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이촌역 주변에는 고층아파트들이 가득하다. 9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개 최고층이 20층 내외다. 하지만 이촌로 건너편 강변북로 방향에는 아직도 5층짜리 아파트들이 남아있다. 70년대 초중반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짧게는 30년이 넘었고 오래된 단지는 40년이 넘어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재건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1975년 지어진 왕궁아파트는 높이가 5층에 104㎡(31.5평) 250세대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08년 재건축조합이 만들어졌고 2010년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당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50층짜리 아파트도 허가가 나던 때다. 왕궁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렉스아파트는 발 빠르게 건축심의를 받아 56층 안을 확정해 2011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갔다. 왕궁아파트도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47층 계획을 제출했다. 답변을 미루던 서울시는 2011년 11월 ‘자문(의견제시)’이라는 형태로 회신을 해왔다. 이일현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사실상 보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답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인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방향 공청회’를 개최해 이촌지구는 15층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조합장은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층수가 중요한 이유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용적률과 그에 따른 층수이기 때문이다. 한때 10억원이 넘었던 왕궁아파트는 현재 7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이촌현대나 한강맨션 역시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본질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용산구 이촌1동에 있는 왕궁아파트와 일대의 재건축에 대해 취재했다.

“돈 안된다” 연한 넘긴 재건축 지지부진

[재건축 르포]<44>-이촌 왕궁아파트 일대…한강변 관리계획안 ‘충격’


지하철 4호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이촌역 주변에는 고층아파트들이 가득하다. 9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개 최고층이 20층 내외다. 하지만 이촌로 건너편 강변북로 방향에는 아직도 5층짜리 아파트들이 남아있다. 70년대 초중반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짧게는 30년이 넘었고 오래된 단지는 40년이 넘어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재건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1975년 지어진 왕궁아파트는 높이가 5층에 104㎡(31.5평) 250세대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08년 재건축조합이 만들어졌고 2010년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당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50층짜리 아파트도 허가가 나던 때다. 왕궁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렉스아파트는 발 빠르게 건축심의를 받아 56층 안을 확정해 2011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갔다. 왕궁아파트도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47층 계획을 제출했다. 답변을 미루던 서울시는 2011년 11월 ‘자문(의견제시)’이라는 형태로 회신을 해왔다. 이일현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사실상 보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답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인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방향 공청회’를 개최해 이촌지구는 15층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조합장은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층수가 중요한 이유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용적률과 그에 따른 층수이기 때문이다. 한때 10억원이 넘었던 왕궁아파트는 현재 7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이촌현대나 한강맨션 역시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본질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용산구 이촌1동에 있는 왕궁아파트와 일대의 재건축에 대해 취재했다

 
 ▲ 용산구 이촌1동에 있는 왕궁아파트(위·위치도)는 1975년에 지어진 5층짜리 아파트 단지다. ⓒ스카이데일리<그림·도표=최은숙>


 

지하철 4호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이촌역 주변에는 고층아파트들이 가득하다. 지하철역 3-1번출구 방면으로 나오면 용강중학교가 바로 보인다. 학교 좌우에 있는 아파트단지들은 대부분 20층 높이다.
 
1998년 지어진 강촌아파트와 건영 한가람아파트는 최고층이 22층에 달한다. 이촌로에서 지하철역에 가까운 아파트들은 이촌현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90년대 후반 지어졌으며 최고층이 20층 가량이다. 이촌현대아파트만 1975년 지어졌으며 15층 높이다.
 
하지만 이촌로를 건너면 아파트 높이가 크게 낮아진다.
 
강변북로와 접한 이곳 아파트 단지들은 5층 높이의 아파트들이 많다. 왕궁아파트와 한강맨션이 모두 5층 높이다. 삼익아파트는 12층이다.
 
 ▲ 1998년 준공된 건영 한가람아파트. 최고층이 22층이다. ⓒ스카이데일리

이들 아파트단지가 지어진 시기는 대개 1970년대다. 짧게는 30년, 오래된 단지는 40년이 넘어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겼다. 건물도 노후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단지들은 대부분 재건축이 중단된 상태다. 왕궁아파트를 비롯해 한강맨션, 삼익 등 일대 아파트들 모두 마찬가지다.
 
