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우는 삼성타운 주변 부동산시장
경기침체에다 임대료 비싸 수요자 외면

“지난해부터 하나 둘 빈 상가가 생기더니 올해 들어선 부쩍 늘었어요. 경기 침체 여파가 크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장사는 안 되는데 임대료가 계속 오르니까. 임대료가 워낙 비싸 새로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없어요. 사무실 역시 생각만큼 임대가 안 돼요. 그러다 보니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상가·사무실도 많아요.”(서초구 삼성타운 인근 K공인 김모 사장)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사거리에 위치한 삼성타운. 연면적이 총 39만여㎡로 여의도 63빌딩의 두 배, 서울역 앞 대우빌딩의 세 배 규모다. 올해 초 삼성생명 빌딩(A동·34층)과 삼성물산 빌딩(B동·32층)이 입주했고, 11월엔 삼성전자 빌딩(C동·43층)이 입주를 시작했다.

C동이 입주를 마치면 삼성타운엔 총 1만2000여 명의 삼성 임직원이 상주하게 된다. 삼성타운 주변에 몰려들 각종 관계사 임직원들까지 포함하면 모두 2만여 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때문에 삼성그룹이 삼성타운을 건립하겠다고 할 때부터 주변 부동산시장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삼성타운 개발 계획이 가시화된 2005년 이후엔 주변 부동산 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그런데 삼성타운 입주가 마무리 단계인 요즘 입주 효과는 커녕 이전의 뜨거웠던 투자 열기마저 식어 버렸다. 아파트값은 내렸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빈 상가·오피스에는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만 몇 달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만여 명의 든든한 배후수요를 갖게 된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상주인구만 2만여 명=대규모 랜드마크(지역 대표) 건물이나 관공서가 이전하면 유입 인구가 발생, 상권이 변하게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타운 AㆍBㆍC동을 합쳐서 상주인구가 1만2000여명, 관계사 임직원들까지 치면 유입인구만 2만명에서 2만5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흔히 연면적 3만3000㎡ 이상 대형 빌딩이 완공되면 상주인구의 1.5배에 이르는 방문객이 생기고, 세 배 가량의 유동 인구가 주변 상가를 이용한다는 공식이 통용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삼성타운 주변 유동인구는 7만4000∼11만 명(상주인구 1만2000∼2만명 전제)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유동인구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부동산값은 개발 계획이 가시화한 2005년을 전후로 크게 올랐다. 삼성타운 맞은편 S오피스텔 1층 상가는 2005년 3.3㎡당 40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3.3㎡당 1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1년에 100%씩 오른 셈이다.

전용면적 49㎡짜리 1층 상가 임대료는 같은 기간 두 배 정도 올라 현재 월세가 1000만원 정도 한다. 오피스텔 값도 급등했다. 서초동 도시에빛2차 73㎡는 올해에만 1억2000만원 정도 올라 3억5000만원 한다.

인근 디오빌프라임 69㎡도 3억3000만원 선으로 올 들어서만 7000만원 정도 올랐다. 중개업소들은 “상가·오피스·오피스텔은 물론 아파트에까지 묻지마식 투자가 이어지면서 몸값이 급등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에 묻힌 입주 효과=그러나 입주가 마무리단계인 요즘 상황은 좀 다르다. 대형 패스트푸드업체인 K사는 올해 초 삼성타운 인근에 있던 강남역점을 폐점했다. 삼성물산이 막 입주하던 때였다.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가 너무 올라 감당이 안 돼서다. K사가 나간 자리는 9개월째 공실로 남아 있다.

삼성타운 바로 옆의 우성5차 아파트 102㎡는 1년 새 1억원 정도 떨어져 6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 그러나 거래는 안 된다. 전셋값도 올해 초보다 2000만원 정도 떨어진 2억4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삼성타운 맞은편의 대우빌라체 오피스텔 1층 상가(264㎡)는 벌써 1년 넘게 비어 있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지가 괜찮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임대료가 보증금 3억원에 월 1000만원 선이라고 하면 다들 혀를 내두르며 발길을 돌린다”고 전했다.

