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권 재건축시장 왜 꿈틀거려
의왕ㆍ수원 등 사업 빠른 단지 호가 오름세 뚜렷

수도권 남부지역 아파트 값 상승은 재건축단지로부터 올 것인가. 경기도 의왕ㆍ수원ㆍ군포시 등 수도권 남부지역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하는 말이다.

재건축 개발 이익환수 등 각종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오름세가 뚜렷하다. 재건축 단지 가격 움직임이 일반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쳐 집값이 동반 상승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경기 남부지역 재건축 단지는 개발 이익 환수와 안전진단 강화, 주택담보 대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3.30 부동산대책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고분양가 책정으로 파주 교하ㆍ금촌지구,일산신도시,고양 풍동지구 등 수도권 북부지역의 아파트 값이 들썩거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집값 상승 불안에 '사자' 세력 늘어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에서도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잠잠하던 재건축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재건축사업 추진이 빨라 개발이익 환수 등 각종 규제에서 비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의왕 내손동 LG공인 관계자는 "수원과 의왕 등의 재건축 단지는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단지 규모도 커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서울ㆍ수도권에서 선보인 신규 아파트의 고분양가와 전셋값 상승 등도 한몫하고 있다. 전세난과 함께 파주ㆍ은평 등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지자 일부 매수 대기자들이 더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 강화되는 양도세 회피용 매물이 지금쯤 시장에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수요자들 사이에서 "이미 나올 매물은 거의 나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집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재건축 단지를 사야겠다는 구매 요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오를 만큼 올랐지만…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재건축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곳은 의왕과 수원 등이다. 의왕에서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단지들은 내손동 주공1ㆍ2단지, 대우사원 등이다. 물론 사업 막바지에 이른 이들 단지들은 그간 많은 손바뀜이 있었던 탓에 가격이 적잖이 올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 아파트들은 통상 입주 후 1~2년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에 ‘대박’은 아니어도 안전하고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는 하지만 높아진 분양가에 견줘보면 조합원 시세는 더 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동호수 추첨 이후에는 더 뛸 것 같아요”

평촌신도시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자리한 의왕 내손동 주공1,2단지는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 승인을 받은 이후 매수세가 따라붙으면서 호가가 치솟고 있다. 매물도 많지 않고,어쩌다 있는 매물도 매도희망자가 나타나면 호가를 높이기 일쑤다.

내손동 이젠공인 관계자는 “사실상 평촌 생활권인 데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대상도 아니어서 몸값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며 “매수 희망자 가운데는 평촌 신도시 거주자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파주ㆍ은평 등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사자’ 대열에 합류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GS자이로 새로 태어날 주공1단지 11평형은 2억6000만~3억원을 호가한다. 보름새 2000만~3000만원 뛴 것이다. 13평형도 2000만원 이상 올라 3억8000만~4억원이다. 주공2단지 14평형 역시 4억2000만~4억4000만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최고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과천대로와 이어지는 흥안로를 끼고 있어 서울은 물론 분당 등 수도권 남부지역으로의 진입도 수월하다. 내손동 LG공인 관계자는 “대우사원ㆍ한신ㆍ라이프ㆍ효성아파트 등과 어울려 7000가구 이상의 첨단 아파트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라며 “11월로 예정된 동호수 추첨 이후에는 가격이 더 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변 일반아파트 값도 상승 분위기?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은 의왕 내손동 대우사원아파트도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에서 비껴난 것도 호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아파트 18평형은 한달 전보다 2000만~4000만원 올라 6억원 선이다. 21평형도 6억5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인근 내손대림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자 인근 안양과 평촌신도시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이 곳 재건축 값이 들썩이자 주변 집값도 상승 분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재건축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인계주공ㆍ천천주공ㆍ권선주공ㆍ화서주공 등 사업 추진이 빠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들 아파트는 하나 같이 단지 규모가 큰 데다 입지여건도 뛰어나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입질도 잦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원 인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 상승에다 파주 운정신도시 및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영향에 따른 집값 바닥론 확산으로 매입 문의는 부쩍 잦아졌으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이후 조합원 시세 추가 상승 여력 기대 팽배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으로 시공하는 권선동 주공1차연립과 주공 3차 단지는 이주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주를 끝마치면 바로 동ㆍ호수 추첨을 하고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지 19평형은 최고 4억원을 호가한다. 한달 전보다 4000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권선동 한성공인 관계자는 “지하철 1호선 세류역과 가깝고, 향후 분당선이 개통되면 수원시청역 역세권에 편입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전망이 밝다고 보는 실수요자의 매입 문의가 늘고 있으나 매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16평형의 현재 매매가는 2억9000만~3억원선이다. 이주비는 무이자 7500만원, 유이자 6500만원이 지급됐다. 유이자 이주비에 대한 대출 금리는 2.7%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매매가에서 이주비를 뺀 1억5000만~1억6000만원과 등기비용 등을 더해 1억7000만원선이면 시장진입이 가능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11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권선주공2단지는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2건 나온 24평형을 제외하곤 매물이 아예 없다고 한다. 권선동 열린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 이후 조합원 시세가 하루 아침에 1000만~2000만원 이상 치솟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물은 없으나 매수세는 꾸준하다. 그러니 호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단지 33평형을 배정받은 조합원 물건 시세는 3억6500만원을 호가한다. 보름 전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48평형도 5억원에서 5억3000만원 이상 뛰었다.

산본 주공단지에도 이제 햇볕 드나

이달 18일 관리처분계획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킨 뒤 22일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낸 군포시 산본동 구주공1,2단지도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면서 시세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산본동 D공인 관계자는 “관리처분신청 인가를 지난주 군포시에 제출하면서 개발이익환수를 아슬아슬 비켜갈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주인들이 갑자기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주공1,2차는 그동안 분양권 전매금지, 소형평형 의무비율, 후분양제, 학교용지부담금, 용적률조정 등 각종 규제의 덫을 피하지 못해 사업시행 여부가 불투명했던 단지다. 하루 차이로 조합원지위 양도금지(전매금지) 대상이 돼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했다. 2003년12월31일 조합인가를 받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이날부터 시행된 전매금지 대상에 포함됐던 것이다.

또 학교용지 3025평 등 모두 7000여평의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해야 함으로써 117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당초 계획했던 용적률 280%가 지구단위계획 및 정비계획 수립과정에서 232%로 떨어지는 바람에 또다시 1360여억원의 수입이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교통영향평가를 빠듯하게 통과했고 7월1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12일부터 시행된 기반시설부담금 부과대상에서도 빠졌다. 개발이익환수제도 간발의 차로 제외됐다.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 산본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겼던 1년 전과 비교해 30% 가량 상승한 것 같다”며 “교통영향평가, 사업승인 등이 진행되던 6월 이후에만 10% 이상이 뛰었다”고 말했다.

특히 관리처분 신청으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대상에서 빠지면서 호가 오름세가 뚜렷하다. 이 단지 16평형은 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달 초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19평형도 5억3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도권 남부지역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세가 주변 지역 일반아파트로 확산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집값 상승 움직임은 아직까지 국지적인 현상이 불과하다”며 “연말이 다가올 수록 양도세 회피용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는 만큼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cho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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