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화랑가에 커피향 솔솔 ~
한남동 홍대 분당카페가 된 미술관
그림감상에 커피까지 새로운 풍속도
수익창출에 젊은 작가 데뷔무대 제공
’제2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 거리. 이곳에는 미술관 같은 2층 카페가 하나 있다. 이름도 ’테이크아웃드로잉’.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왔던 카페이자 월드스타 ’싸이’가 소유한 건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카페에는 판에 박힌 메뉴판 대신 신문을 준다. 신문에는 톡톡 튀는 메뉴 설명과 함께 카페에 전시된 작품 이야기, 작가들의 소식이 빼곡히 적혀 있다. 현재는 기획전이 종료돼 작품이 벽에 걸리진 않았지만 1년에 이 카페에서 아홉 번 정도 기획전이 열리고,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엄연한 갤러리인 셈이다.
이른바 커피를 마시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카페 갤러리’가 늘고 있다. 서울 홍대와 한남동, 방배동뿐만 아니라 경기도 분당과 파주 헤이리, 양평에서 카페 갤러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왜 이런 카페 갤러리가 늘고 있는 걸까. 우선 불황을 꼽을 수 있다. 미술품 판매만으로는 대형 갤러리도 운영이 쉽지 않은 불황의 늪에서 중소형 갤러리들은 생존을 위해 카페와 갤러리 기능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한 카페 갤러리 주인은 "화랑이 너무 안 되니까, 커피라도 팔아야지 하는 절박한 심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매년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A갤러리는 차(茶) 값으로 입장료 6000원을 받는다. 손님들은 차값을 내고 다양한 조각과 회화 작품을 감상한다.
작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도록 대신 엽서만 만들어 카운터에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 작가는 "일반 갤러리에서 전시하면 아무래도 판매에 부담을 느끼는데, 카페 갤러리는 안 팔려도 그만이고, 팔리면 좋다는 심정으로 작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카페 갤러리가 늘고 있는 또 다른 원인은 카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생활 패턴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카페이다보니 일종의 찾아가는 갤러리 형태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점과 카페가 결합한 북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올 4월부터 미술관 옆 건물 1ㆍ2층에 카페를 마련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올해 핀율 가구 전시는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카페에서 전시할 경우 별도의 인테리어 부담이 없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카페 입장에서는 다른 곳과 차별화를 꾀하고, 그림도 시시때때로 바꿔 걸기 때문에 매번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
카페 갤러리에 걸리는 그림들은 대부분 수십만 원에서 200만원 사이의 중저가다. 카페가 메인이고, 작품 판매는 부수입이다.
이대형 큐레이터는 "카페 갤러리가 늘면서 미술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과 소통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카페 갤러리는 젊은 작가의 데뷔 무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자기만의 특색이 없으면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실 기존 메이저 갤러리도 카페 기능을 흡수한 측면이 있다.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레스토랑과 카페를 열며 위기를 타개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화랑협회 소속 140여 개 화랑 중에서 자기 건물을 가지고 있는 화랑은 4분의 1뿐"이라며 "이들은 기존 미술품 판매 외에도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융합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모델을 추구하거나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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