상가 권리금은 반토막 났다. 삼성타운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삼성타운이 입주하기 전엔 99㎡짜리 1층 상가에 권리금이 2억~3억원 정도였는데 정작 입주한 지금은 1억원 미만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삼성타운 기대감에 주변 부동산 값은 급등했는데 경기 침체로 삼성타운 효과는 반감된 때문이다. 삼성타운이 입주하면 오른 임대료만큼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 상인들은 울상이다. 매출이 생각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

주상복합 건물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빚을 내면서까지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그동안 버텼는데 삼성타운 입주 이후에도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아 문을 닫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삼성 임직원 유입으로 손님이 늘긴 했지만 그동안 오른 임대료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삼성타운 기대감 여전히 높아=그렇다고 임대료가 내려가지도 않는다. 강남공인 송주용 대표는 “임대인도 분양가 등 자신이 투자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몇달씩 공실이 생겨도 쉽게 임대료를 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빌라체 1층 상가 임대인의 경우 지난해 은행 대출 15억원을 끼고 총 35억원을 투자했는데, 매입가를 고려하면 최소한 보증금 3억원에 월 1000만원 정도는 받아야 은행 대출 이자라도 갚을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홍우공인 관계자는 “C동 입주가 끝나고 주변 시장이 자리를 잡을 내년 초까지는 더 버텨보겠다는 임대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직은 삼성타운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때문에 내년 상반기는 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경기 침체로 빛이 발했지만 삼성타운은 주변 부동산시장에 큰 호재임엔 틀림없다”며 “그러나 경기 침체가 겹친 만큼 내년에는 매매가·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호전되면 곧바로 반응이 올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강남이란 특수성에다 삼성타운, 2010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강남역과 환승)이 있어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면 제일 먼저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타운
첨단기술 집합체
유동인구 10만명…경제효과 연 5000억원
삼성타운 세 개 빌딩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 빌딩(C동)은 지하 8층, 지상 43층으로 높이가 200m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삼성전기·삼성코닝정밀유리 등 삼성 관계사 직원 3500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

삼성생명 빌딩(A동)은 지하 7층 지상 34층이다. 높이가 150m인 A동엔 삼성중공업·삼성테크윈·삼성경제연구소·삼성정밀화학·삼성토탈 등 삼성 계열사와 아디다스 등 일부 외부업체 등이 지난해 6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했다. 세 개 빌딩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삼성물산 빌딩(B동)은 지하 7층 지상 32층, 높이 150m다. 삼성물산이 올해 초 입주해 단독으로 쓰고 있다. 27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 빌딩은 최첨단 기능을 자랑한다. C동의 경우 회사에 등록된 임직원의 휴대전화기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코드리스(cordless·무선) 전화기로 자동 전환된다. 즉 이동통신사의 회선에서 빠져 나와 삼성전자가 내부에 설치한 무선 인터넷전화 회선에 접속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통신비용을 절감하고 통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 창문을 통한 도청을 방지하기 위한 첨단 도청 방지 장치도 일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모든 정보기술(IT) 기기에는 전자 태그가 부착돼 있어 밀반출을 방지한다. 500석 규모의 다목적홀과 전산·어학·직무 등 다양한 교육장과 어린이집을 비롯해 2640㎡의 규모의 IT홍보관이 마련돼 있다.
가정용 초고속인터넷(100Mbps 기준)보다 100배 빠른 초당 10Gbps의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돼 있다. 천장에는 일정 구역 내 인원수를 계산해 자동으로 온도와 환기를 조절하는 첨단 냉난방·환기 시설도 갖췄다.

한편 서초구청은 삼성타운 입주로 연간 35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주인구 2만여 명, 방문객 6만여 명 등 하루 유동인구 10만명이 쏟아내는 경제적인 효과는 연간 5000억원대가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단순히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만이 아니라 주변 식당 등의 고용창출과 소득 증대 등 부수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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