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오피스 시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옮겨 붙으면서 최근 들어 오피스 시장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22일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무려 3.1%까지 치솟았다.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9월 말 1.3%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3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은 지난해 중반기까지만 해도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공실률이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매매 가격과 임대료가 크게 올랐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공실률이 늘고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외국계 자금을 제외하고는 매수세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실률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환차익을 등에 업은 외국계 자금마저 외면하고 있어 오피스 시장은 앞으로도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공실률 5개월 만에 3배 급등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이같이 급등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오피스 사용 면적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헤란로가 있는 강남권은 서울 주요지역 중 공실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9월 말 1.4%이던 공실률이 같은 해 12월 2.4%로 올랐고 지난 2월에는 3.3%까지 치솟은 상태다. 도심권도 지난해 9월 말 1.2%에서 올 2월에는 2.9%까지 치솟았다.

신영에셋 홍순만 이사는 “서울 강남과 도심권에서 외국계은행, 증권 등 금융권이 제일 먼저 영업점을 많이 줄이고 있는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중소기업까지 이탈에 합류하고 있다”며 “2·4분기에는 건설, 금융, 조선업종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정됐기 때문에 공실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 보유매물 쏟아져 가격 급락

이처럼 공실률이 유례없이 급등하면서 오피스 매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공실률이 오르면 당연히 오피스 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빌딩 매물을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피스 시장에 새로 등장한 기업 보유 빌딩은 20여개나 된다. 굵직한 매물만 손꼽아도 강남구 역삼동 아주산업빌딩과 ING생명빌딩, 용산구 한남동 볼보빌딩, 서초구 서초동의 양재빌딩과 우림건설 사옥,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신성건설 사옥 등 수두룩하다.

교보리얼코 임홍성 팀장은 “오피스 매물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지난해 말보다 최근 들어 훨씬 많이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공실률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꺾여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자금 “수익성 없다” 매수 외면

오피스 빌딩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더 내릴 전망이다. 업계는 그동안 환차익을 등에 업고 국내 오피스빌딩 매입을 위해 들어온 외국계 자금들이 움직여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외국계 자금들은 공실률이 갑자기 치솟아 오피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계 자금이 국내 빌딩을 매입한 사례는 지난해 말 공실률이 나빠지기 직전 두 세 곳의 빌딩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홍성 팀장은 “아무리 환차익이 크더라도 공실률이 증가하면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외국계 자금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후 매입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순만 이사도 “외국계 자금들은 기업 보유매물이 2·4분기에는 더 많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고 가격도 아직 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가격이 더 하락하는 2·4분기 말을 저점으로 보고 서서히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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