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만 3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도심개발 프로젝트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용산국제업무지구)이 표류하고 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전임 오세훈 시장이 판을 벌였다면 박원순 시장이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정상화를 위한 증자 등 자금조달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의 주요 대주주들 간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원활한 사업추진의 핵심인 주민보상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열린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3~4조원(주민들 주장) 안팎의 보상을 위한 자금조달계획이 통과되지 못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개발사업지역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3시 드림허브 본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즉각적인 보상안 확정이나 개발철회(재산권 행사) 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드림허브 측은 이날 스카이데일리와의 단독 확인과정에서 “이사회는 보상금액이 아닌 보상계획이 논의됐을 뿐 그 어떤 금액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과의 보상문제가 앞으로 여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사안이 앞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추진의 성패를 가늠하고 있음을 또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뿐 아니다. 선매각 등을 내세운 사업자금 마련은 현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분양을 시작했거나 곧 분양에 들어갈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가운데 애초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 숲 일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전경련 신축회관, 송도국제도시 등과 경쟁해야 미분양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표류하는 용산개발사업과 논란이 되고 있는 보상문제 등의 이슈를 현장 취재했다. |
오세훈 판벌인 ‘30조 도시’ 박원순 해법 의문
[재건축 르포⑥–용산국제업무지구]…보상액 사상초유 수조원대 논란
공사비만 3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도심개발 프로젝트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용산국제업무지구)이 표류하고 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전임 오세훈 시장이 판을 벌였다면 박원순 시장이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정상화를 위한 증자 등 자금조달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의 주요 대주주들 간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원활한 사업추진의 핵심인 주민보상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열린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3~4조원(주민들 주장) 안팎의 보상을 위한 자금조달계획이 통과되지 못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개발사업지역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3시 드림허브 본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즉각적인 보상안 확정이나 개발철회(재산권 행사) 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드림허브 측은 이날 스카이데일리와의 단독 확인과정에서 “이사회는 보상금액이 아닌 보상계획이 논의됐을 뿐 그 어떤 금액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과의 보상문제가 앞으로 여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사안이 앞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추진의 성패를 가늠하고 있음을 또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뿐 아니다. 선매각 등을 내세운 사업자금 마련은 현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분양을 시작했거나 곧 분양에 들어갈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가운데 애초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 숲 일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전경련 신축회관, 송도국제도시 등과 경쟁해야 미분양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표류하는 용산개발사업과 논란이 되고 있는 보상문제 등의 이슈를 현장 취재했다
▲ 한강변에 조망권이 좋은 빨간 실선 부분의 서부이촌동 지역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해 보상문제 등 논란의 핵심으로 부각한 지역이다.
▲ ⓒ스카이데일리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근접 투시도(위) 및 조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찬반 양론과 새로운 대안 모색 등 다양한 요구 속에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같은 지역내 주민들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자칫 주민들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주민들에게 더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개발사업에 대해 찬성합니다”
이 지역에서 20년을 이상 살아 온 한 수퍼마켓 주인은 “노후된 건물과 도로를 새로 바꾸는 일이 될텐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거주자가 대부분이다”며 “그들은 이미 약 20년전 재개발의 혜택을 누렸던 사람들로 재개발과 관련해 이익을 얻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주민 70% 이상이 재개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주민은 “이 지역 인구의 대다수가 아파트거주자인 이유가 가장 크다”며 “일반주택 거주자들은 건물이 낡아 생활 자체가 힘들고,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하루 빨리 개발이 진행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낡은 주택과 도로가 개보수 돼 생활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 대다수의 아파트 단지에서 개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 다수는 개발사업 진행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확실한 보상방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총무 김재홍씨는 “현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자금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주택문제는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개발관련 합의 의사 유무에 대해 그는 “운영사와 분양가 및 이주비에 대해 전혀 합의할 의사가 없다”며 개발사업 계획의 전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 9일 오후 3시 광화문에 위치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 본사 사옥 앞에서 서부이촌동 주민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보상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이와관련해 지난 9일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 본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기도 했다.
