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비리,高분양가 부채질
부담은 고스란히 피분양자 몫

검찰이 올 2월부터 집중 단속한 재건축ㆍ재개발 비리 실태를 보면 최근 높은 가격 때문에 논란이 된 아파트 분양가에 시공사나 하도급업체들의 `뇌물 비용'이 적지 않게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대검찰청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종 비리가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 부실 공사로 이어져 조합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뇌물 고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건설현장에서 `오에스(OS) 요원'이라고 부르는 홍보 전담 직원들까지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다 적발됐다.

조합장 등 영향력이 있는 조합 관계자들에게 집중되던 로비 공세가 건설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범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조합원들에게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분양가는 뇌물탑(?)

재개발과 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은 기본계획-구역지정-조합추진위 구성-정비사업전문업자 선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인가-분양-회계감사-입주-조합해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각 사업 단계에 시공사 외에 철거, 설계를 맡은 협력업체들이 이권을 놓고 로비를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이후 시공사-조합의 유착 고리를 끊으려고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로비는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구속기소된 I건설 정모(56) 상무는 `오에스 요원'들을 관리하는 컨설팅업체 대표 김모(37ㆍ여ㆍ불구속)씨를 통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1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한달 넘게 돌렸다.

이 업체가 이런 식으로 추진위원과 주민들에게 사용한 액수만 3억원이었다.
김씨는 홍보요원들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 9억2천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도 결국 재건축 비용에 포함돼 부담은 고스란히 분양을 받는 사람들의 몫인 셈이다.

I건설이 추진하던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추진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이모(62ㆍ구속)씨는 시공사 선정 자문 대가로 2천400만원을 챙겼고, 이씨의 로비로 정비사업체로 선정된 C사 대표 김모(42ㆍ기소중지)씨는 시공사 선정 대가로 16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자문위원, 홍보업체, 정비업체 등이 삽도 뜨기 전에 돈 잔치부터 했다.

상자로 10억 받고 상가 헐값 매각

조합 상가를 건설업체에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넘기는 대신 뒷주머니로 100억원을 챙긴 조합장과 고문, 총무이사, 고문 변호사도 적발됐다.

조합장 유모(64) 씨 등은 매각을 놓고 조합원들끼리 경매 분쟁이 있는 상가를 건설업체에 헐값에 넘기고 편의를 봐줄테니 100억원을 달라고 요구해 일단 현금 10억원을 박스 4개로 골목에서 받아 차 트렁크에 싣고가는 과감함도 보였다. 이들은 나머지 90억원은 당좌수표로 받았다.

B주택재개발조합 감사 권모(41) 씨 등은 아파트 주민들이 전자제품을 공동구매할 때 업체 선정과 관련, 계약서를 납품가보다 비싸게 작성해 차액 5천700만원을 챙겼고 조합장 유모(54) 씨 등은 선정 사례금으로 2천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구 도시계획위원인 S대 교수 김모(52ㆍ불구속 기소)씨는 건축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W사 김모 이사로부터 고급 승용차와 현금 1천만 원 등 4천200만원을 챙겼다.

공사장 식당 운영권을 놓고 브로커가 1억2천만원을 챙긴 사건도 있었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7억 원의 주금을 가장 납입한 B컨설팅 등 6개 업체가 사채업자들도 적발됐다.

이 브로커는 원사채취권 수주 청탁 대가로 J재건축조합 조합장에게 5천만원을 건네기도 했다.공사 현장 구석구석에 청탁과 뇌물이 끼여든 것이다.

공식 홍보비만 수십억 분양가 거품 조성

수사 결과 재개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통상 홍보비용으로만 60~70억원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공사비로 99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따낸 I건설은 홍보비용으로만 공식적으로 22억원을 썼다.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재건축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까지, 재개발은 시공사가 공동시행자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명목으로든 시공사가 조합에 유ㆍ무형의 지원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제3자로서 조합 업무를 돕기 위해 만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제도도 시공사에서 뒷돈을 받는 등 부패 고리로 변질하는 양상이어서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5개월 단속한 결과는 일부 비리를 적발한 것에 불과하다. 재개발, 재건축 비리가 척결 될 때까지 유관기관과 협조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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