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주거문화 / 인기끄는 전원주택ㆍ타운하우스 ①◆
아파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 등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10년 후에는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현상이 보편화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이들 모습이 실험적으로 보인다.
이들이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새로운 주거형태를 택한 사람들 생활상을 들여다보자. 주거형태 변화는 이들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 다시는 아파트로 돌아가기 싫어 =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한 타운하우스. 총 70여 가구 중 현재 21가구가 입주한 이 타운하우스는 그림같은 집들이 담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단지의 특징은 유명 건축가 7명이 각각 8~10여 채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은 마치 오래된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건축가가 디자인한 집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생활을 접고 이곳 타운하우스로 이사온 장경환 전 삼성중공업 사장(77)과 부인 윤석희 씨(69) 부부는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다.
"평소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죠. 애들 공부 마치고 결혼도 다 시키고 나니 아파트를 떠나고 싶었어요. 화단에 꽃을 가꾸고 상추 배추 심어 이웃과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해요."(윤석희 씨)
그는 "보안이나 쓰레기 처리가 걱정이었는데 단지 형태니까 그런 것도 다 해결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누가 온 기척을 느꼈던지 이웃집 젊은 새댁들이 하나둘 시어머니뻘인 윤씨 집으로 모여든다.
"담이 없어 커튼만 살짝 올려 보면 옆집에 누가 왔는지, 밖에서 애들이 뭐 하고 노는지 다 알 수 있죠."(작곡가 양재선 씨) 지난해 5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30대 양씨도 1년도 안 돼 전원생활 예찬론자가 다됐다.
"아침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흙내음 나는 신선한 공기 마시며 산책 하니까 탈이 나던 기관지도 좋아졌고요."
양씨는 "다시는 숨이 꽉꽉 막히는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이웃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아파트와 차이나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한 집이 마당에 나와 고기를 구우면 옆집에서 와인 들고 나오고, 또 다른 집은 고구마를 들고 나와 단지 안은 금세 바비큐 파티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 전원생활 5년에 망막염 나아 =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전원주택에 사는 조홍범 교수(50ㆍ서경대 생물공학과)도 전원생활 5년째다.
조 교수 집은 뒤로는 울창한 참나무 숲이, 앞으로는 시냇물이 흐르는 야트막한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황토 흙벽돌과 나무를 사용해 지은 집 이름은 `물아당((物我堂)`. 자연과 내가 하나(물아일체)가 된다는 의미다.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팔고 시골행을 택하게 된 것은 신경성 망막염으로 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아이들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이라는 것이 이주하는 데 가장 큰 고민거리였지만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50대 중반쯤 되면 시골로 내려 가려고 했는데 건강 때문에 앞당겼다"며 "아이들 등교 때문에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보금자리를 틀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황토로 지은 집이어서 그런지 누구든 우리 집에만 오면 잠을 잘 잔다"며 "숙면 때문인지거짓말처럼 내 병도 나았고, 아이들 비염도 말끔히 치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침 저녁 등교시키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대만족"이라며 "참나무에 바람스치는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이 되레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도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기다려야 해요.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의 아내도 도자기, 천연비누, 천연염색에 있어 프로급이 됐을 정도로 전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 자연과 하나되는 기분 = 경기도 용인 신봉동에 위치한 한 목조주택 단지에 최근 입주한 회계사 이재선 씨(48)도 전원주택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아파트 행렬이 이어지는 끝자락에 위치한 도심형 전원주택이다.
이씨가 살던 성남시 분당 아파트에서 10분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어 옮기는 데 부담이 크지 않았다.
"사실 아파트에만 살다가 전원주택에 들어가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도둑 걱정도 되고, 불편한 면도 있죠."
하지만 그런 집에 적응한다는 것이 전원주택 매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제 손으로 집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설계사가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내면 저희가 고르고 바꿔 달라고 하죠. 건설사와 궁합이 맞아야 돼요."
다 지은 뒤에도 집은 매일 살아서 움직인다.
틈틈이 잡초도 뽑고 풀도 깎고 채소도 키워야 한다.
자연과 하나 된 느낌도 좋다.
아침엔 큰 창으로 한가득 들어서는 햇살이 잠을 깨운다.
그 햇살은 종일 집안을 따뜻하게 한다.
침대에 누우면 별자리 사이로 구름 흘러가는 게 보인다.
아내 박인복 씨(45)도 "여행을 가면 자연을 바라만 보는데 이렇게 산 속에 사니까 자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며 "집 하나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이들도 확연히 변하는 걸 느낀다고 했다.
생전 정리정돈하지 않던 고교 2학년 딸도 함께 집을 가꾸다 보니 깔끔한 성격이 됐다.
아들도 남을 신경쓰지 않고 뛰놀 수 있어서 누구보다 좋아한다.
[특별취재팀 = 심윤희기자(팀장) / 이진우 기자 / 김인수 기자 문일호 기자 /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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