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도시, 동북아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송도국제도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갈수록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자 유치소식은 들리지 않고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 가격만이 폭등하며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파트 분양에 따른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긴 미국 게일사(송도개발사업자)는 최근 국내업체에 아파트 시공권을 주는 대신 이에 따른 개발이익금을 받아 업무용 시설을 짓는 개발 계획을 추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늘어난 것은 아파트와 부동산중개업소
29일 개발이 진행중인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현장. 고층 아파트와 공원 공사가 곳곳에서 한창이고 맞은 편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주변에는 ‘송도 아파트 분양권 상담 환영’ ‘급매물 있음’이란 홍보전단을 붙인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대거 성업중이다. 상가와 건설 현장을 인근에만 100곳은 넘어 보인다. 반면 업무용 빌딩이나 병원, 백화점 등 다른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아 국제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3월 송도국제도시 3공구 중심부지에 외국인학교가 착공한 게 고작이다.
그런데도 아파트 가격은 프리미엄이 2억원이상 호가하는 등 상종가를 치고 있다. 33평~50평형 아파트는 2005년 5월 분양가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고 특히 50평형은 3억원 이상 오른 7억9,00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도서관, 학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버스 등 교통망도 미미해 아직까지 생활하는데 불편이 크다”며 “다만 앞으로의 개발 전망이 높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경제자유규역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 7월말까지 송도국제도시내 허가가 난 공동주택 수는 아파트 9,112가구, 오피스텔 1,058 가구 등 1만1,700 가구에 달하고 있다. 이중 60% 정도인 6,000 가구가 입주해 있다.
외국기업 유치 1곳 불과
외자 유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02년 본격 개발이 시작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4년이 지났지만 직접적인 외자 유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외국기업 유치도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151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 건립과 관련, 미국 포츠만그룹과 지난 6월 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는 했지만 아직 자금 유입 및 착공 시기 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송도개발사업자인 미국 게일사와 국내 포스코건설이 7대3 비율로 합작설립한 NSC(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걸맞은 업무용 시설은 외면한 채 민영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개발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고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개발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6,000여 가구 넘은 민영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외국인들에게 돌아간 물량은 거의 없고 전부 내국인들이 차지했다”며 “외국업체 전용빌딩, 외국인임대아파트 등 외자유치를 위한 시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도국제도시 개발권 국내업체 판매 논란
더욱이 송도개발사업자인 미국 게일사는 최근 국내 업체에게 아파트 시공권을 판매하는 링키지 프로그램(Linkage Program)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유치 기업을 통해 업무시설을 개발하는 종전의 개발 계획을 변경,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아파트 등의 시공권을 주고 대신 관련 개발이익금으로 업무시설을 짓겠다는 것. 이는 게일사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외자유치가 뜻대로 되지 않자 국내 자본을 끌어들여 외국인 업무 빌딩을 건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민단체들은 “링키지 프로그램은 게일사가 외자유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이는 국내 건설업체간 시공권 수주를 위한 과당경쟁을 부추겨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게일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 활성화와 업무용 빌딩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