동부 이촌동 고층아파트 사이에 재건축 중단지대가 발생한 이유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때문이다. 단지별로 저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아파트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 자산가치가 높아지던 시절이었다면 재건축이 모두 중단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궁아파트, 47층 추진하다 보류 결정에 발 묶여
 
용산구 이촌1동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1975년에 입주를 시작해 벌써 38년이 된 아파트다. 5층 높이에 넓이는 104㎡(31.5평) 한 종류이며 모두 250세대로 이뤄져 있다.
 
하얀색의 깔끔한 외벽이 단정하게 보인다. 두 달 전 주민들이 도색을 새로한 결과다. 이전까지는 칠이 벗겨지는 등 오래된 아파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일현 왕궁아파트 주택재건축조합장은 “겉모습은 허름해 보이고 수도에선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주거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전세를 내놔도 물건이 나가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 왕궁아파트 바로 옆에는 2011년 착공에 들어간 렉스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있다. 렉스아파트는 56층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왕궁아파트 주민들은 2008년 재건축을 하기로 뜻을 모아 재건축조합을 설립했다. 차근차근 재건축을 추진하던 주민들에게 한가지 호재가 발생했다. 동부이촌동 일대가 ‘이촌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이었다. 한강르네상스 계획에는 재건축 대상 부지에 건물을 짓거나 공원을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비율을 현행 12~13%에서 아파트 등 주거지역은 25%, 상업지역은 40%까지 크게 늘리는 대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용적률은 300% 이상을 허용하기로 했다.
 
왕궁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렉스아파트는 서둘러 2009년 건축심의를 받아 56층 높이의 재건축 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2011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완공 목표시기는 2015년 7월이다.
 
왕궁아파트는 이보다 1년 반 정도 늦은 2010년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당시 계획은 용적률 299%, 층수는 47층이었다. 그러나 2011년 11월 서울시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자문(의견제시)’이었다.
 
이일현 조합장은 “사실상 보류라는 뜻이다. 서울시에 구체적인 답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만 들었다”며 “바로 옆 아파트는 56층으로 허가해주고 우리는 47층도 허가를 안해주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개최한 ‘한강변 관리방향 공청회’에서 발표된 현안사업 가이드라인. 서울시는 이날 발표된 내용이 확정된 가이드라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자료=서울시>

건축심의를 받지 못한 채 사업이 표류하던 중 서울시가 이촌지구를 15층 이하로 관리한다는 계획안을 밝혔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강변 관리방향 공청회’에서 발표된 안이었다.
 
이에대해 이 조합장은 “15층이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15층 이하 관리계획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진용 서울시 도시계획과 주무관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안을 논의하는 단계이며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지자체의 의견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좀 더 거친 뒤 최종계획이 세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청회가 끝난 지금 재차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서울시의 답변은 주민들의 반발을 서울시가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사업성…떨어지는 집값이 최대 난관
 
주민들이 47층 계획안을 강력하게 원하는 것은 세대수를 어떻게 확정하느냐가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현재 조합에서 추진하는 재건축은 1대1 비율이지만 용적률에 따라 일반분양분이 일부 발생하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 1979년 지어진 12층짜리 삼익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이 조합장에 따르면 104㎡(31.5평)인 왕궁아파트의 시세는 2010년 10억원까지 올라갔다. 3.3㎡당(평당) 310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현재는 가격이 7억5000만원까지 떨어져 3.3㎡당(평당) 2300만원대를 보이고 있다.
 
집값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자산가치의 증대로 인해 사업비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앞날을 알 수가 없다. 재건축을 하면 무조건 돈을 벌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추가분담금의 발생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왕궁아파트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이촌현대아파트나 한강맨션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촌현대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주민들 간에 소송이 벌어져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 1971년 지어진 한강맨션 아파트. 붙어있는 상가와의 갈등으로 재건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강맨션은 아파트에 붙어있는 상가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재건축 시 상가측에 보상해줘야 하는 권리금 수준이 높아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주민들이 판단했다고 한다.
 
이 역시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지만 지금같은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는 마땅한 해답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이 연기되면서 용산구 이촌동 핵심지역에 있는 5층짜리 40년 된 아파트들은 여전히 마천루 속에서 재건축 중단지구로 남아있다. 재건축 사업의 실마리를 풀어줄 주택경기 회복은 아직도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Posted by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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