주민불신을 키운 청사진 발표
개발사업 발표 당시에는 개발에 동의했지만 현재는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당시 시행사 직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며 “합의조건은 아파트 평당 2900만원의 분양가와 분할토지 평당 1억원의 보상가격 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사가 제시한 혜택이 마음에 들어 당시 동의서를 냈으나 향후 비대위 관계자들에게 그 조건이 동의서를 받기 위한 거짓내용이라는 것을 들은 후 개발행위 자체에 반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는 주민들이 계속 반대할 경우 이곳을 도시자연 공원 구역으로 지정한 후 주변 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주민들에 대한 협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반대의사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도시자연공원 구역에서는 도시의 자연환경 및 경관을 보호하고 여가·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한다. 지정구역에서는 건물을 짓거나 용도변경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 도로를 기준으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후 부분 공사가 진행중이다.
한편 서부이촌동 토지는 2001년 제1종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된 이후 2006년 용산역세권 개발 확정 발표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의 한 업주 J씨는 “2004년만 해도 33평 아파트 기준, 매매가격이 4억원 정도였다”며 “발표 이후 2007년에는 10억원선 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부동산 업자들이 수시로 부동산을 찾아 매물을 물색했다”며 “당시 개발 후 분양가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은 많은 이득을 남기고 집을 팔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2007년 8월 26일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개발예정구역에 대해 금일 이후 매매 거래한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권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게 된다.
J씨는 “이후 서부이촌동의 부동산 거래는 전무해졌다”며 “개발에 묶이고 분양권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부동산 열기로 뜨거웠던 이 지역은 찬밥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 불신을 더 키운 장본인이 사업주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개발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지려면 주민들을 설득해 토지보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보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장밋빛’ 청사진만 발표된 것이다. 결국 장밋빛 청사진은 주민들의 불신만 더욱 키운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한 관계자는 “5년간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해 불만인 주민이 많다”며 “한쪽에 반대가 심한데 다른 한쪽에선 단군이래 최대라는 구호만 거창하니 주민들이 못 마땅해 한다”고 전했다.
보상자금, 사업자금 마련에 난항
지난해 11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서부이촌동 보상관련 문제를 시민 참여형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민대표기구와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서부이촌동 보상방안을 마련하며 일부 주민들이 우려하는 강제 수용과 행정대집행에 의한 철거 등의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를 통해 당시만 해도 순조로울 것이라 예측됐던 보상문제는 현재 시행사의 자금사정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드림허브는 이사회를 열고 주민 보상금액과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4조원(주민들 추산) 가량의 보상금 조달계획을 둘러싼 이사회의 이견이 커 안건은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는 이번에 열린 이사회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이 안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번번히 합의에 실패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현재 여러가지 안건을 두고 고민 중에 있다”며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보상문제에 대해 빠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결정권을 갖고 있는 드림허브 이사회는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지 땅 주인인 코레일(3명)을 비롯해 롯데관광개발(2명), 삼성물산(1명), 삼성SDS(1명), 푸르덴셜 부동산투자(1명), KB자산운용(1명),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1명) 등 1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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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용산역세권의 한계
1년전 당시 용산역세권개발㈜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보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67조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36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연간 외국인 500만명을 포함해 약 1억7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것.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을 4조1632억원에 선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4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것이라고도 했다.
가장 민감한 서부이촌동 주민 문제는 보상일정 등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올해 5월에는 초고층 빌딩들의 최종 디자인을 확정,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성대한 말잔치는 거기까지였다.
우선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출자사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장차 수익 창출이 불안한 가운데 선뜻 앞장 서 사업진척 의지를 밝힐 출자사는 없다. 또 유상증자와 보상계획안 모두 진행상황이 더디기만 하다.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민 보상계획안이 합의돼야 한다. 주민들의 불신이 이처럼 큰 가운데 밀어붙이기 식 강행은 자칫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30조원의 사업자금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미리 건물을 팔거나 분양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지만 유럽 경제위기 등으로 선금내고 살 투자자가 있을 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사업성이다. 서울 도심 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유사한 초고층 빌딩이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어서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위험이 존재한다.
잠실에 들어 설 롯데월드타워는 내년부터 분양을 시작한다. 또 현대차가 서울 숲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110층 규모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있다. 지난해 문을 열고 현재 분양률 70% 수준으로 알려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내년 예정인 전경련 신축회관 그리고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빌딩 등 서울 도심과 주변에는 이미 분양에 들어갔거나 곧 분양예정인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국내외 경기와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상가, 점포, 오피스 등의 분양이 순조로울 지 의문시 되는 대목이다.
새롭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경실 재개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메일 |
▲ 스카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박원순 시장의 서부이촌동 재개발 주민들에 대한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