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한남동은 대기업 창업자 및 자손 등 전통적인 부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대궐 같은 빌라촌들이 즐비해 강남의 웬만한 부자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은 그 대표적 케이스다. 그 한켠에 있는 한남연립이 요즘 재건축 논란에 휩싸였다. 두 개의 번지수로 나눠진 이 연립단지는 한 쪽이 먼저 순조롭게 개발됐지만 다른 한 쪽은 4~5배나 비싼 분양가 때문에 시공사 및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재건축이 늦어지고 있다. 먼저 개발된 729번지의 분양가는 28평 기준으로 8000만원~1억원인데 반해 728-4번지의 분양가는 2억5000만원~3억원 선이 문제의 시발이 되고 있다. 하지만 729번지의 경우 현 시세가 최대 9억원 선으로 추산되고 있어 728-4번지 주민들의 갈등은 외부에서 보면 사실상 ‘행복한 고민’이다. 고급빌라와 낡은 빌라가 공존하는 한남연립 재개발은 이처럼 도시 재건축의 또 다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남연립 재개발 진행 및 현재의 상황 등을 현장 취재했다.


 

분양 1억에 매매가 9억 재개발 ‘행복한 고민’

[재건축 르포④]-한남연립…전통의 부촌 허름한 연립 재개발 놓고 갈등

용산구 한남동은 대기업 창업자 및 자손 등 전통적인 부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대궐 같은 빌라촌들이 즐비해 강남의 웬만한 부자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은 그 대표적 케이스다. 그 한켠에 있는 한남연립이 요즘 재건축 논란에 휩싸였다. 두 개의 번지수로 나눠진 이 연립단지는 한 쪽이 먼저 순조롭게 개발됐지만 다른 한 쪽은 4~5배나 비싼 분양가 때문에 시공사 및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재건축이 늦어지고 있다. 먼저 개발된 729번지의 분양가는 28평 기준으로 8000만원~1억원인데 반해 728-4번지의 분양가는 2억5000만원~3억원 선이 문제의 시발이 되고 있다. 하지만 729번지의 경우 현 시세가 최대 9억원 선으로 추산되고 있어 728-4번지 주민들의 갈등은 외부에서 보면 사실상 ‘행복한 고민’이다. 고급빌라와 낡은 빌라가 공존하는 한남연립 재개발은 이처럼 도시 재건축의 또 다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남연립 재개발 진행 및 현재의 상황 등을 현장 취재했다

 
 
 ▲  한남연립 재건축 사업구역(위), 728-4번지 일대 모습. ⓒ스카이데일리
 ▲ 호화빌라로 재건축이 완료된 729번지(아래 오른쪽)와 낡고 허름한 기존의 한남연립(왼쪽)이 가운데 높은 담장으로 분리돼 극과 극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통의 부자동네 ‘한남동’. 그 곳에 대궐 같은 높은 담벼락이 있는 호화 빌라촌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낡고 허름한 연립단지가 보인다.
 
오래된 연립주택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바로 뒤편의 한남동 728-4번지에 소재한 ‘한남연립 6~10’동이다.
 
역세권의 알짜배기 땅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한남동의 옥의티’로 불려지는 이 연립단지는 지난 2007년 2월 1일 재건축 인가를 받은 후 6년째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연립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직까지도 재건축 첫 삽을 못 뜨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사와 분양가 마찰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급기야는 조합장이 3번씩이나 교체되는 복잡한 사태도 겪었다.
 
현재 같은 연립단지였던 1~5동은 이미 재건축을 완공하고 분양도 마무리됐지만 6~10동 주민들은 바로 옆의 호화 빌라를 부럽게 바라봐야만 할 처지가 됐다.
 
주민들, 지척 거리지만 상황은 ‘천국과 지옥’ 반응
 
같은 단지임에도 처음부터 두 곳으로 갈린 것은 아니다. 과거 한남연립은 1~10동까지 있는 규모가 큰 연립주택 단지였다. 
 
 ▲ 이미 재건축을 마친 729번지(왼쪽)와 바로 옆의 728-4(오른쪽). 불과 2미터도 안되는 지척거리다.

이곳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 10개의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만 실상 1~5동과 6~10동은 지번이 달랐다. 1~5동은 한남동 729번지였고, 6~10동은 728-4번지로 속했다.
 
729번지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728-4번지 주민들과 독자적으로 먼저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2006년 11월 729번지 주민들은 재건축 인가를 받은 뒤 추진위원회를 조합으로 바꿔 본격적인 건축에 나섰다. 이후 729번지는 2010년 9월에 공사가 완료돼 곧바로 분양 및 입주가 끝났다.
 
