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정치' 뉴타운 공약 |
유권자 집값 상승욕구 편승 |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주택)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고 (뉴타운처럼) 도심지 개발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도 뉴타운 공약을 제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통합민주당은 그가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약속 받았다’고 허위 주장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1시간여 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뉴타운은) 관권선거의 하이라이트고, 그 중심에 오 시장이 있다”며 “오 시장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에도 “시장에 갔더니 많은 분이 뉴타운 공약에 사기 당했다고 분개하더라”(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당 후보들도 한다고 뉴타운 공약을 하지 않았느냐”(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주장이 맞섰다. 뉴타운 공약이 오히려 총선 이후 정국을 달구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서울시까지 한데 뒤엉킨 문제가 됐다. 검찰 또는 법원 등으로부터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정도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너도 나도 뉴타운=뉴타운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때 히트 상품이다. 낙후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과 집값 상승이란 실리가 함께한 정책이었다. 은평·길음·왕십리 세 곳으로 출발한 뉴타운은 이 대통령의 시장 재임 시절 26곳(상업지형 뉴타운 포함할 경우 33곳)으로 늘었다. 오세훈 시장도 선거 때 “뉴타운을 모두 5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만큼 호응도가 높았다. 뉴타운설만 돌아도 집값이 들썩였다. 뉴타운은 곧 수도권 전체의 정책이 됐다. 4월 총선은 이런 기류 속에서 치러졌다.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 민주당 후보도 너나 할 것 없이 뉴타운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끝났다(수도권 111석 중 81석).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수도권에선 뉴타운 등으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도 “유권자들이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당장 집값을 올려준다는 것만큼 좋은 이슈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게다가 뉴타운 이슈는 원래 한나라당의 것이어서 민주당이 이기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격화된 공방=뉴타운 공약이 쏟아지자 강북 부동산 가격이 예사롭지 않게 움직였다. 오세훈 시장이 14일 “강북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시점에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고 말하는 일까지 있었다. 가뜩이나 뉴타운 때문에 수도권에서 패배했다고 여기는 민주당이 들고 일어났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을 한다고 국민을 속였다”고 공세했다. 정몽준 의원 등 일부 확정적 표현을 쓴 당선인들을 허위 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했다. 상황은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여야 대결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에 비해 소외됐던 지역의 당선인들은 여야할 것 없이 뉴타운에 긍정적인 편이다. “지역주민과 약속했으니 지금부터 서류를 들고 뛰겠다”(한나라당 구상찬 당선인)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의원은 “우리가 지금 부동산가격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순 당선인도 “뉴타운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개선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타운 지정권자인 오 시장도 묘한 처지다. 뉴타운을 늘리겠다고 공약한 건 그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재임 2년간 두 곳만 늘렸을 뿐이다. 기존 뉴타운의 성공은 재선을 생각하는 그의 책임이기도 하다. 친정인 여당 내에서 그의 14일 발언을 문제 삼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뉴타운을 안 늘리는 건) 서울시의 직무유기”란 표현도 썼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논란이 벌어지긴 하겠지만 뉴타운 이슈가 한동안 유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대 장훈 교수(정치외교학)는 이와 관련, “유권자들이 지역이나 이념이 아닌 뉴타운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 이해 관계에 따랐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미의 선거가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 세금·연금·복지 등 경제 선거로 나가갈 지 주목할 점”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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