162건
2006년 -107건
2005년 - 19건

▶성북구
2007년 - 166건
2006년 - 95건
2005년 - 72건

▶강북구
2007년 - 31건
2006년 - 23건
2005년 - 21건

▶성동구
2007년 -26건
2006년 -22건
2005년 -8건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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