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갈비·일동온천, 부활을 꿈꾸다
新도로개통·트렌드 변화로 침체 분위기
옛 도로로 오라는 ‘슬로비 로드’ 캠페인
곳곳에 양귀비 군락·산사나무 등도 심어

포천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47번 국도(반월~군포~안양~과천~서울~퇴계원~포천~철원~김화). 이동갈비·유황온천·식물원 등 700여 곳으로 구성된 화현·일동·이동면 상권이 주변에 있다. 요즘 들어 이곳이 바빠졌다. 각종 악재로 생긴 상권의 위기를 이겨내려고 상인들이 소매를 걷어 부쳤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엔 수도권 관광객들로 붐볐다. 유황성분 풍부한 ‘일동온천’과 맛 좋고 푸짐한 ‘이동갈비’ 등 관광 브랜드의 힘이 컸다. 산정호수나 백운계곡으로 가는 길목이란 이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상황이 변했다. 기존 도로 옆에 왕복 4차선의 새 도로가 부분개통(화현리~수인리)됐다. 노선은 비슷하지만 고속도로만큼 빨라, 외지차량 대부분이 다니기 시작했다. 줄어든 교통량 탓에 기존 상권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9월 말엔 나머지 구간(수인리~도평리)까지 개통된다. 이때 국도 타이틀도 새 도로로 완전히 넘어간다. 부분개통 구간은 이미 ‘47번 국도’로 불리고 있고, 그 옆의 기존 도로 부분은 지방도로가 돼 번호를 잃었다.

같은 해 말, ‘접착제 갈비’ 파동도 터졌다. 이동갈비 업체들이 갈비뼈에 수입 부채살 등을 식용접착제로 붙여 판 게 드러나 수요가 뚝 떨어졌다. 대형 워터파크(water park)와 레저시설을 완비한 온천시설이 수도권 곳곳에 들어서면서, 일동온천의 인기도 줄어들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지역상인들은 최근부터 움직임에 돌입했다. 갈비전문점과 식물원, 펜션 등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슬로비 로드(slobbie road) 추진위원회’를 세웠다. ‘슬로비’는 ‘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자로, ‘생활 속도를 늦춰 느긋하게 살자’는 철학을 가진 이들을 뜻한다. 추진위의 이철학 부회장은 “삶의 여유를 아는 사람은 속도는 좀 느려도 볼거리·먹거리 많은 기존 도로로 오란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남이섬·강화도 등을 다니며 모범 사례를 배우고 있다. 9월부터는 국립수목원·궁예산성·개성인삼조합 등 관내 명소의 역사를 배운다. 관광가이드의 소양도 갖추겠다는 의지다. 여러 업소를 소개한 안내책자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포천에 공장을 둔 배상면주가(酒家)는 47번 국도 중 화현면 일동국군병원 구간 1㎞에 ‘산사춘’의 원료 산사나무를 심었다. 뷰식물원은 도로 곳곳에 평소 보기 힘든 양귀비 군락을 조성할 예정이다. 최병덕 회장은 “다양한 시도로 기존 47번 국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 포천 남북을 가로지르는 47번 국도변의 이동갈비촌. 지역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이곳은 새 47번 국도 개통 등 환경변화로 생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포천시 제공

남승우기자 futurist@chosun.com
입력 : 2006.09.04 00:07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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