729의 재건축 추진에 자극을 받은 728-4번지 주민들은 한발 늦은 2007년 2월 인가를 받았다. 728-4번지 주민들의 재건축 추진 준비는 제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가를 받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어 2008년 5월 8일 728-4번지 주민들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조합원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1차 시공사 선정이 실패하고 이후 2차 마저 무산됐다.
 
주민들은 같은 해 6월 6일 3차 시공사 선정에서 ‘동양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동양건설의 선정 배경에는 이미 한발 앞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 729번지의 시공사였던 이유가 가장 컸다.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재 728-4번지 지역에 20년째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그때는 앞 번지하고 같이 시공을 하게 되면 싸고 좋은 조건으로 시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합원들도 이 의견에 찬성해 시공사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728-4번지 주민들은 재건축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 재건축 완공 후 분양까지 완료된 729번지 빌라

조합장 세 번 바뀌며 재건축 공사 스톱
 
하지만 재건축 첫 삽을 뜨려 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729번지의 분양가격에 비해 728-4번지의 분양가가 4~5배까지 비쌌던 것이다.
 
729번지의 분양가가 28평 기준으로 8000만원~1억원(현 전세가 6억)인데 반해 728-4번지의 분양가는 2억5000만원~3억원 선이었다.

729번지의 인근의 2004년에 지어진 빌라의 경우 24평에 비슷한 층 기준으로 현 시세 6억원 선임을 감암하면 729번지의 32평(분양면적)은 약 8~9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추산이다. 729번지 빌라는 현재 매매로 나온 물건이 없다.
 
728-4번지 조합원들은 이 가격엔 절대로 재건축을 시행할 수 없다며 급기야 시공사의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바로 앞 번지하고 지척 거리인데 그 정도 분양가 차이는 용납할 수 없었다. 10동의 위치 때문에 시공비가 많이 들어 분양가가 높게 측정됐다는데 그래도 이정도 차이는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고가차도 위에서 본 728-4번지 일대. 사다리꼴 모양의 형태를 띄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주택 단지 위치상 1~5동은 ‘직사각형’ 모양인 반면 6~10동은 사다리꼴의 형태를 하고있어 건축 시공비가 훨씬 많이 소요 된다는게 시공사의 입장이였다.
 
처음에 시공사와의 계약 시 분양가를 확인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 때는 조합원들 전체가 아무것도 몰랐고 1대 조합장이 모든 사항을 진행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조합장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역은 벌어진 상황에 손도 쓰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됐다. 이후 조합장이 바뀌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이후 또 한번의 조합장 교체가 이뤄졌다.
 
재건축 추진 강한 의지  갖고 추진
 
 ▲ 728-4번지 재건축사업 조합장
주택 단지 위치상 1~5동은 ‘직사각형’ 모양인 반면 6~10동은 사다리꼴의 형태를 하고 있어 건축 시공비가 훨씬 많이 소요된다는 게 시공사의 입장이었다.
 
처음에 시공사와의 계약 시 분양가를 확인하지 않았냐는 스카이데일리의 확인 요청에 대해 현 조합장과 주민들은 “그 때는 조합원들 전체가 아무것도 몰랐고 1대 조합장이 모든 사항을 진행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조합장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1대 조합장은 “정당하게 추진됐고 잘못한 것이 없다”며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728-4번지 지역은 그대로 방치됐다. 이후 조합장이 바뀌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이후 또 한번의 조합장 교체가 이뤄졌다.

3대 조합장을 맡고 있는 김무옹씨를 기자가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시작한 재건축 사업에 대해 어떻게든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김 조합장은 현재 일어난 사태의 해결책으로 ‘시공사 교체’를 꼽았다.
 
현 시공사인 ‘동양건설’은 2009년 부도처리 돼 재건축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729번지 재건축도 시작은 동양건설에서 했지만 건물의 골격만 동양이 했을 뿐 나머지는 조합원들이 직접 진행했다”며 “우리 지역 또한 동양이 재건축을 추진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또 “동양과의 계약기간은 남았지만 조합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시공사 교체를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현재 728-4번지는 지형이 까다로워 공사에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시공사의 선정계획도 다른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따로 조합원들과 상의한 내용이 있고 접촉중인 시공사도 몇 곳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선 안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28-4번지의 조합원은 44명이다. 시공사와 처음에는 ‘49세대 40평’에서 건축을 하고자 했지만 현재는 ‘54세대 32평’까지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공사와의 계약은 ‘61세대 28평형’으로 계약조건을 내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세대수를 늘리면 시공사 측에서 확보할 건축 세대수가 많아져 주민들이 부담하는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 현재 한남빌라 주택안의 모습. 누수로 인해 지붕은 부패되고 전기시설마저 불안해 욕실 벽에 등을 걸어 놨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현 주택은 심하게 낙후돼 분양가가 다소 높아도 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728-4번지 주민들은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루빨리 시공사를 교체해 재건축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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